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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역사의 망원경'으로 봐야한다
더이상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성과를 훼손하지말라
 
김성호   기사입력  2003/06/25 [16:22]

▲민주당 김성호 의원     ©김성호 의원 홈페이지
민주당 김성호의원이 6월 25일 송두환특검팀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본지에 기고하였습니다. 김성호의원의 특검에 관한 발표문 전문을 소개하며, 독자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편집자

특검은 수사대상이 아닌 남북정상회담 관련부분을 공개하고, 단편적 시각으로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의의와 성과를 심각히 훼손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한 특검의 1차 조사시한이 오늘(6월 25일) 마감되면서 특검팀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대북송금 특검팀은 '대북송금 5억달러'를 현대의 7대 대북경협사업과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인 것으로 단정했다.

송두환 특검의 이번 발표는 그동안 우려했던 특검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대상이 아닌 남북정상회담 관련부분을 수사해 공개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아주 단편적인 법규의 잣대를 통해 끌어내리는 반역사적, 반민족 행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정상회담 관련부분은 애초부터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특검은 수사대상이 일반적인 권력형 비리사건이 아닌 외교의 영역이면서 민족문제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논란이 제기됐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이 야당의 일방적인 처리에 의해 국회를 통과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정상회담 관련부분은 제외한 ‘현대그룹의 대북송금부분 대출의혹과정’에 한해 수사하는 것으로 사실상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던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현대그룹의 대북송금부분을 제외한 ‘정책적 차원의 대북지원금 1억 달러’에 대해서도 수사함으로써 특검의 수사대상을 벗어난 월권행위를 했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합의는 6.15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와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민족적 차원을 고려한 것이었다.

둘째, 정상회담 관련부분은 그 돈의 성격이 ‘정책적 차원의 대북지원금’이었든 다른 성격의 지원이었든, 결코 공개해서는 안되는 국가기밀사항이다. 특검은 애초 ‘남북관계 발전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이번에 언론 발표문을 통해 그대로 공개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설령, 이번 특검수사에서 이 부분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공개하지 말았어야 할 국가기밀사항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오랜 동안 기밀이 유지돼야 하는 고도의 외교행위이자 민족적 운명이 걸려있는 민족문제인데, 특검이 이를 밝힌 것 자체가 남북관계 발전과 민족적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상회담은 그 준비과정에서부터 회담내용 등 모든 과정이 국가기밀로 보호되고 유지돼야할 대상이다.

▲ 남북정상회담  

셋째, 특검이 북한에 현금으로 송금된 4억5천 달러에 대해 “정상회담 전에 모두 송금되고 송금과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였으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아니하고 비밀리에 송금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아니하였던 관계로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성격규정은 특검의 상황인식과 역사의식에 대해 커다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회담 부분은 애초부터 수사대상이 아니었다는 전제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대북송금의 성격을 규정할 권한이 있는 지 여부도 의문이고, 성격규정에 있어서의 단편적인 시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검은 분단이라는 남북의 특수한 상황과 그동안의 남북대화의 관행을 도외시 한 채, 마치 일반 범죄의 성격을 규정하듯이 편협한 법규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특수한 상황의 대북송금과정에 있어서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한 것이 남북한의 엄연한 현실이고, 특수한 목적의 정책적 차원의 대북지원금일 경우 비밀리에 송금할 수 밖에 없는 남북한의 상황을 무시한 채 형식적 법논리인 ‘절차적 정당성’만을 내세워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단정한 것은 특검의 몰가치적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넷째, 특검은 수사대상이 아닌 부분에 대해 수사하고, 공개하지 말아야할 부분을 공개하고, 대북송금의 성격을 편협한 잣대로 재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역사적인 6.15 정상회담의 의의와 성과에 대해 회복하기 힘든 훼손을 가져오고,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7천만 남북한 국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6.15 정상회담은 당시 남북한의 정상이 민족적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바라는 한민족의 염원을 반영해 이뤄진 것이다. 1945년 분단이후 55년 동안의 적대적 남북관계를 청산하고자 하는 7천만 겨레의 기원이 쌓여 2000년 6월 15일에 남북 정상의 만남을 이뤄낸 것이다. 단순히 두 정상의 정치적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범민족적이고, 역사적 의의를 갖는 회담이었다. 그러나 특검은 이러한 정상회담과정의 역사적 배경과 의의를 파묻어버리고, 단순히 회담 당시의 정태적 시각과 편협한 법규의 잣대로 정상회담을 재단해버리는 씻기 어려운 잘못을 저질렀다.        

다섯째, 이번 특검은 정상회담 부분을 공개하고, 정상간의 역사적인 회담 자체의 역사적 의의를 훼손함으로써 앞으로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상회담까지 사법적 재단의 대상이 되고, 그 내용까지 공개됨으로써 정상간의 개인적 신뢰뿐 아니라 앞으로 비밀을 전제로 한 특사회담, 남북당국간 회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에 적지 않은 장애를 조성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민족적 차원의 용단에 의해 결단했다고 여기고 있고, 남북대화의 바이블(성경)로 삼고 있는 6.15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이 마치 대북 지원금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깍아내린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특검은 애초부터 탄생되지 말았어야 할 ‘반민족적 이단아’였다. 특검이 일단 수사에 들어가면 미국의 특검수사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나듯 특검의 논리에 의해 남북관계까지 수사의 손길이 뻗치고, 국가기밀에 대한 수사내용의 보도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예상했던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특검을 주장했다면,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민족적 국익보다는 분단적 시각에 입각한 정략적 발상에서 나왔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증거이다.

역사는 이번 '대북송금 특검'을 주장했던 정치세력과 특검요원, 또다시 특검 결과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세력들에게 엄중한 심판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법원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긴 과정을 ‘역사의 망원경’으로 보지 못하고, ‘법규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특검의 역사적 오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할 대상을 특검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2003년도 한국정치’에 대해 민족의 역사에는 ‘암흑의 통일여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2003. 6. 25

국회의원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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