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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6자회담, 회담의 주도권은 북한에게 있다
[통일논단] 변화된 상황에서 맞이한 2단계 5차 6자회담의 평가와 전망
 
류옥진   기사입력  2006/12/26 [19:02]
22일, 2단계 5차 6자회담이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은 시작 전부터 그 결과를 놓고 그 누구도 속단하기 어려웠다. 제재와 대화가 여전히 공존하고 있고, 6자회담 재개 합의 이후 11월 28, 29일 진행된 북미 양자회담이 뚜렷한 합의를 내지 못한 체 종료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이번 회담은 애초 정해진 일정보다 하루를 더 연장해 진행되었지만 북미간의 뚜렷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였을 뿐 별다른 결과를 내오지 못했다. 물론 결과가 없다고 결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회담은 북한이 정치외교전에서 승리했고 이로부터 미국은 패배했다. 앞으로도 이 양상은 쉽게 변할 수 없음이 확인된 회담이었다.

이 글은 13개월만에 재개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번 회담이 성사된 배경과 회담에서 나타난 북미간의 이견과 쟁점을 정리해보고 전망을 담는다.

1. 미국은 왜, 그토록 회담 성사에 적극적이었던가

미국은 이번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대단한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자신이 그토록 부정해 마지않던 북한에게 목을 메다시피 양자회담을 요청하였고, 회담 재개를 위해 BDA 등의 금융제재에 대한 논의, 해결을 약속하였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소위 '파격적 제안'을 할 만큼 눈물겨운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불변하지 않을 거라 그토록 자신했던 미국이 이처럼 자신의 말과 태도, 행동을 변화시키면서까지 6자회담을 빠르게 진행하려 했던 배경과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 북한이 부정할 수 없는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수많은 전쟁계획들을 수정·보완하고 끊임없는 군사훈련 등을 통해 제2의 한반도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의 기도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통해 보여준 능력 앞에 좌절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갖춘 군사적 능력은 북미간의 파괴된 힘의 불균형을 전략적 균형상태로 복원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동시에 미국의 핵선제공격시 이에 대항할 보복능력과 공격수단이 모두 갖추어져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불행한 앞날을 미리 예고해주었다. 게다가 핵보유국의 지위에 올라와 있는 북한을 외면할 때 나타날 국제적 파장을 견딜 수 없기에 미국은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하고 지연시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핵확산 능력을 제한하고, 상호 군축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서다. 핵능력의 우위로 세계지배를 실현하려는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기에 미국은 북한이 6∼7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2만여 개의 핵무기를 갖춘 자신과의 상호 핵군축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면서,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 또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미래의 북한이 갖추게 될 핵무기 보유수는 현재 수준과 동일할 수 없음을 그 누구보다 미국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호군축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로부터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 능력을 억제하고, 이를 포기시키기 위해 대화에 나섰던 것이다.

또한 대외정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자신의 대외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럼스펠드를 해임시켜 이라크전쟁에 대한 패배의 책임에서 간신히 벗어난 지금, 6자회담이 진행되지 못할 때 부시행정부는 위기와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6자회담 무용론과 함께 대북적대정책 전환과 양자대화를 통해 해결하라는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이며, 통제불능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상·하원 모두를 민주당에게 내준 부시 행정부의 입지는 매우 불리한 환경에 처해있다. 더구나 이런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랜토스와 바이든 의원이 방북을 희망하고 있고, 문제 해결의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으며 오히려 이 계기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결국 미국이 6자회담 재개에 목을 메는 것은 미국내 양자대화 요구를 일축하고,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관리, 통제하기 위해서다.

끝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은 물론 6자회담의 구도가 갈수록 미국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정도 미국의 의견과 궤를 같이 하고는 있으나 6자회담 참가국들과 국제사회는 미국에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여론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을 제외하고는 미국은 회담 참가국들과 동일한 수준에서 완전한 합일은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참가국들 또한 자국의 이익과 목적에 맞게 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견은 더욱 커질 것이며 오히려 미국을 역고립시킬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만 있을 수 없는 미국은 자신의 적극성을 보여줌으로써 이미지 개선을 통해 여론과 이견을 잠재우고 회담지연의 책임을 북한에게 떠넘기는가 하면 대북 제재와 압박을 더욱 확대시켜 나갈 명분을 쌓기 위해서다.

이러한 이유로부터 미국은 깜짝 놀랄만한 파격적이고 '획기적 제안'을 그토록 자랑하며 "시간이 아니라 성과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당황한 미국은 초조함과 불안감에 시달린 나머지 중국에게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에 간신히 성공했다. 

2. 회담의 주도권은 북한에게 있었다

북한은 미국만큼 6자회담에 목숨 걸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동안 은근과 끈기로 또한 합리성으로 회담국들의 지지와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자신의 입장과 요구를 실현해왔던 북한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속도와 시간은 비록 더딜지라도 6자회담의 기본 목표와 9·19공동성명에 담겨진 내용을 향한 실천의 방향은 달라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핵보유국이 된 지금, 북한은 미국의 핵전쟁위협과 압력에 대처할 공격과 방어수단을 마련해 놓았기에 그 누구의 안전보장과 담보에 미련이 없다. 또한 제재와 봉쇄가 가중된다 하더라도 이를 헤쳐 나갈 경제적 기반도 충분히 마련해 놓았다. 게다가 회담에 나가도 제재요, 안나가도 제재인지라 상황이 달라질 것도 없다. 결정적으로 북한에게 일방적인 선핵포기를 강요하고 있다.

자신의 춤박자와 무대얼개를 소개한다며 애걸복걸하기에 미국을 만났지만 구미를 당기기에는 신통치 못했다. 한마디로 아쉬울 게 없는 북한은 미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자신의 입장을 바꿔 회담을 합의하였던가.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두 차례의 북미대화를 통해 미국이 BDA 등의 금융제재를 논의, 해결하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대화와 제재는 양립할 수 없으며, 제재의 모자를 쓰고 회담에 나올 수 없음을 누누이 밝혀온 북한이었다. 북한은 한반도 핵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대북적대정책의 집중적 표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를 해결할 의지와 의사가 있는가 없는가는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공존할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수 있는 유력한 기회이고 조건이었다. 북한에게 이번 회담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전환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대였으며, 향후 회담의 향방을 결정할 풍향계였다.

다음은 9·19공동성명의 이행으로 빠르게 진입하기 위한 구체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대한 전환 의지와 행동이 확인되면 북한은 9·19공동성명 이행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이번 회담에 나섰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가 6자회담을 더 원하고 얻을 것이 더 많다"며 회담의 재개를 주장해왔고, 회담의 유용성을 이야기해왔다.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총적 목표를 향해 북미 양자를 포함해 6개국이 담당해야 할 기본 내용을 담고 있다. 각 항을 구체적이고 전격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세부 내용과 조건을 정리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제반 준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한 일방적인 선핵포기와 CVID 요구를 일축시키고 행동 대 행동의 동시이행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 3차 6자회담을 끝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선핵포기의 요구와 CVID에 대한 주장을 더는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핵실험을 빌미로 슬그머니 북한의 선핵포기를 다시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조건과 상황의 변화를 들어 북한에게 CVID를 강요하고 있다. 또한 이를 한반도 비핵화 실현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오던 강경한 태도와 입장을 바꾸고 그동안 북한이 요구했던 제안들을 흔들면서 나오고 있으나 자신의 의무사항은 뒤로 미루고 있다. 이는 명백히 9.19공동성명의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훼손시키고 있었다. 이로부터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본질과 이행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

끝으로 미국을 철저히 패퇴시키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은 처지는 추풍낙엽 그 자체지만 제국주의의 속성상 스스로 물러나는 법은 없다. 일방적인 대북강경노선에서 후퇴하여 대화와 제재노선으로 전환하였지만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정상화 실현이라는 근본적 변화는 보이고 있지 않다. 한반도를 포기하자니 무너져버린 자신의 패권도 되돌릴 수 없으며 미국중심의 세계지배질서의 재편 가속도는 더울 불이 붙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를 안하자니 이를 막을 신통한 방도가 없다. 최소한의 현상유지를 통해 시간을 벌어 만회해보려는 것이 미국의 목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허용할 수 없다.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미국의 처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미국의 퇴로를 막고 정책전환의 최종결심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3. 대북적대정책과 대미평화정책의 대립, 회담의 이견과 쟁점

세기를 이어오며 진행된 북한과 미국의 정치군사적 힘의 대결은 오늘날 최후대결전의 성격을 띠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북한의 대미평화정책의 날카로운 대립을 기본으로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싸움이기에 자신의 요구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장외공방전은 그만큼 격렬했다. 회담에 앞서 대다수가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할 것이며, 이를 내세워 미국에게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것이고, 핵군축회담을 요구할 것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회담의 전개와 양상은 이러한 예상을 모두 뒤엎었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목적과 수법을 간파한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전환에 모를 박고, 이를 실현하는데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대다수의 일치한 평가한대로 미국을 쥐고 흔들며 기선을 제압하여 미국의 의도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던 북한은 금융제재 해결이라는 의제에 모를 박고, 정해진 시간을 이용해 미국의 초조함과 다급함을 충분히 활용하는 전술로 실무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양자대화를 거부하는 협상력을 보여주었다. 반면 회담 기간 첨예한 신경전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여주었지만 회담의 주도권을 갖지 못한 미국은 이러한 북한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선핵포기 대 선제재해제, 회담의 성격과 목표를 둘러싼 대결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이행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 비록 금융제재 논의가 6자회담과 동시에 시작되었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집중한다는 이유를 들어 향후 6자회담과 분리해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금융제재는 불법행위에 대한 법집행 문제로 6자회담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대화를 외면했었다. 지금은 입장을 바꿔 대화는 진행하지만 해결은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히더니, 북한의 태도가 중요하다며 위폐제조 및 자금세탁 근절 등에 대한 의지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경우 전향적으로 대처할 것을 피력하였다.

이에 반해 북한은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를 논의, 해결할 것을 기본 목표로 했다.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는 대북적대정책의 집중적 표현이며, 이로 인해 회담이 지연된 만큼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31일, 북미가 BDA문제를 논의, 해결할 것을 전제로 6자회담 재개 합의를 이룬 만큼도 이를 해결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의 제재가 유엔으로 확대된 변화된 상황과 조건으로 인해 더욱 중요하며, 이는 훼손된 9·19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복원하는 것이며 그 이행을 위한 선결조건임을 내세우며 행동을 촉구했다.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주장을 6자회담과의 정치적 연계라며 비난하면서, 회담 지연의 책임을 떠넘겼지만 이를 연계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아니었다. 미국은 회담을 전후해 북한을 회유,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은 마치 동결된 BDA에 대한 북한의 합법계좌를 풀어줄 것처럼 말하였는가 하면, 금 매입과 유통을 마치 불법행위로 비추면서 '표적 금융제재 체제'를 포함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을 피력하였다. 또한 미 대변인이 나서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는 한 금융제재해제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경제 및 외교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말함으로써 오히려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회담의 의제와 목표를 놓고 북미는 첨예한 대결을 보였지만, 회담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미국은 북한의 강경한 입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 <표> 북미 양자간 쟁점 및 이견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초기이행을 둘러싼 대결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서로가 요구하는 조건과 행동도 달랐다. 

미국은 북한에게 핵폐기를 위한 과정의 시작으로 1단계 동결인 영변의 핵관련 시설 가동중단과 이를 확인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을 수용하면 미국이 서면화된 안전보장이나 종전협정의 서명 등을 제공하고, 2단계 신고에 들어갈 경우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실무그룹을 구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북미관계정상화를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이는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북한의 비핵화) 달성시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부시대통령의 의지를 나타내며 북한이 먼저 실제적인 행동을 통해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자신은 말로 행동을 대신할 것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단계별 이행을 통한 해결을 내세웠다. 우선 북한은 조건이 성숙되면 "현존핵포기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계관 부상은 핵무기와 구별된 현존핵포기에 대해 "결국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는 문제와 관련되며, 핵무기를 이전하지 않는 문제와 관련된다"며 그 조건으로 "미국내 대북적대시 법률·제도적 장치 철폐, 유엔제재 등 모든 제재 해제"가 필요하고, 경수로 제공과 완공시까지 대체에너지 공급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지금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이유가 없다"면서 오히려 논의대상으로 한다면 "부득불 핵군축회담이나 핵군비통제회담을 진행할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더 이상 선핵포기 내세우지 못하도록 일축시켰다. 또한 "미국의 적대정책이 종식되여 신뢰가 보장되고 조선이 그 어떤 핵위협도 느끼지 않을 때 단 한 개의 핵무기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며 핵포기의 조건과 동시에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성격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보다 분명하게 향후 전개할 상호군축회담의 토대를 열어놓았다.   

북한은 새롭게 조성된 변화된 상황과 조건을 해결과 또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입각해 단계별로 한 동시이행과 원칙이 아니고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음을 밝힘으로써 미국의 의도를 무력화시켰다.

4. 대화와 제재 그리고 대화와 방패의 첨예한 공존

그렇다면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이 북한의 요구대로 변화된 상황과 조건을 인정하고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실제적이며 분명한 행동과 실천을 보여준다면 한반도 핵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다.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겠지만 미국이 이러한 결심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단이 없기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대북적대정책을 전환할 의사가 없는 미국은 반전을 꽤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은 일면 '대화와 당근'을 내세워 금융제재에 대한 일정한 해결과 회유를 시도하고, 일면 '대화와 채찍'을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려는 지연작전을 피우는 등 양면전술을 전개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기도는 이미 BDA를 장기전으로 이끌고 갈 것과 유엔을 내세워 제재를 지속할 입장을 드러내었으며, 내년 3월 한반도 주변에서 전례없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일 것을 공표한데서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또한 미국의 행동에 따라 철저히 행동할 것이며, 미국의 동향을 주시할 것임을 밝히면서 대미압박을 전례없이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그만두고 공존하여 나오게 되는가 안나오게 되는가에 달려있다. 미국이 정책을 전환할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가 앞으로 회담전망을 규정하게 되리라고 본다"며, 미국이 대화와 제재를 지속한다면 자신도 대화와 방패로 임할 것임을 밝히면서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부터 6자회담을 둘러싼 북미간의 정치군사적, 외교적 공방전을 통해 대화와 대결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반도는 물론 지역 정세는 긴장과 위기국면이 격화되고 고조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종국적인 냉전해체와 더불어 세계의 자주와 평화를 향해 질주하는 흐름의 속도를 낮출 수는 있어도 이미 변화를 보인 흐름은 되돌릴 수 없고 거스를 수 없다.

이번 회담을 통해 참가국들은 물론 세계는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할 해법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각인하였다. 이번 회담은 6자회담을 전진을 시킬 수 있는 기본 동력이자 추동력은 북미간의 양자대화라는 것, 또한 대화와 제재는 양립할 수 없으며 제재가 계속될 경우 회담 자체는 물론 동북아 전체 나아가 세계가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동시에 북한의 다음 행동을 막을 수 있는 힘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행동 대 행동의 동시이행 이외에 길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시간에 쫓기는 쪽은 미국이라는 것, 해결의 기회를 늦추면 늦출수록 미국이 지불할 대가의 폭과 깊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

북미간의 대결이 첨예해질수록 회담 참가국들과의 미국과의 이견은 더욱 격화될 것이고 급기야 더 큰 양보와 타협에 나서도록 미국을 압박하고 종용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정치적 지위와 주도권은 날로 높아질 것이며, 북한과의 관계변화를 모색하는 흐름과 움직임은 더욱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대북적대정책을 유지한 체 변화된 현실을 외면하고 이를 부정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은 오히려 미국뿐이다.

* 글쓴이는 한국민권연구소 (www.minkwon.org) 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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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26 [19: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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