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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盧 vs 高 설전' 비화는 전화위복?
일단 자제, 범여권 정계개편 '연결고리' 노대통령과 정면대결 불가피
 
이재웅   기사입력  2006/12/25 [22:57]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한 인사' 발언파문 이후 시작된 노대통령과 고건 전총리의 잇따른 설전(舌戰)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과 일촉즉발의 대립을 보였던 고건 전총리가 일단 확전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직 대통령과 참여정부 초대 총리가 벌인 '계급장을 뗀' 공방전의 정치적 득실은 어떨까. 정가에서는 결과적으로 고건 전총리측이 활로는 찾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1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연설을 통해 "중간에 선 사람이 양쪽(보수-진보)을 끌어 당기질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그런 결과가 되기도 했다. 하여튼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린 인사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부분의 언론을 통해 '고건 전총리 불가론'과 '통합신당 견제' 의도로 해석되면서 양측의 싸움은 불이 붙었다.
 
이튿날 고건 전총리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성명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自家撞着)이며, 자기부정이다. 노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면 그것은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들어 국정을 전단(專斷)한 당연한 결과"라며 매우 강한 톤으로 반박했다.
 
노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각오한 발언인 셈이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지난 23일 참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고 전총리)를 나쁘게 말한 일이 없다.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고 나를 공격하니 참으로 유감"이라며 즉각 맞대응에 나서 발언파문은 노대통령과 고 전총리의 정치적 충돌로 비화됐다.
 
이후 양측은 "국민이 어떻게 들었는 지가 중요하다(23일 오후, 고 전총리)", "계속해서 사리에 맞지 않는 논리를 동원해 대통령을 공격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 이해타산 때문인지 궁금해 진다(24일, 청와대 홍보수석실)"는 등의 공방을 주고 받았다.
 
고건 전총리는 연휴 마지막 날이자 크리스마스인 25일 영등포 쪽방촌 방문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정치적 발언은 극도로 아꼈다.
 
고건 전총리의 핵심측근은 이날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더이상 대응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청와대와의 싸움에 더욱 깊숙이 발을 담글수록 국민들 눈에 이전투구로 비쳐질 뿐더러, 고 전총리 본인의 성격에도 맞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 전총리가 확전을 자제하고 나선 데에는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과 파장이 정치적으로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전이 길어질수록 국민들로부터 싸잡아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커진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고건 전총리의 핵심측근은 이와 관련, "평소 입이 무거운 고 전총리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원칙에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자기 얘기를 한다는 인상을 줬다"고 자체 평가했다.
 
말과 행동이 다소 무겁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얘기다.
 
고 전총리측은 이밖에 노 대통령에 대한 대응은 자제하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고건 전 총리측은 청와대 참모진이 고 전총리 재임시 오히려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고 비판한데 대해 25일 총리 재임 시절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자료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구간 공사 재개와 관련한 고 전총리 명의의 담화문 등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적극 반박했다.
 
열린우리당내 중도파에 속하는 한 중진의원도 이날 "그동안 고건 전총리의 애매모호한 포지셔닝(입장 설정) 때문에 그동안 노대통령의 장막에 가려져 있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장막을 치고 나가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고 전총리가 정치적인 '반사이익' 혹은 '전리품'을 챙겼다고 평가했다.
 
노대통령의 발언 파문이 통합신당 추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비쳐지면서 여당내 신당파를 자극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더이상 노대통령 세력과 함께 하기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선도탈당'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원탁회의'를 제의했지만 실제로는 탄력을 받지 못하던 범여권 통합논의에서 고건 전총리가 결과적으로 국면전환의 기회를 잡게 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와 고건 전 총리의 공방에 대해 "이 정도로 중단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인 것 같다"며 상호 자제를 요청했다.
 
우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보더라도 특별히 누구를 겨냥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판단하며, 만약 그 문제가 특정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대통령과 전직 총리의 공방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 전총리를 직접 겨냥한 게 아니었다는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충돌이 범여권 정계개편과 연결돼 있고, 고 전총리 입장에서 노 대통령을 '타고 넘어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향후 재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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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25 [22: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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