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대학의 서열로 인간의 등급을 매기는 나라
기득권 구조와 지배구조의 혁타는 학벌타파로부터
 
안우환   기사입력  2003/06/23 [19:44]

▲ 사진출처: 한겨레21
학벌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이다. 일류·이류·삼류대학으로 학교를 서열화할 뿐만 아니라 마치 타고난 신분처럼 사람에게마저 등급을 매기고 있다. 학벌은 또한 입시지옥, 고액과외, 해외유학 붐, 공교육 위기, 지방대학 붕괴, 고시 붐, 특정대학의 사회적 가치 독점 등 우리 사회와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학벌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에 앞서 학벌과 학력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짚어보고 한국사회의 학벌 문화에 대한 폐단과 이의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학력(學歷)은 제도권 또는 비제도권에서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력(履歷)이다. 학력 자체는 개개인이 어떤 수준의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가시화해 주는 사회적 징표인 셈이다. 수직적 구조에서는 대졸·고졸·중졸 등으로, 수평적 구조에서는 어느 대학·어느 학과를 나왔다는 식으로 표시된다.

[관련기사] 박원경, 교육개혁은 서울대해체부터 시작하라, 대자보

학력주의는 개개인의 능력보다 학력이 과대평가 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필요 이상으로 학력이라는 사회적 자산에 집착하게 된다.

여기서 사회적 차별이 양산된다. 학벌(學閥)은 '가방끈’이 길다든가 고등교육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학력(學歷)을 가지고도 학연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차별한다.

같은 학연을 가진 사람끼리 부와 권력·명예 등 사회적 가치를 독점한다. 때문에 학벌은 하나의 권력이자 신분이며 사회적 관계를 뜻한다. 넓은 의미에서 학력에 의한 파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하나의 학력(學力)은 학력(學歷)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개인의 외형적 요인보다 실제로 학습을 통해 쌓은 지적 능력을 일컫는다.

학벌타파 심포지엄에서 한국노동연구위원 방하남 연구원은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명목적 간판주의, 공교육의 붕괴, 사교육비에 경쟁적 과다 투자, 공급 과잉되는 저질의 대학교육 문제 등은 대학 서열화와는 전혀 별개라고 보고 더 급한 것은 상당수 지방대와 서울의 주요대, 국립대와 사립대 간의 큰 차이와 대학들의 낮은 질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방 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학벌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기회구조를 평등하게 해야 하며, 학벌 문제의 뿌리는 사회 일부 상층부의 좋은 일자리, 높은 지위에 대한 경쟁 없는 독식에 있다고 하면서 공교육의 회복을 통한 교육의 인간화, 간판주의가 아닌 대학교육의 실질화를 원한다면 상부구조인 우리 사회의 기회구조를 형평화하고 합리화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선진국에도 명문대는 있다. 대학서열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학벌주의가 극심한 이유는 학교 졸업 후 성취할 수 있는 기회의 양이 너무 적고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3에서 대학으로 진입하는 시기의 실패는 향후 닥칠 한 인간의 모든 운명의 방향을 결정짓고, 이것은 보이지 않는 평가 잣대로 한 개인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게 만든다.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우리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기를 써서 자신의 자식을 학원이나, 고액과외, 유학을 보내고 있다.

교육열이란 엄청난 교육열이 융합하여 교육핵으로 까지 발전하는 증폭시스템으로 한반도는 가히 교육핵발전소의 중심적인 저장고와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 사회의 학벌을 타파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국가인력의 공급자인 대학의 상향적 형평화이며, 수요자로서의 우리 사회 기회구조의 확대와 형평화를 촉구한다.

국민 한 사람의 교육핵 활동을 지적하기에 앞서 교육이라는 양성자와 학벌이라는 음성자의 만남을 원천적으로 해체하고 이의 만남을 보다 조화롭게 인도, 인식하게끔 만드는 사회 저변의 구조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필자는 요구한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와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정부의 학벌타파와 균형발전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맥 구축을 통한 개인의 사회 생활은 긍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작용하여 이를 통한 개인, 지역사회 단위의 사회적 자본이 국가 단위의 발전적 사회적 자본으로 증폭, 확대되기를 바란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6/23 [19:4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