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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북핵관련 외신, 인용보도 왜곡돼
KNCC언론위원회 주최 북핵관련 토론회 열려
 
김철관   기사입력  2003/01/28 [15:24]
미국 극우 칼럼리스트가 쓴 칼럼을 보수신문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보도함으로써 여론 왜곡을 낳았다는 주장이 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이하 KNCC언론위원회)주최로 27일 오후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북핵관련 보도와 한반도 평화'란 주제 토론회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양문석(사진1) 민실위 정책실장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극우강경파 칼럼리스트들의 주장과 한국언론의 칼럼 인용보도 태도 비판>이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양 실장은 "미국 대표적 보수논객이자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 월리엄 새파이어가 지난해 대선 직후인 12월 26일 게재한 뉴욕타임즈 칼럼을 조중동이 인용함에 있어 자의적으로 해석해 여론왜곡을 부추겼다"고 언론노조 민실위 모니터 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는 "16대 대선 직후인 2002년 12월 26일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즈에 "N. Korea : China's Child"라는 제목의 월리엄 새파이어의 칼럼을 게재했다"며 "이 칼럼은 여중생사망사건에 대한 촛불시위를 빗대 한국인들의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으며, 주한미군을 철수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한 후, "이 칼럼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한국의 10대 주요 일간지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우리사회 이슈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후에도 국내 언론은 해외 언론보도를 인용하면서 이런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했다"며 "해외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한국언론이 갖고 있는 사대주의적 근성이 얼마나 뿌리깊은 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언론은 외신 칼럼을 인용함에 있어 한쪽 측면만을 일방 보도함으로 인해, 독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접하는 것을 방해했다"며 "특정인의 견해를 미국 내 주류 여론인 양 위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외 칼럼을 선별하고 부각시키는 것은 철저히 언론사와 기자의 주관적 판단"이라며 "전쟁을 부추기고 민족공동체의 한 쪽을 파멸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어떤 칼럼을 인용해서 어떻게 보도하는가를 보아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실장은 "미국의 극우강경파 칼럼에 대한 조중동의 무비판적 단순인용이나 심지어 '동조현상'은 미국언론이란 우상을 광신적으로 숭배하는 듯하다"며 "조중동이 맹목적 미국 제일주의자들과 진심으로 같은 의견을 같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중동에게 강력한 권고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국제문제만은 최소한 '자사의 정치적 의도'나 '싸구려 선정주의' 또는 '우익소아병적 상업주의'를 포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핵'문제라는 표현보다는 '한반도 핵'이라는 용어 사용이 적절하다"며 "한반도 핵 위협은 미국으로부터 존재하는 핵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의 NPT 탈퇴를 허무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며 "보수언론이 미국의 보수적인 칼럼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여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을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미국언론의 인용문제는 국내 언론사가 국제문제에 전문적이지 않은 기자를 해외 특파원으로 파견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고서는 고쳐지지 않을 것"임을 지적 한 후, 잘못된 외신 인용에 대해 "미국에 대한 건강한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이 특파원으로 가도록 독자가 압박, 항의해야 하는 점과 독자가 모니터를 해 특파원이 망신당하도록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북핵 문제보도가 여러가지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데 언론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언론이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반영 안하고 회사의 이익과 사주의 권력에 봉사하는 언론으로 미국 언론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는 "미국언론에 글을 쓴 칼럼리스트의 개인과 단체에 대한 배경을 독자는 모르기 때문에 언론이 해 줄 몫은 설명과 해설"이라며 "언론이 전쟁놀이에 함께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구미에 맞는 외신 기사만 취사 선택했다"며 "특히 대선 국면에 정략적으로 이용했던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임순혜 KNCC 언론위원은 "국익을 위해 보도한다고 했는데 국익은 개인과 언론사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평화에 입각해서 혹은 평화지향적으로 보도할 때 용어 자체를 명확히 사용해야 할 것"을 언론에 주문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를 해결키 위한 대안으로 "수용자 입장에서 언론사의 성격과 기사를 읽어낼 수 있는 능동적인 독자를 교육하는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이 강화돼야 한다"며 "특히 언론이 미군 철수 촛불시위자체 사건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비판하는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나핵집(목사) 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발제자 양문석 언론노조 민실위 정책실장을 비롯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주동황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교수, 임순혜 KNCC언론위원 등 토론자들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편, 이날 발표된 발제문에는 지난해 16대 대선이 끝난 2002년 12월 20일부터 2003년 1월 15일까지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5대 일간지의 외국언론 인용보도를 구체적으로 분석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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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1/28 [15: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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