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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는 쓰다버리는 부품이 아니다
고용허가제와 산업기술연수제도 병행실시의 문제점
 
박천응   기사입력  2003/06/21 [11:05]

  ©대자보 자료사진
고용허가제 도입을 시도했던 정부가 산업기술연수제도와 고용허가제를 병행실시의 발표는 8월말 강제출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6월18일 산업자원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전면 도입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우려를 고려하여 산업기술연수제도와 병행실시 하는 방향으로 입법 추진하는 것으로 밝혔다.


병행실시를 통하여 연수생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는 산업기술연수생을 계속 고용할 수 있고, 외국인력을 공급받지 못한 업체는 고용허가제를 통하여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경제5단체가 합의하고 한나라당이 이 안을 수용하려는 신호를 보내면서 결국은 입법과정에서 병행실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노동허가를 주장한 외국인노동자단체에게도 고용허가제 도입이 무산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실리를 챙기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동안 노동허가제를 주장하면서도 한발 양보하여 고용허가제를 주장한 외국인노동자단체에게도 현실을 반영하라는 압박으로 작용되고 있으나 문제가 있다. 외국인노동자단체들의 원칙적인 입장은 노동허가였다. 그러나 외국인노동자들의 근로자 신분이 인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고용허가제로 양보한 것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도입이 무산되자 정부의 병행 실시 발표는 그 동안의 입장을 노동허가제-> 고용허가-> 연수제도 병행실시라는 정책적 후퇴를 계속 강제하고 있다. 병행실시제도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은 결국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폐지가 아닌 인정 쪽에 손을 들어줌으로 노예제도를 존속 시켜주는 결과 초래하기 때문이다. 병행실시에는 다음 몇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병행실시의 수용은 '산업기술연수생이 근로자이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동일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가 한 사람은 근로자이고 또 한 사람은 근로자 신분이 아님으로 인해 법 논리상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대자보 자료사진

둘째, 현재도 기업에서 산업연수생과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를 동시 고용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다. 병행실시가 이루어질 경우 기업이 산업연수제도와 고용허가제를 선택하는 선택권이 주어지는데, 현실적으로 한 공장에 두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노동자간의 갈등을 발시킬 소지가 있다.

셋째, 산업기술연수제도와 관련된 그 동안의 송출 송출비리 구조와 노예연수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서 입법취지를 무색케 만들고 있다. 송출비리가 차단되지 않는 한 연수생이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은 계속해서 발생될 것이다.

넷째, 외국인노동자 고용업체가 출입국관리소 허락만 받으면 도입이 가능한 현지법인 연수생제도 등을 통하여 편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현지법인 연수생제도가 편법 운영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다섯째, 외국인노동자 고용관련 관계부처의 불일치로 혼선을 초래한다. 고용허가제를 중심으로는 노동부, 산업연수생은 산자부로 나뉘어 지면서 고용정책에 혼선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허가제가 도입 경우도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폐지가 전제되면서 일정기간 병행실시가 유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폐지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번정부와 경제5단체가 합의한 병행실시는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폐지가 전제가 아닌 산업연수제도를 계속해서 유지시키는 것에 자체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권을 주장하는 일부 중소기업주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술연수제도의 유지는 고용허가제 입법취지를 훼손시키는 일로서 산업기술연수제도의 유지는 또 다른 모순을 가진 임시방편으로서 또 다른 혼란을 발생시킬 씨앗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당초 취지대로 산업기술연수제도를 폐지를 전제로 하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이다.  

* 필자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http://www.migrant.or.kr/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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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21 [11: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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