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황우석 전 교수의 줄기세포조작 사건을 취재했던 PD가 앞으로 더 큰 의혹들이 밝혀질 수 있음을 암시해 주목된다.
MBC 최승호 전 PD수첩 팀장은 인터뷰를 통해, "황우석 신드롬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정치적 이득을 취했던 사람들이, 거짓이 드러날 것 같으니까 이를 은폐하기 위해 온갖 매커니즘을 동원해 공작을 한 정황이 있다"라고 주장하며 "이런 부분을 반드시 밝혀내야 하는데, PD수첩이 해야할 일"라고 말해, 앞으로 더 큰 의혹들이 드러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리고 최승호 PD는 "줄기세포조작을 제보했던 사람이 과학기술부에서 압력을 받아 병원을 그만뒀고 현재까지 굉장히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다"라면서 "우리 사회가 제보자에 대해 가진 인식이 굉장히 부정적인데, 이 부분이 해결되어야 앞으로 또 다른 용기있는 분들이 나와서 한국 사회의 문제를 고발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와 관련되었던 교수들이 복직되거나 징계수위가 완화된 현실에 대해 "그분들은 진실을 알면서도 국민들을 속이기 위해 황우석 박사와 함께 모든 일을 했던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조차 관용을 받는 사회라면 과연 앞으로 누구를 단죄할 수 있겠나"라고 분노를 표했다.
진행 신율 교수 : 취재 당시 외압이 있었다는데?
MBC 'PD수첩' 최승호 PD : 밖에서 정치적인 외압이 있으니까 회사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나에게만 있었던 게 아니라 회사 윗분들도 많이 어려워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한 사실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진짜 어려웠던 건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우리가 11월 21일에 처음으로 난자 문제를 방송한다고 알렸을 때 시청자 게시판에 방송하지 말라고 올라온 의견이 수 십만 건이었다. 사무실이 다 마비되고,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광고철폐운동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신율 : 지금은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나?
최승호 : 그때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지지하는 분들이 우리들이 움직이는 장소에 와서 시위를 하거나 우리를 만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황우석 박사 스스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입장이라든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가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더 문제다.
신율 : 취재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해준 제보자들의 근황은?
최승호 : 그분들은 굉장히 어려운 입장이다. 작년 12월에 YTN에서 PD수첩에 대해 공격적인 보도를 하고 난 직후에 그분이 일하고 있던 병원에서 나가달라는 압력이 있었다. 과학기술부에서 그런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분이 할 수 없이 직장을 떠나게 됐고, 그 이후로는 직장을 잡지 못한 채 계속 떠도는 상황이고, 가족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율 :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복직이나 취직이 안 되는 이유는?
최승호 : 그분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튀는 행동을 하는 분위기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제보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인 것 같다. 사실 이분들은 너무나 양심적이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희생될 것을 감수하고도 제보를 하고 마지막까지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한 건데, 그 대가가 이렇다는 건 대단히 실망스러운 현실이다. 이 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돼야 앞으로 또 다른 용기 있는 분들이 한국사회를 위해 자기 자신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신율 : 당시 황우석 박사와 같이 연구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복직됐는데,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나?
최승호 :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에 결정이 번복되고, 징계수위가 낮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에 '앞으로 한국의 교육계에서 무엇을 징계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분들은 뻔히 진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 진실을 덮고 국민들을 속이기 위해 황우석 박사와 함께 모든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심지어 횡령까지 했다. 그런 잘못을 저지른 사람조차 그런 정도의 관용을 받는 사회라면 과연 앞으로 누구를 잘못했냐고 손가락질하고 단죄할 수 있겠나.
신율 : 난자 채취 문제는 어떻게 됐나?
최승호 : 오늘에서야 국가생명윤리위원회에서 최종적인 결과 발표를 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우리가 난자에 대한 윤리 문제를 얘기했을 때도 대중적인 반응은 대단히 미온적이었다. 그 정도는 과학의 발전을 위해 얼마든지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치부됐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뉴스가 나온 뒤의 반응도 상당히 그런 면이 있다.
신율 : "당시에 압력을 가했거나 부당하게 관계했던 사람들은 앞으로 PD수첩 팀의 방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최승호 : 지금은 당시 황우석 박사와 연구팀에 있던 사람들만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사실 황우석 신드롬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또 이것으로부터 엄청난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 거짓이 드러날 것 같으니까 이를 은폐하기 위해서 온갖 매커니즘을 동원해서 공작을 했던 정황이 있다. 이런 부분을 밝히지 않았을 땐 언제라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밝혀야 한다. 지금은 내가 PD수첩 PD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라고 말할 순 없지만, PD수첩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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