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T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대한민국은 스웨덴의 미래, 그래서 선진국?
[도끼빗의 갈라치기] 신자유주의에 무너지는 스웨덴, 한국 현실 배워야
 
도끼빗   기사입력  2006/11/22 [13:21]
슬램덩크 만화의 사랑스런 캐릭터 중에 "유도 사나이"가 있다. 채치수의 친구이며 강백호를 유도부로 꼬시려고 계속 농구부 주위를 맴도는 인간이다. 나름대로 채치수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대단하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아픈 이야기가 있다면, 한창 크는 어린 시절 채치수를 "앉은키로 이겨버린" 이야기이다.

채치수는 190센치를 향해 막 쭉쭉 크는데 유도 사나이는 키가 그만 멈춰 버렸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채치수를 "앉은키로 이겨" 버렸다. 신체검사의 그날, 지나가던 채치수가 던진 한마디, "그렇구나. 유도 따위 꼴불견 운동을 하니까 다리만 짧아지지".
 
스웨덴 선진국 모델을 본답시고 갔다. 가서 본 것은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한창 깨지는 스웨덴 모델이었다. 다짜고짜 사민당과 노조 인사들에게 물었다. 무슨 대체 전략이나 싸움 계획이 있냐고. 솔직하게 없다고 하더라. 지난 15년간 별로 준비된 프로그램이 없다고...흠흠...밥벌레인가.. 험험...
 
▲지난 15일 새로 집권한 우파정부의 실업보조금 축소계획에 맞서 스웨덴노동자중앙기구(SAC)가 조직한 대정부 항의시위. 그러나 시민의 반응은 우려 보다는 기대감을 표시. 스웨던 복지모델의 흔들림을 반영했다.     © 한겨레

그 다음 학생운동하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점점 신자유주의로 바뀌어가는 상황에 열받을 대로 받은 애들이다. 근데 신자유주의에 대한 혐오와 경멸만 있지 그 실제 상황에 대한 공포는 잘 모르더라. 그래서 도끼빗 한마디 꺼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몇 살에 결혼하고 몇 살에 애를 낳으시려나요".
 
어리둥절. 그건 사생활에 얽힌 예민한 사안인데(하긴 거기에 커플이 두어 쌍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물으시냐고. 순간 썰렁. 적대적 분위기. 도끼빗 잽싸게 설명. "한국에서는요. 결혼 가능성은 축적된 자산의 양에 비례하고요. 애를 낳는 가능성과 그 숫자는 더욱 그래요".
 
다시 썰렁. 사람이 사랑하고 애를 낳는 것 하고 돈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험험....도끼빗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과 아이들 교육비의 숫자를 보통 사람 연수입과의 비교로 각각 몇 배(혹은 몇 십배)라고 설명해주었다. 이번엔 황당. 그 친구들은 입을 다물지를 못하더라. "그런데서도 사람이 살아요? 애가 태어나요?"
 
그래. 그래서 사람이 못살고 자살하며 더우기 애가 태어나지를 않는다고 설명.
 
그 친구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공포심을 좀 느꼈으면 성공이다. 하지만 거기서 암묵적으로 동의된 합의가 있었다. 한국은 스웨덴의 미래요 그래서 "선진국"이다. 스웨덴 새 우익 정부의 각종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막지 못한다면. 근데 막을 이가 없는 것 같다. 사민당? 노조? 쯧쯧... 그 배나온 50대 아저씨들이 "강력한 투쟁으로 자본을 막는다"?
 
그래서 스웨덴 젊은이들을 조직해서 공짜로 한국 구경을 한 일주일 정도 시켜줄 필요가 있다. 주택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비정규직의 하루가 어떠한지. 정부의 무능과 타락상이 어느 정도인지. 여자들이 왜 자기 얼굴과 몸을 수익 창출을 위한 "자산"으로 만들어서 칼과 마취약으로 "자산관리" 혹은 "구조조정"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또 그렇게 속아서 장가간 남자들은 어떤 함정에 빠지는지. 애들 교육이 왜 강남 강북이 나뉘게 되는지. 기타 등등
 
한국은 스웨덴의 선진국이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앉은 키로 이겨버리고 말았다". 만세 혹은 새됐다. 어쨌든 주눅들지 말고 오늘도 살아봅시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11/22 [13:2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