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복이 촌스럽고 불편? 건강 원하면 한복 입어라!
[김영조의 민족문화 사랑] 참살이 옷, 한복 속에 숨겨진 한방과학 뛰어나
 
김영조   기사입력  2006/11/01 [19:15]
서양의학만을 과학적이라 여기고 우리의 전통 의학은 미신쯤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그 학문적 바탕이 전혀 다름에도 현대 과학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태도 때문에 한의학의 과학적 우수성이 가려지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와 같은 문화사대주의는 한의학만이 아니라 의복을 비롯한 우리 문화 전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향과 맛이 뛰어난 우리 차는 외면하면서 가짜인지도 모를 중국 보이차에 열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대한 발효 항암식품인 우리의 된장을 제치고,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일본의 미소된장을 사먹는 사람들이 그 예이다.

▲ 한복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부채춤     © 김영조
또 지금 한국 사람들의 옷은 양복과 양장, 그리고 캐주얼 옷 일색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일상의 옷이 서양옷으로 바뀌어버렸을까? 한국전쟁 전만 해도 한국인들의 흰색 두루마기를 입는 것은 예사로 볼 수 있었고, 여자들이 치마, 저고리도 입는 것도 남의 눈길을 끄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연예인은 물론 지도급 인물들이 서양옷을 입으니 자연 모방으로 가게 되었다. 서양옷이 좋은 옷인지 분석해보고 입은 것이 아니란 얘기다.

한때 인기가 있었던 서부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딘이 청바지를 입으니 따라 입고, 알랭 들롱의 양복이 멋지니까 입었으며, 비비안 리의 아름다움이 양장의 세계로 몰입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교수, 변호사, 사업가 등 성공한 사람들이 입으니까 나만 입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과연 서양옷이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입어줄 옷이던가? 학자들에 의하면 서양옷은 현대의 화두인 건강을 깨뜨리는 옷이라고 한다. 서양옷은 몸에 맞게 하여 조이도록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에게 좋지 않은 옷차림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남자들의 넥타이 매듭부분은 각종 세균이 득실거린다고 하니 말할 것도 없겠다.

많은 이들이 청바지가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처음 입을 때 간단하게 입는 다는 것과 옷감이 질겨 아무데나 앉을 수 있다는 것뿐이 아니던가? 실제 “편하다”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 청바지는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목동들이 천막지로 만들었던 리바이스가 그 처음인데 그걸 좋다고 입는 것은 문제가 있을 터이다.

이에 비하면 한복은 지극히 과학적인 옷이다. 한방과학과 너무도 잘 맞는 그야말로 참살이(웰빙)옷인 것이다.

한방에서는 "머리를 맑게 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하고, "흉허복실(胸虛腹實)"이라 하여 가슴을 허하게 하고, 배를 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론에 아주 잘 맞는 옷이 한복이라고 광주 경희한의원 문찬기 원장은 설명한다. 한복은 깃 사이를 넓게 하여 가슴이 시원하도록 하고, 허리를 묶어 배가 따뜻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복의 가장 큰 특징은 넉넉함인데 이는 건강에 아주 좋은 형태이다. 서양옷이 관절의 움직임을 제한하는데 반해 한복은 평면재단을 하여 관절 모양에 옷을 맞추기 때문에 관절의 활동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평면재단은 어깨 관절을 편하게 하고, 무릎 관절을 자유롭게 굽히고 펼 수 있도록 하며, 대님은 발목이 삐기 쉬운 겨울철에 부목 구실을 한다.

▲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     © 김영조

자동차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복바지가 하체를 조이지 않음으로 고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편한 자세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넉넉한 한복의 특징은 옷과 몸 사이에 충분한 공기층을 만들어 단열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추울 땐 따뜻하게, 더울 땐 선선하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 실제 몸에 딱 맞는 운동복을 입었을 때는 춥지만 한복을 입어보면 두껍지 않아도 춥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매도 보면 아래는 배래로 넓히고, 소매 부분을 좁게 하며. 토시를 찬다. 바지는 사폭으로 넓게 하며, 대님으로 묶은 다음 행전을 찬다. 소매와 바지의 이런 특징에서 밖의 공기를 차단하면서도 통풍은 잘 되게 하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을 엿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지형상 꼭 필요한 풍욕을 자연스럽게 하도록 돕는 참살이형 의복구조라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한복의 바지폭이 커서 활동하기에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지폭이 큰 것이 불편하다면 옛사람 중 가장 활동적이었고 말타기를 즐겼던 고구려 사람들이 폭이 넓은 바지인 '대구고(大口袴)'를 입었을 리가 없다. 조상들은 바지 아랫부분에 행전을 참으로써 넓은 바지의 활동성을 방해하는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지금도 전통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복 형태의 옷을 입는 것은 바로 한복바지가 활동하기에 편하다는 증거이다.

거기에 사폭을 한쪽으로 접어 허리를 끈으로 묶음으로써 배부르고, 배가 꺼진 것에 따라 조절할 수 있고 통이 커서 활동능력을 좋게 하며,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도록 하는 장점도 갖는다. 또 허리 부분이 넓기 때문에 내 옷과 네 옷의 구분이 없이 누구나 나눠 입을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옷'이 된다.

여기에 한복 바지의 대님은 많은 점에서 뛰어난 부분이다. 대님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겨울철의 부목 구실과 밖의 찬 기운을 막아주는 것에 더하여 몸의 기운이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땅 위의 음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양인인 남자가 음기의 땅 위를 걸어 다니는 동안 음기를 많이 받게 되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대님은 이런 점과 함께 '삼음교{三陰交)'라고 말하는 경혈자리를 묶어 마사지 효과도 있다. 이 삼음교는 비장(지라), 간장, 신장(콩팥)선이 교차하는 점으로 균형이 깨진 것을 바로 잡아준다. 살아있는 차의 성인 순천 금둔사 주지 지허스님은 "말을 보라, 말은 허벅지는 아주 굵은 반면, 발목은 아주 날씬하다. 그것이 말의 건강비결이다. 사람도 건강하려면 발목을 묶어 발목을 날씬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 고구려 벽화 무용총 수렵도 / 폭이 넓은 바지, 대구고를 입고 말을 타는 고구려 사람들     © 김영조

이렇게 중요한 대님을 수십 년 입어보지 않은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핑계로 요즘 대부분의 생활한복들은 없애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는 원가를 낮추려는 속셈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말 중요하다면 불편만 어떻게 줄여줄 것인지 고민하고, 소비자를 설득시켜 대님을 보존하는 게 맞는 일이다. 또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요즘 일부 생활한복에서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대님을 바짓부리에 붙이기도 하는데 이러면 분실의 염려도 없고, 묶기도 아주 쉽다.

한의사들은 말한다. 기체(氣體)인 남자는 대님을 차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막고, 혈체(血體)인 여자는 펄럭이는 치맛자락으로 음습한 기운이 뭉치는 것을 소통하게 하니 어 어찌 건강이 좋은 옷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우리 국민 중 많은 이가 아직 과학적인 한복을 촌스럽고 불편한 옷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복을 옷의 형태가 다른 승복 같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복식이 전혀 다른 중국옷 같다고도 한다. 또 서양옷에서는 요구하지 않는 사계절 옷을 찾기도 하고, 격식 있는 자리에 입고 갈 거라고 하면서 반소매 옷을 달라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일부 청소년들은 한복은 외면하고, 일본의 기모노에 열광하기도 한다. 제 나라 옷을 스스로 외면하면서 어떻게 외국인에게 당당할 것인가?

우리 한복은 미개한 옷도 아니며, 중국옷과도 비슷하지 않다. 오히려 현대인에게 중요한 화두인 건강에 크게 유효한 참살이(웰빙)옷임을 한의사들은 말하고 있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서양옷은 당연히 입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대단히 과학적인 한복을 외면하는 모습은 문화사대주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한복을 새롭게 바라보고 한복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공자는 논어 옹야편에서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 사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고 말한다. 이렇게 훌륭한 참살이옷 '한복'을 아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좋아하고 더 나아가 즐겨보면 어떨까?

<자문> 광주 경희한의원 문찬기 원장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11/01 [19:1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조명순 2006/12/15 [22:03] 수정 | 삭제
  • 그렇습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지요. 명절이나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만 입게 되는 것이 한복이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 우아하고 아름다움은 어떤 양복도 따를 수가 없다. 얼마 전 아는 친지 집을 방문 한 적이 있었다. 개량한복을 짓고 계셨는데, 그 색감에 반해 버렸다. 천연염색을 한 천으로 개량한복을 짓고 계셨는데 그 오묘한 빛깔은 그 어떤 옷감에 비길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고 입었을 때 그 편안함과 여유로움과 멋스러움은 우리 한복만이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사람들이 이 천연염색을 한 옷을 입음으로써 깨끗이 나아지는 것을 메스컴을 통해 볼 때에는 그 효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천연염색 재료로는 소나무 껍질, 대나무 잎, 진달래나무 숯, 먹물, 향나무 껍질, 은행나무 껍질, 석류나무 잎, 감, 포도껍질, 단풍나무 잎, 밤나무, 국화, 양파, 장미, 검정콩, 홍화, 쪽잎 등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이 모두 염색 재료로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소나무 껍질로 염색하는 방법을 한번 보았다.

    소나무는 겉껍질과 속껍질 모두다 염재로 쓸 수 있다. 겉껍질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가마솥에 넣어 온종일 끓인 다음 그 물을 받아 쓰면 되고, 속껍질은 베어낸 즉시 벗겨서 삶아 쓴다.

    □ 재 료 : 소나무속껍질 5kg, 황산철 수용액(물 2리터에 0.5g을 녹인 것) 20ℓ
    □ 방 법 :
    ① 마르지 않은 소나무 속껍질은 물을 잘박하게 붓고 1시간 동안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마른 것일 경우에는 미리 따뜻한 물에 하룻밤 동안 불렸다가 두 번 우려낸 물을 합탕 한다.
    ② 젖은 천을 넣어서 30분간 고루 뒤적인 다음 건져낸다.
    ③ 물기가 가신 천을 황산철 수용액에 20분간 매염처리 한다.
    ④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다시 염액에 1시간 동안 골고루 뒤적여 가며 침염한다.
    ⑤ 염료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횟수를 늘리면 진한 색을 얻을 수 있다.
    ⑥ 직물에 따라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으나 동에서는 맑은 연두색이, 철장(염화철, 황산철도 비슷함)에서는 회색에 가까운 검은 색이 든다.
    ⑦ 매염처리를 하지 않으면 연한 밤색이 드는데 속껍질의 경우 비교적 견뢰도가 괜찮은 편이다.

    전통적으로 나무의 수피를 염재로 사용한 경우가 많다. 그것은 나무의 수지성분이 일종의 고착제 역할을 하여 특별한 매염재 없이도 염색이 잘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일제 말엽에 군복이나 초망(고기 잡는 그물) 염색에 소나무껍질을 이용하곤 했다고 한다.

    이처럼 염색하는 방법이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이 재래식 방법을 편리한 방법으로 개선하여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옷감으로 지은 우리의 한복이 맥을 잃지 않고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