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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서워서 신문지 못 들고 다니겠다?
신문지를 '흉기'로 둔갑시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적용
 
대자보   기사입력  2003/06/13 [11:48]
찌라시 한 장으로 천하가 분란에 휩싸였다. 이름하여 순사보다 더 무서운 '신문지'.
단 한 장의 신문지(사실 그 안에 무공비급인 '규화보전'이 적혀있다고도 한다)가 새로운 '6.13의 전설'을 만들고 있다. 그 사연을 따라가 보자.


▲ 신문지가 '야구방망이'?
중국 광동성에서 사수(死手)를 피해 잠시 조선에 온 동방불패가 광화문 일대를 소요중 조선 순사대에 긴급체포되었다고 한다. 죄명은 평화롭게 서있었다는 조선 순사대를 스쳐지나가면서 길거리에 굴러 다니는 좃선찌라시로 육갑자의 내공을 실어 순사대의 투구를 치고, 두 팔로 순사대 소속원에게 '견인공'을 발휘하여 전치 2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팔출혈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참고로 '좌측팔출혈상'이란 강호에서 실전된지 오랜 무공비급인 <쿠카보안법보전-약칭 보안법>에 있는 '초절정신공'으로 이 신공이 한번 펼쳐지면 무쇠근육을 자랑하는 람보의 팔도 살짝 긁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상을 치료하려면 소림사에서만 비전되는 '아까징기'를 바르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수를 피해 조선에 온 천하의 동방불패도 무명소졸인 조선 순사대원들이 펼친 인해전술과 천라지망 속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는 암수에 걸려 당해 속수무책으로 끌려가 지금은 행방불명되었다고 한다.

한편 자신들이 만든 찌라시가 '흉기'로 둔갑한 사실에 대해 유통망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朝中東객잔 영업소장들은 순사대에 위문품을 전달하면서 거리미화에 힘쓴다며 아부하면서도 '벙어리냉가슴'이라는 주화입마에 빠져있다고 한다.

한편 강호인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청와방의 무현방주와 법무파의 금실낭자는 절세신공인 '맞습니다맞고요'를 펼쳐보이면서도 '아닙니다' 신공의 연마를 위해 폐관수련중이라고 한다.


이상의 내용은 무협지도 SF소설도 아니다. 엄연히 이땅에서 자행되고 있는 웃지못할, 그러나 실제로 매일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 끌려가는 전현욱씨, 방패사이에 사람의 머리가 보인다. ⓒ 민중의소리( http://www.voiceofpeople.org/ )
지난주 토요일(6월 7일), 미군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광화문 촛불행사에서 전현욱씨(29, 민주노동당 경기 성남지구당원)가 '신문지'로 경찰의 헬멧을 때려 3명의 전경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면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추모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전현욱씨는 손에 신문지를 들고 있었을 뿐이며, 평화로운 추모행사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에게 방패로 무차별 폭력을 가해 많은 부상자가 속출하자 이를 말리고 여학생들을 보호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한다. 특히 전현욱씨는 경찰이 추모대에 과잉진압을 하자 이를 등으로 막다가 연행됐다고 한다.

검찰은 전현욱씨가 공권력에 대항하여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였기 때문에 구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6월 10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신문지로 헬멧을 때리는 것이 구속사유가 되면, 손에는 촛불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시민들을 방패와 곤봉 등으로 무차별 가격한 것은 어떤 법으로 처벌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검찰은 분명히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현욱씨의 변호인인 김정진씨는 진보누리(jinbonuri.com)에 올린 글에서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위험한 물건인 신문지'로 전경의 헬멧을 때렸다고 구속시킨 일이 없음"을 상기시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개혁의 실체가 과연 이런 것인가?  당신들이 변호사이던 시절에도 이런 사유로 구속된 예가 있는가? 그리고, 위험한 물건인 신문지를 들고 다니는 모든 시민에 대해서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번 신문지 '흉기' 사건은 '6.13 여중생 압살사건 1주기'를 앞둔 상황에서 사법당국이 긴장한 나머지 무리한 법적용을 벌이는 중에 나온 것으로 6월 13일 시청 앞에서의 '6.13 여중생  1주기'에 경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 경찰은 여성 참가자들에게도 가차없이 '주먹'을 휘둘러댔다.
ⓒ민중의소리



▲ 날라다니는 방패를 손으로 막는 시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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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13 [11: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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