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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출산후유증' 호소. 학교 '담임' 맡으라?
[현장] 대평중 여교사 출산후유증호소, 학교 병가불허 뒤 병원에 실려가
 
김삼석   기사입력  2006/09/23 [01:00]
수원 장안구 정자동의 대평중학교(교장 김문성)가 우울증을 호소하는 박모 교사의 병가를 허락하지 않고 담임업무 발령을 고집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교 쪽은 19일,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없다며 병가를 허락하지 않은 것. 박 교사는 그동안 20여 차례 학교 쪽에 담임대신 수업과 업무를 하겠다고 제기했지만 학교 쪽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20일 오전 박 교사는 학교에서 119구조대에 실려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당사자인 박 교사가 대평중학교에 발령이 난 때는 2002년 3월경. 교직에 부푼 꿈을 안고 1학년을 가르치던 중 10월경 첫 아이를 낳았다. 다음 해 육아휴직이 불가피했다. 1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복직한 때는 2004년 3월경. 그 당시 담임을 맡지는 못했다. 그래도 비담임으로 열심히 수학을 가르쳤다. 1년이 넘도록 수업이 진행했다. 

그러다 지난 해 5월 둘째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산가 및 육아휴직원을 내 올해 7월 24일까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여, 21일 개학과 함께 2학년 교단에 섰다.

박 교사는 학교에 복직하기 전에 육아문제로 망설였으나 복직을 신청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고, 복직 뒤 학교 쪽에 담임을 맡기 어렵다며 ‘담임’대신 ‘수업’과 ‘업무’는 맡겠다고 교감 등을 만날 때마다 말했다. 여기에다 박 교사한테 출산 후유증으로 허리통증과 상시피곤이 늘 몰려왔다.
▲ 8월 31일 박모 교사가 학교 쪽에 제출한 사유서.     ©수원시민신문

지난 달 25일 이후 20여 차례 교무부장, 교감, 교장 등을 번갈아 만났고, 여러 차례 그간의 사정을 눈물로 호소했다.


박 교사는 “지금 몸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맡기가 어렵다”며 “기간제 교사나 부담임이 담임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지만, 교감은 “담임하기 싫어하는 게 아니냐. 정교사가 있는 데 기간제 교사한테 담임을 맡길 수 없다”며 “힘들겠지만 학교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담임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알려졌다.

교장도 “담임을 하다 몸이 아프면 진단서 첨부하고 병 휴직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지난 달 31일 경, 박 교사는 “노산과 육아로 심신이 허약해져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부득이 담임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됨을 양해해 달라”며 한의원의 진단서를 첨부해 제출했다. 모성보호 차원에서 배려해달라는 남편의 의견서도 함께 제출했다. 

학교 쪽과 대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박 교사는 마음고생이 심해진데다 갈수록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했다. 출산 전보다 체중이 5kg이나 줄어 체력이 떨어져 1시간만 수업을 해도 허리가 많이 아팠다. 제출된 진단서와 의견서에 대해 학교 쪽의 답변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럼에도 담임명령이 떨어졌다.

병가를 신청하는 길 밖에 없어 보였다. 5일, 박 교사는 다른 한의원에서 전신피곤과 허리 요통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안정과 가료가 요구된다는 진단서를 제출했다. 교감은 진단서를 보고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병가신청은 보류해 줄 것을 요구했다.

7일 저녁 박 교사는 경기도 교육청에 ‘진단서를 첨부해 병가신청을 했으나 학교 쪽이 병가에 대한 판단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병가허락을 보류하고 있으니 합당한 조처를 바란다’는 민원을 접수했다. 9일 경. 경기도교육청 고충민원담당자한테서 전화를 받고, 민원처리가 완결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관내 중학교 담당은 수원교육청 소관이어서 수원교육청 인사담당과 상황을 전화로 알렸다고 했지만 박 교사한테 지금까지 연락이 온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박모 교사의 아주대병원 진단서     © 수원시민신문



 
 
 
 
 
 
 
 
 
 
 
 
 
 
 
 
 
 
 
 
 
 
학교 쪽에서는 다른 진단서를 요구했다. 결국 이틀 뒤 박 교사는 아주대 병원에서 ‘우울감, 불면, 불안, 체중감소 등으로 적응이 상당히 곤란하므로 3개월의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다시 교장에게 제출하면서 병가신청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교장은 “왜 처음부터 아프다고 하지 않았느냐. 복직을 결정할 때 담임은 없었지만 언제든지 담임을 맡을 생각을 하고 복직을 해야 했다. 복직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원칙론을 주장했다. 박 교사는 15일, ‘내일까지 확답을 달라’고 교감 등에게 다시 이야기했고 16일, 교감은 “매듭은 교육적으로 판단하고 담임업무를 인정하고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병가는 교장의 허가사항"이라고만 한 뒤 19일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자문위원회에서도 박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 쪽과 박 교사가 서로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가운데 19일, 학교 쪽은 회의를 거쳐 결국 병가를 받아 주지 않았다.  

박 교사는 줄곧 몸담고 있는 학교가 이런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학교 쪽에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이미 학교 쪽과 박 교사의 의견은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박 교사가 경기도교육청에 접수한 민원처리에 대해 이창범 도교육청 인사담당 장학사는 “병가 관계인데 병가는 교장 허가사항이라고 말해 주었고, 당일 관할 수원교육청 인사담당에 민원을 넘겼다”고 전했다.     
 
▲ 22일부터 대평중학교 교장실앞에서 농성에 들어 갈 박교사 남편이 학교쪽에 주장하는 내용.     © 수원시민신문

윤승유 수원교육청 중등교육담당 장학사는 “학교장과 두 차례 통화했다. 학교장이 병가 허락하지 않은 거는 알고 있다. 학교는 학교장의 책임경영제다. 교장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병가문제 등) 문제가 되었으니 커졌는 데 이런 사소한 거 까지 어떻게 다 신경을 쓰느냐”고 밝혔다. 

현재 박 교사의 절절한 호소는 학교 외부인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 도교육청 고충처리위원회로 넘어 갈 예정이다. 19일 박 교사는 이 사안을 국가인권위에 진정접수한 생태다.
 
박 교사는 20일 오전 수업 중에 너무 힘들어 보건실에 갔다가 보건실에서 119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 본 기사는 수원시민신문(http://urisuwon.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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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9/23 [01: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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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넓게보면 2006/09/25 [15:19] 수정 | 삭제
  • 사건의 배경을 보면 제왕적 교장제도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좀더 따진다면 학교내의 교사구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 작은 학교에 기간제 교사가 10여명이 넘고 상당수의 교사가 가임기 여성입니다. 출산육아휴직이 많고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기간제교사뿐만 아니라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정규교사배치가 안된 자리도 기간제교사 몫입니다
    부장이다,기간제교사다,교장이 친애하는 교사다라고 담임에서 제외하고 나면 이처럼 무리수를 두게 되죠.
    남성들의 교직 비선호(예전부터 같은 학벌의 다른 직장보다 낮은 급여가 주된 이유였음)에 여성들의 교직선호(다른직장보다 안정된 기혼여성근무여건으로)에다가 최근에는 군복무 가산점 폐지에 따른 남성역차별로 갈수록 남교사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남교사 유인책과 부족교원충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출산전후에 있는 여교사들의 업무공백을 메우려면 충분한 정규직교사들이 확보되어야만 합니다. 교직에서 조차 아이낳아 키우기가 이렇게 어렵다면 누가 낳으려고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