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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마법, MBC와 SBS도 침묵하게 만들다
[언론시평] 이건희회장 소환 침묵은 이 시대 저널리즘의 참혹한 자화상
 
양문석   기사입력  2006/08/16 [13:12]
<문제> SBS 8시뉴스는 왜 검찰의 ‘이건희 공개소환’ 방침을 보도하지 않았을까?(   )

1) 민영방송이기 때문에 2) 주5일제 여파 때문에 3) 삼성광고 때문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시점은 지난주 목요일. 한 달 넘게 소환에 불응했던 홍 전 회장은 법조비리 수사에 관심이 쏠린 틈을 타 비공개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제 남은 핵심 피고발인은 이건희 회장과 아들인 이재용 상무,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등 3명. 이재용 상무의 그룹 경영권 확보라는 큰 그림에서 이들이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가 남은 수사의 관건입니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되 공개 소환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는 경우, 떳떳하게 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공개소환 언급 자체가 검찰의 처벌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이건희 회장에 대한 공개소환을 통해 검찰의 수사의지가 어느 정도까지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위 기사는 KBS가 지난 13일 일요일 저녁 9시뉴스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공개소환에 대한 검찰방침은 지난 일요일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였다. 토요일부터 거론되던 검찰의 ‘이건희 공개 소환’ 방침을 SBS 8뉴스는 왜 보도하지 않았을까?
 
먼저, ‘민영방송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답이 아니다. MBC도 하지 않았기 때문
 
둘째, 주5일제 여파로 인해 취재기자들이 부족해서 이 보도를 할 기자가 없었다고 이유를 대면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상파 3사 비교, 기자 수가 가장 적은 SBS 보도국의 실정을 감안하고, 또 주 5일제로 인한 기자수의 부족현상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셋째, ‘삼성광고 때문’이라는 이유는 답에 아주 가깝다. 지금 시기, 신문사나 방송사에게는 아주 고통스런 ‘광고비수기.’ 설상가상으로 지난 월드컵 때 광고를 미리 끌어다 붙이면서 전체 광고물량이 7-8월에 ‘확’ 줄어들었다. 그 와중에 삼성 구조본, 아니 최근 이름을 바꿔 ‘삼성 전략기획실’이 결코 ‘좋아하지 않을’ 이건희 삼성회장의 공개소환 뉴스를 ‘굳이’ 내 보내 ‘미운털’ 박힐 이유가 없었겠지. 또한 돌이켜보면, MBC가 지난 해 안기부 도청 ‘이건희 이학수 홍석현의 X파일’을 수개월 전에 이미 취재를 끝내놓고도 보도하지 않다가 엉뚱하게 조선일보가 ‘미림팀’을 특종한 직후 ‘어쩔 수 없이’ 여론에 떠밀려 보도했을 때, 보도를 미적거렸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삼성광고’ 때문이었다. SBS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MBC는 이번에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호 MBC 기자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겼지만, 국민의 알권리 등 공익성이 더 크다는 법원은 판결로 인해 ‘무죄선고’를 받은 것은 언론자유가 한 뼘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문사나 방송사의 ‘자본에 대한 굴종적 태도’로 인해서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일조차 보도하지 않은 것. ‘이건희 공개 소환’에 대한 SBS와 MBC의 ‘침묵’을 너무 무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 결코 아니다.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먼저, <미디어오늘>이 지난 해 9월13일자로 보도한 ‘삼성광고비율’에 관한 기사부터 살펴보자.
 
"서울신문과 경향신문은 전체 광고매출액의 17%가 삼성그룹 광고다. 흔히 '한경대(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구 대한매일))'로 불리며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던 신문들이 오히려 삼성광고 의존도가 더 높은 것이다."
 
광고매출액 중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4위는 서울신문(17.1%, 59억8500만원), 경향신문(16.7%, 63억2900만원), 문화일보(15.1%, 40억8300만원), 한겨레(14.6%, 61억34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진보적인 매체로 알려진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삼성광고 의존도가 동아일보(5.6%)·중앙일보(5.0%)·조선일보(4.1%)의 광고의존도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비율이 아니라 실제 삼성그룹 광고액으로 따지면 결과는 달라진다. 2000억원대 광고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에 비해 경향·한겨레 등의 전체 광고매출액은 300∼400억원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광고 매출액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중앙일보(124억5800만원), 조선일보(119억4400만원), 동아일보(117억8100만원) 한국일보(95억3800만원) 순이다. 전체 광고매출액이 5000억원대를 훨씬 상회하는 MBC(593억2000만원)·SBS(549억6800만원)·KBS2(510억9600만원) 방송3사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MBC는 연간 593억2000만원, SBS는 549억6800만원. 이들 방송사의 연간 광고매출액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 그런 삼성이 싫어할 게 뻔한 ‘이건희 공개소환’ 관련 보도는 안할수록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 전략기획실의 주특기인 ‘전화 한 통’으로 기사를 눌러 앉혔는지도 모른다. 한국 언론의 ‘저널리즘의 기능’을 ‘전화 한 통’으로 무력화시키는데 워낙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 전략기획실인지라. 방송사가 알아서 기었던지, 삼성 전략기획실의 전화압력에 굴복했던지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간의 삼성관련 보도태도를 보건데. 
 
저널리즘의 기본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 보다 철저하게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언론사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시청자가 있어야 방송사가 존재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 그래야 광고주도 광고로 언론사 방송사를 좌지우지 못하지. 하지만 광고주 눈치 보기는 비록 저널리즘의 기본을 짓뭉개는 것이지만 ‘당장 단 맛 나는 당근’이 또한 삼성광고다.

비판 기사나 부정적인 기사에 대해 청와대는 빼지 못해도 삼성은 뺄 수 있다고들 한다. 이 말이 SBS와 MBC까지 통하는 ‘이 시대 저널리즘의 참혹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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