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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가 은행수준의 보안이라고요?
NEIS관련 교육부의 주장은 국민은행에 의해 무너져
 
양문석   기사입력  2003/06/04 [11:20]
노무현정권의 말바꾸기에 신물이 난다.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시절의 생각이었다, 교수시절의 생각이었다, 시민단체 시절의 생각이었다며 기존의 존재근거를 온통 부정하는 주장만 난무하다.

최근 말바꾸기의 하이라이트는 윤덕홍 교육부총리다. 도무지 상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말장난'은 결국 노무현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50%가 등을 돌리게 하는데 대통령 다음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박상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NEIS)은 폐기되어야 한다, 대자보 100호
권태윤, 윤덕홍 교육부총리와 민주당의 난리부르스를 보며, 대자보 100호
양문석, 윤부총리의 고무줄 철학과 철사 소신, 대자보 100호

문제는 그것이 법적으로 근거가 있느냐와 과연 그들의 주장이 현실 속에서 타당한 것이냐이다. 법적인 부분에서는 이미 인권위원회에서 헌법정신 위배라는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는 현실적인 타당성을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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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와 시민사회는 NEIS의 치명적인 문제 중 하나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힘들기 때문에 중앙에서 모든 정보를 취합해서(集積) 관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을 했고, 이에 대해서 교육부는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5월24일 일요일 SBS 프로그램 '생방송 세븐데이즈'와의 인터뷰에서 한 교육관료는 '상수도에 독약 푸는 것이 무서워 수돗물 안 마시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의미다. 이 발언에서 교육관료의 '무식함'이 전혀 여과없이 드러난다.

먼저, NEIS가 어떻게 수돗물과 같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아할 따름이다. 인간에게 있어 물만큼이나 NEIS가 필수적인 것임을 증명할 때 통할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물과 NEIS는 말 그대로 필수성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이다. 부적절한 비유다. 오로지 전교조와 시민단체의 논리를 제압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도 닿지 않은 정서적 선동 문구를 나열하는 것은 현재 교육부의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를 판단하는데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IMAGE1_RIGHT}둘째, 해킹의 위험정도가 상수도의 독약만큼 치명적인 것은 적절하다. 그런데 상수도에 독약푸는 것이 무서워 수돗물 안 마시는 것 즉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 구더기가 무서우면 어떻게 퇴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상수도에 독약을 풀 가능성이 있으면 이것을 사전에 예방할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감시감독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최소한 이런 방식으로 대책을 제안하고 이를 관철시켜 보다 높은 수준의 보안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상이지 오로지 자신들이 정해 놓은 길만 달려가면서 잘못된 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무슨 '장애물'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독선이요 오만일뿐이다.  

이런 독선과 오만은 위 관계자뿐만 아니라 교육부 김두연 정보화지원 담당관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SBS  '생방송 세븐데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수준의 보안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라고 주장했다. 또 교육부의 보안전문가라는 사람은 해킹으로부터 100%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지문인식'과 '전문가 24시간 메인서버 상주'가 그 근거다. 전교조와 보안전문가들이 100% 안전한 보안장치는 있을 수 없음을 누누이 강조해 온 점을 반박한 것이다.  

그런데  5월31일 연합뉴스를 보면, 은행수준의 보안이 어떻게 깨지는지에 대해서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기사가 올랐다. 내용인즉, 국민은행 BC카드 고객 20여만명의 개인정보가 한 홈쇼핑업체에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지난 200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제휴를 맺고 통신판매업무를 해온 한 중소 홈쇼핑업체에 고객 23만여명의 신용카드 정보를 유출시킨 것이다. 고객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카드번호와 상품구매 내용 등이 포함돼있다. 이 홈쇼핑 회사는 이렇게 빼돌린 고객정보를 불법 카드깡업자 등 브로커들에게 1인당 3천원씩을 받고 넘기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내부 직원이 정보를 유출한게 아니라 공동작업을 해오던 홈쇼핑업체 직원이 불법적으로 절취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허위사실 유포와 개인정보 절취행위에 대한 검찰고발 조치와 함께 민사상 책임도 추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틀림없이 NEIS를 통해서 1981년 고등학교 졸업생들까지 포함하는 '생활기록부'가 시중에 유출되면 교육부 관료들은 국민은행 관계자들이 주장하듯이 교육부의 문제가 아니라 '업체'의 문제라는 둥 자신들이 아닌 제3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들 것이다. 특히 하루 만에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윤덕홍장관 체제 하에서는 더욱 이런 개연성이 높다.

지금도 거짓말을 밥먹기처럼 하는 교육부의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사건이 터지고 나면 이미 개인신상정보는 더 이상 주어 담을 수도 없다. 당장 지난 20여년 동안 고등학교를 졸업한 20-30대 모두의 개인정보 유출과 또 지금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정보 유출은 이들에게 진학과 취업 그리고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상처를 준 이후다. 교육관료 한 둘의 밥그릇이 날아가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데 굳이 NEIS에 대해 '헌법정신의 위배'라는 인권위의 결정을 비웃듯이 무시하고, '국가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는 둥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발언에 의존한 채 밀어붙이기를 하는 교육부의 맹목성은 '탁상공론'과 '관료주의'를 가르치는 선생들이 '소중히' 사용해야 할 대표적인 사례다. / 논설위원

* 필자는 언론학 박사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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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04 [11: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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