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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북한이 붕괴하면 안되는가?
북한의 붕괴는 미군정과 친미정권의 수립으로 귀결
 
평화만들기   기사입력  2003/05/26 [10:14]
2차세계대전중 유황도에 성조기를 꽂는 미군병사들,
폐허가 된 북한 땅에 성조기를 꽂는 미국을 상상하라
Photo By Joe Rosenthal
한반도가 전쟁으로 빠져 들어가는 가능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입니다.

아직도 경제제재가 결국 북미간 전쟁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한민족 모두가 패망의 길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설상가상으로 북한점령시 북한 전역에 미군정이 실시되고 난 후의 남과 북의 정치적 운명을 가늠해 보면 암담하기만 합니다.

전쟁을 통한 통일이라는 것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난 후의 일이므로 통일가치를 따질 일도 없습니다만 통일이 되어도 미국은 북한지역에 대한 특수한 정치적-군사적 지위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그런 특수한 정치적-군사적 지위를 전제로 해서 통일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한반도에서 통일공신을 자임하려 할 것이고, 일본 역시 미군을 따라 한반도 북단에 상륙하는 초유의 사태를 현실화시키며 북한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획책할 것입니다.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 전쟁에서 이기면 승전국은 모든 전비를 패전국에게 물립니다. 소위 배상금을 요구하게 됩니다. 북한이 새로운 국가로 나아가든 한국과 통일을 이루든 미국과 일본은 북한점령에 들어간 모든 전쟁비용을 한국 혹은 신북한에 강요하게 됩니다.

신북한은 거대한 빚을 지고 새로운 역사과정에 들어가게 될 것이며, 통일한국은 남한이 그 모든 비용을 감당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미국이 북한지역을 통일시켜주는 대가로 그런 것을 요구할 것이라 봅니다.

한편, 그 대가 가운데 또 다른 하나가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미일연합군을 위한 특수지위의 요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뭐, 아예 북한에 대해서 별도의 국가를 설치하려 들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요한 투자결정에서 한국의 압도적인 우위는 미일에 의해 사라질 것입니다. 그 전에 언급해야 할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체제가 북한에 그대로 강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신자유주의체제 하에서도 투자의 우선순위가 지금까지의 남북협력에서처럼 한국에게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미일자본이 선점하고 난 찌꺼기가 한국기업에게 던져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유고가 그랬듯이 미군정이후 북한의 물가는 서너 배 이상 폭등하여 신북한의 북한주민은 유고국민이 겪는 것처럼 일상경제생활의 과정에서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주택도, 의료도, 교육도 모두 자기자신이 해결하는 체제하에서 살게 될 것이며, 일자리를 갖지 못한 자들은 산업예비군으로서 거리를 하릴없이 배회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한국처럼 살기 힘들어 자살하는 자가 매년 6천이 아니라 격변기를 반영하여 6만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실상에 대하여 미국과 한국, 그리고 소위 진보적 시민사회세력 및 단순한 인권중시세력들은 드디어 북한국민의 다양성의 시대가 열리고 민주적 정치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정치적 인권이 신장되었다고 선전해 댈 것입니다. 그리곤 강요된 신자유주의는 북한주민의 "해방"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며 북한국민들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앞으로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 떠벌릴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외부에서 탈북자 가운데 황장엽 같은 사람을 미군정 이후의 북한통치를 위하여 데려다 놓을 것입니다. 이 경우는 물론 북한자치 혹은 북한독립국의 형태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런 그림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입니까? 물론 전쟁의 참화에 대해서는 아직 말도 꺼내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 부분을 추가한다면 사태는 더욱 한심한 모양을 띠게 될 것입니다. 일반 국민만 해도 최소 2~300만은 사망하거나 다칠 것이며 핵전쟁의 양상이 되면 1천만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우리 국군 장병들 가운데 50만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존재합니다. 국토는 피폐되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핵오염의 위험 속에 방치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또한 보다 거시적으로 북한에 미국의 특수지위가 인정될 것입니다. 혹여, 북한이 한국의 통제하에 있다 하더라도 상당부분 자치를 수행하는 독립자치주의 영역이 되거나, 아니면 미군정 이후 완전한 친미형 독립국가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 경우 한국은 북한과의 대립과정에서 지녔던 한국의 정치적 중요성을 모두 상실하게 됨으로써 북미관계가 새로운 북미동맹조약의 형태로 맹위를 떨치게 되어, 한국에게는 탈정치화된 월가자본의 극동경제센터의 역할만이 할당될 것입니다.

또한 남북한을 통틀어 미-중 대립사이에서 일본까지 끌어들여 중립을 지향하는 동북아 평화 및 번영의 길은 버려지고, 남북한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 도구로 전락할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붕괴된다면 미국은 북한의 붕괴를 위해 중국과 유지했던 호혜적 관계를 청산하고 중국에 대한 적대전략으로 전환하게 될 것입니다.

http://jabo.co.kr/zboard/
RUMSFELD, FREE N&S KOREA PROJECT
김영화   작
북한은 급작스럽게 붕괴되면 안됩니다. 통일하더라도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연합형 통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단일체제보다는 연방 혹은 연합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한 북한을 경제식민지화 하기보다는 한국의 경제중독증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국가형태로 존속시켜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북한이 많은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능력이 강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은 한국과 달리 상속제도를 제거한 시장사회주의체제를 펼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려워도 이런 것은 북한에서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상속제도를 거부한 시장주의가 북한의 한 축을 이루게 될 때, 이 사실자체는 한국의 천민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비판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내부에서는 이런 것을 도저히 이룩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남북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서로 다른 체제로 존재하면서 국가연합형 통일체제를 이룩하게 될 경우 남과 북은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획일성을 벗어나 역사상으로도 중대한 체제실험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북한은 WTO에 가입하고 있지 않고, 수출 등 대외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낮으므로 해외자본에 대한 국가통제도 한국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과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권이라는 요소의 고려가 이런 점들과 양립 불가능한 것은 더더욱 아닌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과는 달리 군사적으로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남은 경제에 북은 외교에 특장을 갖고 있으므로 남과 북의 공존 및 상생을 위한 평화로운 결합은 정치와 경제가, 자주와 국제가 서로 분리되거나 대립되지 않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의 결합임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들이 서로 분리되어 존재할 때에는 그 분리의 독이 남북한 국민들의 삶을 고난스럽게 하는 것이지만 양자가 평화롭게 결합될 때에는 그 독은 사라지고 오히려 상생과 번영과 평화의 상승효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일시에 붕괴하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암울한 전망만을 갖게 됩니다. 백 번 양보해서 보더라도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김정일을 둘러싼 추문과 오명은 어느 정도 사실이겠지만 정권 없애겠다고 북한 주민들까지 제거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 초가삼간은 우리 마을에 들어서 있던 단 두 채 가운데 다소 허름한 집인 셈입니다. 우리는 기와집을 갖고 있다고 한국이 가난한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일에 함부로 나설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돌연한 붕괴는 한민족 전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한국 자신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내외의 정세를 자각하고 성찰하여 대북포용정책의 골간을 견지함으로써 평화와 민족공영의 길을 열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 본문은 평화만들기( http://www.peacemaking.co.kr/ ) 74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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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5/26 [10: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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