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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룸살롱은 용서해도 강남룸살롱은 용서못해
그들만의 강남공화국에는 여당 야당 김종필도 한통속?
 
이유현   기사입력  2003/05/23 [18:40]
룸살롱은 검찰에 맡기고, 정치인들은
화합과 통합을 위해 애쓰시라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푸념에 5월 21일 3당 대표가 모처럼 청와대에 모여 만찬을 즐기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화기애애함이 지나쳤을까? 청와대 만찬을 마친 3당 대표는 걸쭉한 뒷풀이를 가졌다고 한다. 그것도 강남의 노른자위라고 불리는 서초구에 있는 '지안'이라는 한정식과 룸살롱을 겸한 곳에서 주연을 베풀었다고 한다.

3당 대표가 모였어도 삼인삼색이라, '대통령 해먹기'보다 더 힘든 각각의 사정 때문에 청와대에서 화끈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김에 다른 자리를 마련했을 거라는 고충에는 공감이 간다. 신당논의로 바람잘날 없는 민주당의 정대철 대표, 차기를 기약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6명의 난쟁이이들이 벌이는 당권경쟁에 샌드위치가 된 한나라당의 박희태 대표, 그리고 침몰 직전의 자민련 대표인 김종필 총재는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 모를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만찬을 마치고 나왔으면 가까운 삼청동이나 인사동이나 가서 값싼 양주에 맥주나 섞어서 이른바 '폭탄주'나 마실 것이지 비싼 휘발유 낭비해가면서 교통체증에 시달리면서 강남까지 갈 이유가 있었는가? 그들에게 물류대란은 화물차 운전기사들만의 일이었나?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고, 이것을 부채질 하는 주범은 결국 부동산투기이다. 그 부동산투기의 온상이 바로 강남이며, 강남만의 특구를 유지 강화하는 것은 바로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다. 경제 및 부동산대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야할 고위공무원 중 다수가 강남에 산다는 신문보도를 접하면서 평생에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소원인 서민들의 뇌리에는 무엇이 스쳤을까? 대통령 자리보다, 아니 청와대보다 내 이름으로 문패 단 아담한 집 한채가 더 절실하지 않았을까?

강남의 룸살롱, 그것도 전직 대통령 아들들이(YS의 차남 김현철과 DJ의 차남 김홍업이 즐겨 갔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다) 줄줄이 즐겨 간 곳이라 '명성과 권위'를 자랑하는 곳에 가서 호화판 주연을 즐긴 것은 어쩌면 그들에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왜? 거기를 가야 그래도 잘 나가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그리고 그곳을 출입한다는 과시를 해야 정치적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정치인들이 다 무상 출입할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정경유착에서 보여주듯, 룸살롱은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 아니던가. 따라서 정치인만 탓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정치꾼들이 룸살롱에 가든 목로주점에 가든 서민들은 알바 아니다. 가서 무엇을 먹고 무슨 짓을 하는지도 알 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강남의 룸살롱(겉으로는 '한정식'이라는 표지를 달았지만)까지 기어가서 국정을 농(弄)하고 정치를 주물럭 거리면 대한민국의 '강남공화국'화는 브레이크 없는 벤츠가 된다.

사실 김종필의 경우 육사 8기생으로 1961년 36세의 나이에 박정희의 오른팔이 되어 쿠데타(그들만의 용어로는 '혁명')에 성공한 이래 40여 년간 한국정치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박정희와 함께 신당동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쿠데타를 꿈꾸었지만, 쿠데타 성공 이후에는 한국판 '요정정치'의 산증인이 된다. 특히 그는 젊은 나이에 한일협정을 체결하느라 일본의 노회한 정치꾼들(당시 약관 김종필의 상대는 식민지 경영을 한 오오히라 외상이다)에게 일본식 정치의 진수인 '요정정치'를 전수받았고, 이후 그것을 이른바 민주화 투사인 야당의 김대중과 김영삼을 상대하면서 활용했던 것이다.

그래도 당시 60년대(6.4 한일회담 반대, 3선개헌 반대 등) 야당투사들은 폭압적인 박정희 군부세력과 목숨을 걸고 싸웠다. 물론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여당과 타협한다고 하면서 '사꾸라' 소리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 강북의 요정정치(고급한정식 식당)에서의 대화는 그래도 '낭만'은 있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그것은 강북 한정식집의 단아한 한옥이 주는 이미지와 그래도 야당의원들은 입끝마다 '국민과 민족' 운운하면서 군부독재와 타협할 수 없다는 강기를 보여주곤 했던 것이다. 물론 그 자체가 협상이자 '쑈'일 수 있어도 김종필 등의 군부독재의 하수인들은 '협박과 회유'로 야당인사를 상대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대리석이 깔리고 선정적인 옷차림의 젊은 여성이 서비스 하는 곳에서 '국리민복'의 자세가 나올 수 있을까? 정 룸살롱에 가겠다면 서울공화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강북으로 가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결국 김종필이 주선해서 마련된 룸살롱 뒷풀이는 '요정정치'의 연장이자, 정치적 식물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김종필의 마지막 발버둥에 지나지 않다. 겉으로는 '정치의 낭만'을 찾자고 했지만, 그 낭만이라는 것이 시민사회의 분노와 권익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향연에 불과한 것이고, 어떡하든 충청권을 볼모로 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http://jabo.co.kr/zboard/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고심이 많으신가요?
'너와 나의 고향'을 열심히 부른다고
꿈에 그리던 내각제가 될까요?
김종필은 3김청산이 언급될 때 마다 '양김은 대통령을 했으니 나는 빼달라'라는 우스개인지 피눈물나는지 모를 얘기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5.16 군부독재의 적자 김종필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김대중 김영삼은 민주화를 위해 작열하는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이라도)을 했다. 양김이 민주화를 위해 싸울 때 과연 김종필은 어디서 무엇을 했던 것인가? 그러니 양김이 '그나마' 대통령이라도 했는데 자신은 한 것이 없다고 '몽니'나 부리지 말고 이제 그만 '룸살롱'에서 나오시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서산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앞에서 '일광욕'이나 하던지..

마지막으로 이제 그들만의 '광장'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지금 기득권들의 모여 작당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이제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들이 밝혀지고 있다. 당신들만의 '밀실'이 이제 네티즌들의 '광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경노당에서 치매방지를 위해 고돌이나 치실 것을 권한다. 단, 경로당도 이왕이면 고풍스런 강북의 경로당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독자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마디를 첨언합니다. 강남이든 강북이든 룸살롱 가지 마시라. 일찌기 강준만 교수도 룸살롱 안가겠다고 <한겨레21> 지면을 통해 '양심선언'을 했고, 어느 정치칼럼 사이트에서는 '룸살롱' 때문에 안티조선 논객들이 곤욕을 치룬다고 합니다. 국가경제 좀먹는 룸살롱은 가지 맙시다.

* 본문은 독자기고입니다. 본문에 대한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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