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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과 김일성, 철원 ‘승일교’를 아시나요?
남북통일은 승일교처럼 일방적인 통일아닌 이질성 포용하면서 진행해야
 
황진태   기사입력  2006/06/10 [11:48]
지난 5월 철원으로 안보답사를 1박 2일 일정으로 짧게 다녀왔다. 2년 만에 두 번째 안보답사였는데 보훈의 달인 6월에 답사 때 보았던 몇 개의 건조물이 떠올라서 몇 가지 생각을 건조해볼 까 한다.

남북통일의 해법은 승일교처럼

한탄강을 가면 승일교라는 다리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승일교를 설명할 때 6.25전쟁 당시 북한이 “강제노력 동원”으로 절반 정도를 구축했다가 절반은 휴전 이후에 남한이 “국토통일을 위하여 북진하던 중” 장렬하게 전사한 박승일 연대장의 이름을 따서 완공되었다고 머릿돌에 새겨져 있지만 믿거나 말거나 승일교라는 이름이 북의 김‘일’성과 남쪽의 이‘승’만에서 따왔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사진을 보라. 다리를 중심으로 왼편과 오른편의 다리 양식에 차이가 있지 않은가. 남과 북의 한 다리를 두고 건축 양식에 차이가 기묘하게 나는 것을 볼 때 오히려 남북한의 두 지도자의 이름을 딴 설이 더 적확하지 않을까.

▲ 승일교의 중앙기둥을 중심으로 남과 북의 양쪽 건축양식 차이가 확연히 구분된다.     © 황진태

우리가 통일을 구축하는 방식 또한 (그게 송두율이 주창한 내재적 접근론이든 간에)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통일론이 아니라 상호 간의 서로 다른 이질성을 포용하면서 종막에는 평화적인 통일을 세워야 할 텐데 승일교의 건축양식이 모범적인 해법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안보상업주의의 긍정적(?) 사례

안보상업주의 하면은 떠오른 사례가 90년 대 중반에 보수언론에 의해서 뻥튀기 된 한반도 전쟁 위기설로 라면을 가득 사왔던 기억을 손꼽을 수 있다. 안보위기를 조장하여 그걸로 이득을 보는 몰지각함이란 과거에 비해서 현재는 하버마스의 말처럼 안보에 관한 “데이터 뱅크와 저장칩의 접근”이 수월해져서 이제는 국민들도 쉽사리 현혹되어 라면을 박스 채 구입하지는 않는다.

▲ "어서오세요 안보와 체험 관광 중심 철원입니다"는 문구가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 황진태

그런데 안보상업주의가 부정적인 줄만 알았지만 긍정적(?) 사례도 있다. 승일교를 지나면 곧바로 도로 양쪽으로 사진과 같은 건축물이 보인다. 이 건축물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 바로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의 기계화 전력의 남쪽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대전차 방호벽이다. 함께 답사를 갔었던 학생들 대부분이 모르는데 방호벽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폭파시키기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 아마 군복무를 전방에서 했거나 기갑, 공병 주특기였던 독자들은 잘 아실테다. 

70년대 ‘비호’라는 작전으로 세워진 이들 방호벽의 정확한 위치와 개수는 기밀사항인데 최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방호벽 철거 또는 땅 속에 빈 콘크리트 구조물을 넣어서 전시에 폭파시켜 구덩이를 만드는 대전차구로 대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엄연히 북과의 대치상황에서 완전한 철거는 불가능하고, 대전차구는 방호벽 보다 갑절이나 되는 건축비용으로 설치를 주저하고 있다.

▲ 철원으로 가는 길 양편으로 세워진 방호벽이 지금은 잘 꾸며져있다.     © 황진태

그렇다면 철원의 다음과 같은 사례는 어떨까? 철원군에서도 애시당초 방호벽이 풍기는 무거운 군사적인 분위기 때문에 철거를 고려했으나 철원이 안보상의 요충지인 것은 누구나 아는 바. 이 중압감을 “태봉국(궁예가 철원 비무장 부근 태봉국을 세운지 1천 100년이 되었다.)의 성곽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리모델링”하는 재치를 보였다.

더불어 승일교 또한 관광자원 개발 차원에서 사진에서 보듯이 밤에는 조명시설을 이용한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 반세기전 승일교를 건축하던 사람들은 이렇게 관광자원이 될 줄은 상상 못했으리라.     © 황진태

그간에 안보상업주의를 부정적 일변도로 인식해왔지만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면서 이러한 냉전의 시대적 상징이었던 군사시설과 건축물에도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변화를 목격할 때 통일은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훈의 달 6월에 호국충정의 영들이 바라는 것도 이러한 평화로운 통일이리라.     

▲ 철원 고석정 공원에서 한 모녀가 한국전쟁 당시 싸웠던 M계열 전차 앞에서 한가로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호국영령이 바라는 이 땅에서 전면적인 '무기의 고철화'되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 황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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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10 [11: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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