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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는 진보주의와 인류 사회의 공적이다
보수주의와 패권주의 노선을 철저히 견지해와
 
이용길   기사입력  2003/04/23 [23:55]
이번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있어서 블레어 영국 총리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서 영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수 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레어는 부시 행정부의 강경 패권주의 전략에 철저히 동조해 왔다. 따라서 이라크 침략은 블레어의 지원이 없었다면 미국 단독으로 치루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었다고 사료된다.

이번에 미국이 UN을 중심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의 여론을 무시하고 이라크 침략을 감행했던 것도 사실은 미국의 뒤에 블레어가 이끄는 영국이라는 강력한 혈맹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블레어는 진보 정당인 노동당 출신의 총리이다. 그러나 블레어가 집권 이후 보여준 모습은 진보주의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된다. 도리어 그는 국내적으로는 보수주의적 성향을 보여주었고 국제적으로는 패권주의적 경향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그는 제3의 노선이라는 신 노선을 내걸고 영국과 유럽 진보 진영의 혁신(?)을 지향했다. 그는 유럽 진보 진영의 전통 노선인 사회 민주주의의 진보성(사회 복지 체제론)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사회 민주주의의 보수성(시장의 경쟁 논리)을 극대화시켰다. 그의 새로운(?) 노선은 국가 사회주의의 몰락과 신 자유주의의 득세라는 시대적 조류와 맞물리면서 유럽 진보 진영의 이념과 정신을 본질적으로 헤손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한편 지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번 이라크 침략에서 부시 행정부가 전면에 나섰다면 배후에서 이를 지원하고 조종했던 이가 바로 블레어이다. 국제 언론은 블레어를 부시의 '애완견'이라고 야유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블레어의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도리어 블레어가 자신의 (보수적으로) 탁월한 정치 역량과 패권주의적 야욕으로 정치·외교적으로 부시를 지원하고 조정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블레어는 부시의 단순하고 조급한 스타일에 기인한 군사력 중심의 일방적 패권주의 전략을 치밀하게 조절하면서 세계 여론을 친미·친전으로 견인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유럽 등 세계 여론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도록 유도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이번 이라크 침략에서도 블레어는 반전의 선봉에 섰던 프랑스의 시락 대통령과 맞서 유럽과 세계 여론이 이라크 침략을 지지하도록 최일선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하였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가 이라크 침략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명백히 하고 있을 때 블레어는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포르투갈 등과 함께 이라크 침략을 지지하는 선언을 용의주도하게 발표함으로써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의 여론을 분열시켰다.

그는 전후 이라크 재건에서도 부시 행정부가 표방하는 미국 단독의 재건 구상에도 적절한 간격을 두고 그 동안 철저히 무시했던 UN이 전후 재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명분론을 제시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적절한 유연화를 꾀하기도 하였다. 이는 이라크 전후 재건 사업을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면서 EU와 UN은 들러리로 참여시킴으로써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간 블레어가 보여준 대외 정책에 기초해 볼 때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대외 전략은 20세기 중엽 이후 세계 체제에서 추락한 영국의 지위를 일신시켜 세계 패권주의적 전통을 부활시키는 데 있다고 사료된다. 단지 블레어가 지향하는 대외 전략이 19세기 영국 제국주의와 차별화되는 점은 현 단계에서 영국 단독으로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에는 자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앵글로 색슨 계통의 형제국인 미국이라는 21세기 패권국의 힘을 활용한 연합의 형태를 취했다는 점이다.

결국 블레어는 앵글로 색슨 계열(미·영 연합)의 세계 패권을 수립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블레어에게 있어서 진보주의는 단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적 외양에 불과한 것이고 그의 정치적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보수주의와 패권주의에 철저히 경사되어 있다고 사료된다.

한편 이번 이라크 침략에서 희생된 무수히 많은 민간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블레어가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폭격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두 팔을 잃은 알리(12세) 소년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부각되자 그의 치료에 관심을 표시한 것은 '블레어스러운' 모습의 전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결론적으로 블레어는 현 단계 진보주의의 발전과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존 공영을 염원하는 인류 사회에 결정적 해악을 미치는 존재이다.    

* 필자는 전북대, 숭의여대, 농협대에서 강사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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