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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발언에 ‘여권 희롱하기’ 나선 수구언론
[미디어시평] 정동영과 김두관의 싸움부치지 말고 정치적 의미 지적해야
 
양문석   기사입력  2006/05/29 [09:11]
김두관 열린우리당 경남지사 후보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공개비판함으로써 언론들은 여권분열 또는 투표일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적전분열이라며 결과적으로 '여권희롱하기'에 너나 할 것이 나섰다.

'분열'로 인해서 쟁점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언론들은 '분열'로 김두관과 정동영의 행위를 개념화시킨다. 열린우리당 경남도당위원장과 대변인까지 김두관의 기자회견을 '해당행위'나 '내부분열 촉발행위'쯤으로 폄훼한다.

하지만 김두관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일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하기야 정치권이나 언론이 '왜 싸우는 지'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의 일인가.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의제에 대해서 '싸움자체' 즉 불구경과 싸움구경에만 혈안이었지, 왜 싸우는가? '싸움'의 이유, 즉 싸움의 원인, 과정 그리고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항상 그렇듯이 관심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문제는 최소한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두관과 정동영의 다툼은 상당히 근본적인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기 때문이며, 이후 비한나라당 비민주노동당 세력에게는 '회귀'냐 '진보'냐의 갈림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살펴보면, 김두관이 주장한 '열린우리당의 석고대죄론'과 정동영의 선거전략인 '읍소작전'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김두관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전국정당론'과 정동영의 '지역주의 회귀를 위한 민주대연합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미 선거는 한나라당이 싹쓸이 하는 분위기다. 역전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정세분석에 '좀 아는 사람들'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이 꺼내 들어야 할 카드는 '이전'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요, '이후'에 대한 의미 있는 '비전'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동영은 얼토당토않게 '한나라당 싹쓸이 견제심리'를 자극하는 '읍소작전'이라는 카드를 꺼내든다. 단언컨대, 열린우리당이 꺼낼 수 있는 최악의 카드다. 읍소작전 안에는 지역주의 회귀를 꿈꾸는 민주대연합론과 고건 전 국무총리 옹립론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에 대해 김두관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그것도 '해당행위'라는 비난을 감수한 채, 쏘아 올린 것이다.

언제까지 남북분단의 시대에 동서맹주의 시절을 참고 가야 한단 말인가? 언제까지 유신의 잔존세력들 간 권력쟁투를 구경하는 관객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왜 정동영은 이런 택도 없는 전술을 구사하는가? 정녕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는가?

아마도 김두관은 이런 문제의식을 '석고대죄론'과 '전국정당론'을 통해서 말하려는 것 같다.

독자들께 묻자.

이 주장이 바른가? 그른가? 시의적절한가? 아닌가?

하나 더 묻자.

▲언론학 박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이지만, 언론개혁을 위해서라면 전투적 글쓰기도 마다하지 않는 양문석 정책위원     ©대자보
정동영의 '읍소작전'이 먹혀 선거에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고 치자. 이렇게 표를 얻는 것이 정당한가? 아닌가?

선거상황이 특수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이미 기울어진 선거임을 인정한다면, 거대여당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기대, 그 기대가 뭔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아니 외면한 채, 국민들을 배신한 정당으로서의 통렬한 자기반성, 그리고 여전히 거대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앞으로 남은 1-2년 동안 국민들의 기대를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에 대해서 의미 있는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언론도 '마비된 이성'의 굴레를 끊고 정상적인 정치담론의 공간으로서 오늘과 내일을 말해야 한다. 정치공학이 아니라 정치담론.
 
* 본문은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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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29 [09: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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