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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성적 신념이 군대문화를 거부했다"
[사람] 군복무중 성 정체성 공개통한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한 유정민석
 
이계덕
2일 서울북부지방법원 102호 법정에서는 '전투경찰대설치법 제10조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정민석씨의 2차 공판이 있었다. '전투경찰대설치법 제10조 1항'에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유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도봉경찰서 112 기동 타격대에 배치되어 복무했으나 자신의 '평화적 신념'과 '여성주의 운동가로써의 신념',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올해 3월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것과 동시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해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란 자신의 종교, 정치적 신념에 특정한 전쟁, 군무가 위배된다고 생각하여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비교적 화기애애한 공판 분위기 속, 군대 인권문제 집중 공방
  
▲ 서울 북부지방법원 본관        © 이계덕
유 씨의 공판은 당초 오후 4시에 시작하기로 했으나 50여분이 지난 다음에야 시작되었다. 재판은 TV에서 자주 보던 법정드라마와는 달리 검사와 변호인은 일어서서 피고인을 심문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피고인에게 질문하는 형태로 진행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유 씨가 피고인석에 자리에 앉자 담당 판사(북부지방법원 형사2단독 박 종문)는 웃으며 "그동안 잘 지내고 있냐"며 유 씨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날 공판에는 유 씨의 군 생활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전 도봉경찰서 경비교통과 112 타격대장 김 아무개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재는 도봉경찰서 경비교통과 경비지도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씨는 검찰심문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민석 군을 처음 봤을 때 첫인상이 여성스럽고 일반 단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또 대원들과는 옷도 같이 벗지 않고 샤워도 같이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화장실도 들어가지 않아 군대생활을 할 수 있다고 보여 지지 않았다"고 하며 유 씨가 다른 대원들과는 달랐다고 주장했다.

또 "전경 내에서 음란 비디오를 빌려서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보게 하거나 신참병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고, 구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변호인의 심문에 김 씨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내용이며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 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검사와 변호인의 증인심문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도 있었다. 검사는 "피고인 유 씨는 국립경찰병원에서 성 정체성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는 동성애는 가벼운 일상생활에 하나로써 전역을 인정 할 수 없다"며 피고인 유 씨의 행동이 유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유 씨의 담당 변호인은 "국립경찰병원은 1개월 반 동안 정신과 상담 및 심리검사를 통해 성 정체성 장애 판정을 내린 반면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는 단 5분의 상담만 있었을 뿐"라고 설명하며 국립경찰병원의 상담 심리테스트 결과를 임상심리사에게 의뢰해 분석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변호인은 "제출한 증거자료는 생물학적 남성성에 관점에서 봤을때와 생물학적 여성성에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두 가지 기준에 의해 작성되었다. 그런데 자료를 판독한 임상심리사는 남성성에 관점에 판독결과는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자료를 판독한 임상심리사와 이야기해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검사의 주장에 반문했다. 또 변호인은 이재승 국민대학교 교수를 '군사인권'과 관련 증인으로 신청했다.

"동성애에도 여러 유형이 있어, 유 씨는 트렌스 젠더에 가까워"
   
▲ 서울 북부지방법원 102호 법정     © 이계덕
검사와 변호인 양측의 심문이 종료되자 담당 판사는 변호인에게 "변호인이 제출한 참고자료를 모두 받아보았으며 재판부가 인권문제와 동성애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동성애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유형이 있는지 알고 싶다"라고 물었다.

유 씨의 담당 변호인은 "동성애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유형은 게이(남성 동성애자)와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유정민석 군은 게이라고 보기보다는 트렌스 젠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트렌스 젠더에 의미는 성 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설명은 피고인이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피고인 유 씨는 "강압적이고 남성우월주의에 군대문화와 억압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첫 마디로 동성애에 대한 유형에 대해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성 소수자라는 단어가 있는데 성 소수자는 대표적으로 '게이섹슈얼', '레즈비언섹슈얼', '바이섹슈얼', '트랜스 섹슈얼', '크로드 드레서(여장을 즐기는 남자(약칭 CD)' 등 5가지를 말한다. 이중 생물학적 남성의 신체를 가지고 여장을 하지만 이성인 여성을 좋아하는 크로드 드레서의 경우에는 '동성애'에서 제외된다."

"게이도 Top(남성적이고 강한 성향)이나 Bottom(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성향)이 있는가 하면 '육체적인 사랑'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정신적인 사랑'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성 전환 수술 혹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면 트랜스 섹슈얼이라고 하고, 크로드 드레서처럼 여장을 즐기면서도 동성을 좋아하지만 트랜스 섹슈얼과는 다르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남성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 '중성' 혹은 '쉬멜'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트랜스 섹슈얼 중에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 정체성을 확신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그에 맞추어 자라온 교육 환경 때문에 단순 동성애라고 생각하던 중 차이를 느끼고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 정체성을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으나 생략하겠다"

유 씨의 설명이 끝나자 담당 판사는 "검사심문 과정중 동성애라고 해서 왜 화장실이나 샤워시설을 대원들과 함께 들어가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여성이라고 생각하니 이해하기 쉬워졌다"며 "이번에 정말 재판부가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공판은 1시간 40여분동안 진행됐다. '성 정체성과 평화적 신념'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한 유정민석 씨의 다음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북부지방법원 104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인터뷰] "여성적 신념이 군대문화를 거부했다"
"양심의 자유는 유죄? 대체복무제 논란"
 

우리나라 헌법 제19조는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4년 5월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판결문에서 "헌법정신에 따라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 고 밝히며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담당판사가 바뀌면서, 판결이 번복되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한 피고인들은 징역 1년 6개월에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남부 지방법원 형사 6단독 김영규 판사는 "국회에서 대체복무에 대한 논의가 있고 공청회까지 열렸다 하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규정한 법률이 전무한 현행 형사법 체계상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자신의 종교, 정치적 신념에 따라 군대가 아닌 감옥을 선택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한해 600여명 안팎으로 추산되며, 이는 연간 징병인원의 30만여 명에 0.2%에 불과하다. 그러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해 3월에는 경기도 평택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던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적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 일도 있었다. 김훈태(전 군문초등학교 교사)씨는 "군대에 집총 훈련소가 아니라면 평화를 위해 대인지뢰라도 제거할 수 있다" 고 말하며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 을 국방부에 권고했고 지난달 13일에는 대체복무제 입법을 촉구하는 각계 인사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하는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대체복무제 입법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등 42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 침해 사건 진상조사단(준)은 오는 9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과 합동으로 오후 2시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 철폐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난 3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선언한 24살 유정민석 씨와 서울 공릉동 인근 식당에서 단독 인터뷰를 했다.

유 씨는 인터뷰에서 "단순히 동성애자라서 병역거부를 한 것이 아닌 생태여성주의, 에코페미니즘의 감수성과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결심한 것"이며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려여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두발 단속, 체벌 등도 군대와의 연관성이 있으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군대와 비슷한 악습, 구습들로부터 미래의 청소년들은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하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유정민석 씨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변론을 마친 유정민석 씨.         © 이계덕
기자 :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유정민석 : 제가 지니고 있질 않고 갖길 거부하는 남성성을 획일적이고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군대와 사회의 남성우월주의,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생태여성주의적인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하게 된 것입니다.

기자 : 단순히 동성애자라서 병역거부를 하는 것인가?

유정민석 : 남성동성애자라고 해서 극히 여성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그 정치적 스펙트럼 또한 굉장히 다양합니다. 전 여성성을 적극 옹호하고 가치부여를 하는 생태여성주의, 즉 에코페미니즘의 감수성과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결심한 것이지, 단순히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병역거부를 한 것은 아닙니다.

기자 : 재판을 통해 동성애자에게 다양한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유정민석 : 그렇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동성애=게이 혹은 레즈비언' 정도로만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동성애는 '남성적인 경향이 강한 경우' 혹은 '여성적인 경향이 가는 경우' '육체적인 사랑을 중시하는 경우'와 '정신적인 사랑을 중시하는 경우' 등 다양합니다. 가끔 일부에서 동성애라고 하면 군대가면 꽃밭이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건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애자들이 치마만 입으면 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동성애도 남성이라면 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이상형이 있고 취향이 있다.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우리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데,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대체복무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정민석 : 대체복무제는 사회의 공익성을 위해서 도입되어야 하고 지금처럼 신념에 의해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전과자로 낙인찍힌 것 보다는 대체복무제를 통해서 사회의 공익에 보탬을 줄 수 있다면 적극 찬성합니다. 또한 대체복무제 같은 경우는 따뜻함, 보살핌, 배려 등을 필요로 하기에 오히려 섬세한 사람들이 잘해낼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전기고문 등 군대내의 최근 인권침해 사례 등에 대한 생각은?

유정민석 :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들이 아직도 일어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군대가 은폐된 공간이기에 비인격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간혹 일어나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우리 사회의 논의나 군 당국의 변화의지는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사건들을 수습하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군인 역시도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가 있기에 당연히 사라져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 청소년 동성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정민석 : 혹시나 동성애적인 경향이나 기타 성에 관한 부분들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런 고민을 자신만이 겪는 고통이 아닌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또한 동성애적인 기질이 있다고 해서 그것은 변태스러운 것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스스로를 좀 더 시간을 두고 받아들이고 생각해 볼 줄 아는 청소년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자 :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두발 단속, 체벌 등과 군대와의 연관성?

유정민석 : 군사주의가 만연했던 군부 정치기, 독재기 등을 거치면서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민주화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사회문화적인 부분에서는 군사주의적인 습속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체육학과, 운동부 학생들의 군사적인 위계질서 문화나 선후배간의 엄격한 상하관계도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사들의 비인간적인 두발 단속이나 체벌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며, 개인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획일화시키려는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청소년들도 더 이상 수동적으로 남아있지 않고 주체적으로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이런 군대와 비슷한 악습, 구습들로부터 미래의 청소년들은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기자 : 평택의 병역거부 초등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

유정민석 :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이고 싶으시다는 김훈태 씨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적극 지지하며, 직위에 대한 위험성을 모두 감수하고 힘든 길을 걸어가시려는 김훈태 씨의 결정에 같은 길을 걷게 될 사람으로서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아이에게 폭력과 살생이 아닌 평화와 사랑을 가르치고자 하는 김훈태 씨 같은 교사 분들이 많아지게 된다면 청소년들과 유년들의 살아 갈 세상은 그리 어둡지 많은 않을 세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도 아이와 청소년들에게 비인격적인 두발 단속이나 체벌 등의 폭력과 인권침해가 아닌 사랑과 배려와 평화를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 기자는 유스투데이 취재기자이며, 본문은 인터넷신문 유스투데이(www.youthtoday.co.kr) 에도 실렸습니다. .
기사입력: 2006/05/03 [14:0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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