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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계속되는 미국에 대한 환상
[1/4 분기 한반도 정세 결산 ③]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명백한 범죄행위
 
장창준
2006년 1/4 분기에 한미 관계는 중요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바로 1월 19일 전략적 유연성에 한미 양 정부의 합의가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1월 19일 한미 사이의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혁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2개의 문안에 합의하였다.

그리고 그 합의가 있고 나서 6일 후인 1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 단독 행사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해 나갈 것"을 언급하였다. 노무현 정부가 전시 작전권 문제의 시한을 올해 안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 기자회견이 처음이며, 이 같은 기자회견이 있고 나서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관한 연구를 전담할 '한미동맹 발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월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한미 관계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인식과 접근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미국의 침략 행위에 합의한 명백한 범죄 행위

노무현 정부는 발뺌하고 있지만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는 노무현 정부의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지난 해 3월 노무현 대통령은 공사 졸업식장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입니다"라고 못박았으며, 이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해석자료에서도 "우리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될 수 있는, 한반도 이외의 동북아시아 지역분쟁에 주한미군이 개입하는 일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여 주한미군의 동북아시아에서의 분쟁 개입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1월 19일 합의는 분쟁 개입의 주체가 주한미군이 아니라 한국으로 명시되어 있다. 즉 주한미군의 동북아시아로의 역할 확대는 인정한다는 것을 합의한 것이며, 이는 지난  해까지의 노무현 정부의 입장이 번복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그럴 듯한 조항이 붙어있긴 하지만 이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언제 미국이 자신의 사활적인 이해가 걸려있는 부분에서 "한국의 입장"는 커녕 '한국 대통령의 입장'이나마 존중했던 적이 있던가.

비근한 예로 지난 2003년 이라크 파병을 추진할 당시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즉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미국으로 하여금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논리를 앞세웠지만 그 이후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 압박했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 준적은 없었다.

여전히 그와 같은 허무맹랑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노무현 정부가 국제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경우 아니면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는 비쳐지지 않는다.

이번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주한미군의 동북아시아 지역의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를 준 것으로, 이는 미국의 침략적 패권 정책 다시 말해 미국의 군사적 침략 행위에 주한미군의 개입을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

노무현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전략적'으로 접근한 듯하다. 즉 어차피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합의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단정을 짓고, 기왕에 합의를 해 줄 수밖에 없다면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합의해 주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혹은 단독 행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좇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노무현 정부의 바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한미 동맹에 기초해서 풀리는 것이 아니라 북-미 사이의 역학 관계에 의해서 풀린다는 것은 기존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나 현실의 진행 상황을 통해서나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라크 파병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판단이 잘못이라고 판명났듯이 이번 판단 착오 역시 곧 드러나게 될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의 패권 전략의 일환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미국은 올해 발표한 4년 주기 국방검토보고서(QDR)에서도 "필요한 곳에서는 무력행사도 할 것"이라고 천명하여 선제공격적 성격을 보다 전면화하였다. 또한 전략적 유연성의 합의로 인해 한미동맹은 '한국 방위 동맹'에서 '지역동맹'으로 성격이 변화하였다. 즉 한미동맹이 지금까지는 '북한의 남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동맹을 유지해 오고 있었지만 앞으로 한미 동맹은 동북아시아 지역으로까지 확대된 지역동맹으로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라는 형식을 통해 연합작전지휘체계를 갖추고 있는 한미 군사관계의 성격상 주한미군의 동북아시아 분쟁 개입은 곧 한국군의 동북아시아 분쟁 개입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노무현 정부의 판단이 틀렸음이 확인된다. 노무현 정부가 좇으려고 하는 두 번째 토끼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단독행사)이다. 즉 미국이 그토록 요구했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합의해 주었으니 한국 정부가 그토록 요구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단독행사)에 대해 합의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노무현 정부는 갖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패권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지역동맹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미국이 한미 군사 동맹의 핵심적 요체라 할 수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줄리 만무하다. 오히려 연합작전지휘의 범위를 한국(혹은 한반도)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하려 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노무현 정부는 작전 통제권의 환수 일정을 위한 논의를 4월 중에 미국과 합의한다고 들떠 있지만 미국의 태도는 전혀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와 관련하여 단 한번도 구체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의 바람대로 '연내 매듭'은 말할 것도 없고, 향후 몇 년 안에 환수할 수 있다는 입장도 미국은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소원'일 뿐인 것이다.

물론 한국군의 역할을 보다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듯이 한반도 방위에 대한 한국군의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전시작전통제권은 하등 관련이 없다. 최근 몇 년간 한국군의 책임을 강화하면서도 연합작전지휘체계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던 것처럼 미국은 앞으로도 전시작전통제권을 틀어쥐고 한미연합작전지휘 체계 안에 한국군을 남겨 두어 동북아시아에서의 자신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는 데 이용하려 들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여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하여 노무현 정부는 헛물켜는 것이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시는 꼴이다.
 
 
* 글쓴이는 한국민권연구소(www.minkwon.org) 상임연구위원입니다.
기사입력: 2006/04/24 [15:3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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