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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사민주의는 성공사례, 일본과 다르다
[논단]최용식의 사민주의에 대한 몰이해를 비판하며
 
양준호   기사입력  2003/01/27 [02:12]
최근 최용식(21세기 경제학연구소소장, http://taeri.org )씨는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면서, 활발한(?) 칼럼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강조하면서 "진보주의자"(그의 홈페이지에서는 "신진보주의자"라고 자칭함)라고 자칭하여 그 사이트를 찾는 네티즌들로 하여금 진정한 "진보주의"에 대한 이념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IMAGE1_LEFT}필자는 그와 여러 번 토론을 나누었다. 1997년의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논의,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의 성격,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와 외자유치 등에 대한 논쟁을 거듭하였다. 필자는 이 글에서 그의 최근 글 인수위, 국민경제의 앞날을 어쩌자는 말인가 - 균형 잡힌 경제적 시각이 필요하다의 토론방에서 드러난 그의 사민주의에 관련한 무지를 폭로하고 사민주의적 정책의 유효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하 존칭은 생략한다.

최용식은 스웨덴 사민주의와 위기타개, 또 그것과 일본의 정책을 비교한 글에서 "저 위에 어떤 분이 사민주의의 실패를 주장하시면서, 북유럽 몇몇 나라의 사민주의는 예외인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북유럽의 사민주의도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은 스웨덴을 사민주의가 성공한 모델로 삼고 있으나, 이것도 엉터리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스웨덴은 유럽의 일본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력한 산업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산업경쟁력은 사민주의에 의해서 구축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였지요. 일본의 경제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산업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스웨덴의 뛰어난 복지제도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복지에 지나치게 치중하다가 지금은 스웨덴 경제가 신음소리를 내게 된 것이 요즘의 형편입니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스웨덴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일본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1990년 동일한 시기에 버블이 붕괴한 이후, 일본은 지금까지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음에 반하여 스웨덴은 장기정체까지 불황이 지속되지 않고 그 수년 후부터 순조로운 성장궤도에 복원한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스웨덴의 사민주의와 경제회복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스웨덴에서는 꽤 장기적으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종합적 정책이 실시되어 왔다. 이 종합적 정책은 "레인 메이도나 모델"이라고 불리어지는 것으로, 1950년대 스웨덴의 노동조합이 제안을 했고, 그것을 사회민주당정부와 경영자단체가 수용해서 실시되어 온 것이다. 이 종합적 정책은 선택적 경제정책과 보편주의적 복지정책을 조합해서 구성된 것이지만, 선택적 경제정책의 중심은 바로 사민주의적인 "연대적 임금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라고 불리는 두 가지의 사민적 노동정책이었다. (최용식은 아마도 이 정책에 대해 매우 반대하겠지만) '연대적 임금정책'이란 개별기업과 개별산업의 노동생산성의 크기(정도)에 좌우되지 않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추구하였던 정책이었다. 이와 같은 형태로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실현된 이후 취업자 한 명당 부가가치로 계측될 수 있는 노동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이윤분배는 경제전체의 평균적 이윤분배량보다 적어졌다.

따라서 소위"이윤압박"이 발생하여, 사업의 확대와 존속이 곤란하게 되었고, 경영자는 폐업 또는 사업전환을 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이윤분배는 그 평균보다 높아져 투자의 증대가 가능해짐으로 사업은 확장되었다. 이와 같이 임금의 평등성(최용식이 비판하는 사민주의의 가장 오소독스한 정책입니다)을 높이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이윤분배의 불균등화를 초래함으로써 저생산성부분으로부터 고생산성부분으로 자본의 이동을 촉진하게 되는 효과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사민주의적 정책의 일관적 관철이 그들의 산업경쟁력을 확보케 하였고, 또 90년 거품경제 붕괴 이후 안정적 성장궤도에의 회복과 산업구조고도화를 가능케 하였던 것이다. 최용식은 이러한 스웨덴의 과정을 일본의 정책과 동일시하는 것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스웨덴의 종합정책에 있어서의 또 다른 중심축이었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란 고생산성부문 부분으로 노동력의 이동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저생산성부문의 축소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잉여노동자에 대해서 재취직에 필요한 직업훈련을 정부가 실시하여 증가하는 고생산성부문에 자연스럽게(부드럽게) 투입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노동력공급촉진형 프로그램, 노동력수요환기형 프로그램, 노동력수급조화형 프로그램이 공적기관에 의해 실시되었다. 이와 같이 스웨덴에서는 공급 측의 구조변화를 초래하는 사민주의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였으며, 이로 인해 성장에의 복원과 높은 산업경쟁력, 그리고 고도화된 산업구조가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최용식이 "사민주의의 실패를 주장하시면서, 북유럽 몇몇 나라의 사민주의는 예외인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북유럽의 사민주의도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은 스웨덴의 사민주의를 성공한 모델로 삼고 있으나, 이것도 엉터리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스웨덴은 유럽의 일본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력한 산업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산업경쟁력은 사민주의에 의해서 구축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였지요"라는 언급은 틀린 것이며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최용식은 "스웨덴의 경우는 일본의 경제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스웨덴의 성장 회복과 지금의 고도화된 산업구조 등의 경제업적이 일본의 정책과 같은 것이라는 이 최용식의 언급은 일본의 경제불황치료를 위한 진단과 그 방향이 매우 어긋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스웨덴의 사민주의적 국가경쟁력의 확보, 그리고 회복이라는 맥락에서 일본경제에 대한 필자의 짧은 식견을 언급하고자 한다.

스웨덴의 위와 같은 사민주의적 노동정책(저생산부문에서 고생산부문으로의 노동력이동촉진정책)과는 반대로 일본의 노동정책의 중심은 현재 취업하고 있는 기업(현재종사기업)의 정착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 기조는 변화하고 있지 않다. 또 직업훈련의 대부분은 기업 내에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공적인 직업훈련시설이나 프로그램은 극히 빈약했다. 그리고 정부가 산업간의 노동력이동을 직접 유도하여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탄광폐쇄나 국철분할민영화 등 큰 사회문제가 되었던 경우에 한해서 이직자의 재취직지원책이 사후적으로 실시된 정도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또 스웨덴의 발전과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민주의적 연대임금제도"와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임금의 평등도가 낮다. 예를 들어 고성장산업그룹의 취업자 한 명당 임금을 100으로 하면 저성장산업그룹의 그것은 스웨덴에서는 95인데 반해 일본에서는 77이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는 저성장부문의 임금수준이 고성장부문의 임금에 비해 아주 낮기 때문에 저성장부문에서도 고성장부문과 동등한 이윤분배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고성장부문과 저성장부문 사이의 큰 임금격차를 이용하여 저생산성부문에서도 사업을 존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도태되어야 하는 저생산성부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본경제불황의 근본적 요인이며, 이것은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도'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사민주의적 조합의 업적을 대조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스웨덴은 이러한 노동정책을 통하여 국내소비수요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의 고도화라고 하는 현대자본주의의 선진제국에 있어서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를 사회민주적으로 해결하였던 것이다.  

결국 최용식의 "우리나라 진보진영은 스웨덴을 사민주의가 성공한 모델로 삼고 있으나, 이것도 엉터리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라고 말한 것은 완전히 "엉터리" 의견인 것이다.

* 필자는 오사카경제법과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 본문에 대한 반론을 환영합니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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