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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확대시킨 노무현 정부가 책임없다?
[반론]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강행하는 盧 정부, 무엇으로 양극화 막나
 
우석훈   기사입력  2006/03/22 [11:22]
* 본 기사는 <대자보> 김영호 고문의 "노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위해 뭘 했나?"라는 칼럼에 대해 재경부 조원동 경제정책 국장의 "불낸 사람 놔두고 왜 소방수를 탓하나"라는 <국정브리핑> 반론기고문에 대해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경제학 박사)의 재반박문입니다. 본 기사에 대한 누리꾼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가와 토론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1.
사람들이 요즘 양극화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양극화라는 용어는 쉬운 용어는 아니다. 경제학 내에서는 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발전경제학’에서 기원한 용어인데,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80년대 후반의 중남미의 경제 붕괴과정에 대한 정성적 분석 과정에서 주로 사용된 이후이다. 그 후로는 산업구조나 기업구조 같은 데에서도 일정의 저널리즘 접근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데, 맥락과 상황에 따라서 그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경제학 표준모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용어이다.

2. 
양극화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것은 노무현 정부라는 말이 맞을 것 같고, 우리나라에서는 노태우 대통령 이후로 유행했던 보통 사람들의 ‘중산층’이라는 계층이 분해되면서 아주 일부만 경제 엘리트 계층으로 올라가고 대부분은 저소득층으로 밀려나게 된 최근의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니계수를 놓고 보면 분명히 이런 현상은 몇 년 전부터 특징적으로 진행되었고, ‘소득에서의 양극화’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분명한 하나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 제시한 국정목표로서의 양극화는 어쨌든 이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정의하고 이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논리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아직 제시되고 있지 않다.

3. 
대자보의 김영호 고문이 칼럼에서 주장한 대의는 이 양극화가 오히려 노무현 정부 이후에 강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이 이걸 유발시켰다는 지적이라고 볼 수 있고, 여기에 대한 재정경제부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의 반론은 ‘억울하다’는 대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저금리 정책의 불가피성과 부동산 자산증가에 대한 불로소득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기술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근본적인 반박 요지는 정부에서 정의한 양극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한국 경제의 누적적 추세이고 현 정부는 이제 이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하는데 왜 문제를 풀려는 사람한테 원래 존재하던 문제의 원인이라고 하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자산소득의 양극화에 대해서 조 국장이 제시한 수치는 부동산 공시지가를 현실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통계 환각 현상같은 걸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인데, 이 정도는 충분히 해볼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요약하면 노무현 정부 때문에 양극화가 발생한 것은 아니고 누적적 문제와 세계적 추세 때문에 발생한 양극화일 뿐이다라는 반론의 형태일 것 같다. 한 마디로 정부는 잘못 없다는 말 같아 보인다.

4.
양극화 자체가 과학적으로 정량화된 개념이 아니고 경제학적으로도 이론적인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질문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쾌도난마”처럼 선을 긋기는 쉽지 않다. 일단은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할 것 같다.
 
첫 번째는 시장 개방 혹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아니면 ‘2만불 경제’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효과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다. 이런 것들을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신자유주의라고 부른다. 재경부의 전통적 시각대로 보자면 ‘균형발전’을 포함한 일련의 경제정책들은 일종의 “불균형 성장전략”이라고 할 수 있고, 여기에 대외 시장개방이 강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불균형 성장전략인 이후는 전체의 돈을 모아서 특정 지역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이고, 이걸 정부에서는 “선택과 집중” 정책이라고 부른다.
 
일단 드러난 대로 한-칠레 FTA가 있었는데, 과수농가를 중심으로 일부 농민들이 경제적 타격을 받았겠지만 이 효과만 가지고 양극화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머지 개방 정책이나 기업 정책의 경우에도 말은 무성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전부 시장개방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또 그 효과가 노무현 정부 3년 사이에 그렇게 단기간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에 벌어진 것이라고 전부 폄하하기는 쉽지 않다. 숫자로는 공격하는 편이나 방어하는 편이나 어차피 통계 가지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렇다면 지난 3년 동안의 지니계수상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하게 된다. 이걸 김영호 고문은 부동산에서의 양극화와 이 연장선에서 저금리 정책을 지적한 셈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적극 개입한 측면이 있고, 그 효과는 이미 일부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약간 숫자를 가지고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5.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우파 쪽 비판은 주로 더 많은 공급정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데에 집중된다. 강남의 재건축 규제를 포함한 택지제한 정책을 전부 풀고 100만호든 200만호든 공급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 우파의 비판요지이다. 그 대신 보유세는 낮추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연결되지 않지만 하여간 두 가지 카드가 동시에 제시된다. 좌파 쪽 비판은 노무현 정부의 “건설업 연착륙” 정책기조의 연장선에서 “한국형 뉴딜”과 “골프장 300개” 등 건설공사를 위주로 한 토목공사를 대대적으로 지탱해 온 지난 3년 간의 경제 기조가 정상적인 투자로 들어가는 돈을 건설로 내몰았고, 이 때 발생하게 되는 순간적인 개발이익으로 인하여 양극화 프로세스가 움직였다고 보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약간 수치를 가지고 따져보기로 하자.

1인당 국민소득과 총국민소득 내에서 건설업의 매출비중의 상관관계  © 우석훈,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서 인용      

위의 그림은 1인당 국민소득과 총국민소득 내에서 건설업의 매출비중 두 가지를 같은 약간의 비율 조정을 해서 한 군데에 놓은 그림이다.

우리나라에는 크게 보면 장파동에 의한 경제위기로 79년 공황과 98년 공황을 들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건설업의 비중이 25%를 넘는 피크 상황에 있었다. 2002년을 기점으로 건설업의 비중이 조절될 것인가 아닌가의 상황에 있었는데, 지나친 도식화의 위험을 피한다면 80년 조정에서 88년까지 우리나라는 건설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1인당 GDP는 높아지는 황금률 기간이었는데, 이때와 유사한 파형을 IMF 이후의 경제 조정기에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높아진 건설업이 시장에 맡겨두면 자연적으로 조정될 수 있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을 왜곡시킨 것이 ‘건설업 연착륙’ 기조라고 나는 해석한다. DJ 때 건설업 등록을 자유화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건설회사들이 창업을 하였는데, 이러한 과잉경쟁의 부작용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과정에 일부 건설사가 도산의 위기에 놓였다. 이 때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경부 등 경제관료들이 ‘건설업 연착륙’을 들고 나오면서 국정지표를 “토목건설”로 몰고 나갔고, 이러한 개입으로 인해서 경기 사이클상 경기가 높아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건설업 지원으로 나가다 보니까 경제의 자연스러운 조정이 지연되면서 2004년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국형 뉴딜”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건설업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 이론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제 사이클에 왜곡이 생겼고, 건설업만이 아니라 다른 부문의 투자비까지 건설 쪽으로 몰리면서 2004~2005년도의 기업 투자부진의 한 요소가 생겨난 것이라고 나는 해석하는 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기억하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생겨난 경제 불황이 저금리를 유지하기에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콜금리가 몇 차례에 걸쳐서 인상되었을 때에도 정말 마지막 순간에 국제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시점에서야 극단적인 저금리 구조를 풀었는데, 이 6개월 동안의 저금리 정책과 사회의 부동산 투기붐이 만나면서 8.31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몰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의 15%를 제외하면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아직도 비정상적으로 국민경제 내에서 건설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인데, 나머지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도 건설업이 8~13% 구간에서 유지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지표들     © 우석훈
 
이러한 특수 상황을 강화시킨 것은 분명히 “한국형 뉴딜”에서 골프장과 카지노를 시범사업으로 강화시키겠다는 기업도시에 이르기까지 참여정부의 정책인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서 도시까지 만들어주면서 겨우 골프장과 카지노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산업국가에서의 올바른 기업정책인지는 갸우뚱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6. 농업, 유통업 그리고 서비스업
 
현재의 양극화는 1) 비정규직 문제 등 지난 정부에서 넘어온 부분, 2) 건설업 집중투자로 경제 사이클상 성장기조가 지연된 거시경제의 실패 요인, 3) 건설업에서의 노동요소 저하에 의한 정부 투자의 승수효과 하락 등의 요소 등이 섞여 있을 것이다 (건설업에서의 노동력 투하 문제는 5년 주기로 작성되는 투입산출표의 통계기법상의 시간 격차에 의한 통계 환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에 농업 부문에서의 양극화와 유통업에서의 독점화 그리고 서비스업 개방에 따른 3차 산업의 몰락 등 이미 부분적으로 구현되었거나 앞으로 나타날 문제가 추가된다.
 
농업은 이미 정부에서도 6헥타르 7만호 중심으로 농정을 바꾸겠다는 로드맵을 세우고 있으므로 여기에 근거해서 환산해보면 현재의 7.1%의 농민에서 인구의 0.5% 위주로 정책이 가는 중이니까 현 정부의 농정대로 하면 사상 유례 없는 농업 양극화가 예견되고 있다. 인구의 0.5%라면 선진국의 3~4% 수준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다짐을 경제정책의 기조를 삼고 있는 셈인데, FTA의 정부 보고서에서도 농업의 50% 정도는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적어도 농업 부문에서의 양극화는 현 정부에서 가속화된 것이고, 게다가 이 드라마틱한 변화는 현 정부가 물러나도 누적효과로 계속 발생할 것이다.
 
유통업에서의 변화 역시 이미 정부에서는 각오하고 있는 것 같다. 대형 할인매장이 진출하는 것이야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막거나 그럴 수 있는 흐름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럽 여러 국가들은 도심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약조건을 걸거나 지역사회와의 합의를 통한 매장관리 혹은 그야말로 전통적인 “쇼핑 몰” 형태로 재래식 상가의 정비에 대한 간접지원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형 유통망에 대한 보호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까르푸를 만들어낸 프랑스의 파리 시내에 까르푸가 들어가 있는 줄 아시는가? 이건 그야말로 “지혜”에 관한 문제인데, 독점적 시장과 서민들의 작은 유통 네트워크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다양하면서도 이론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작은 정책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이 하는 걸 어떻게 하느냐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정부의 무관심 혹은 방치 속에 올해는 지금은 경부선을 따라서 대형 할인매장이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그 선을 따라서 지방경제가 붕괴하고 있고 또 서민경제의 더 큰 몰락이 예견되고 있다.
 
여기에서 독점적 할인매장의 진출을 법으로 금지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작은 구멍가게들이 버틸 수 있는 또 다른 ‘유통 생태계’ 같은 걸 구축해달라는 작은 요구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무시해 온 것이 현 정부 아니던가? 자영업자의 몰락은 이미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더 대규모화할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너무 많은 식당과 (구멍)가게가 있다’고 그야말로 매정하게 대한 것이 사실이다. 월마트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의 시민단체들처럼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 하는가? 정부가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준 유럽처럼 하면 안 되는가? 줄지어 서 있는 스위스의 COOPs(Cooperations) 매장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정부가 도시 자영유통업자에 대해서 정말 매정한 정부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일련의 서비스업의 개방은 사실상 노무현 정부 후반기 정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의 드러난 또 다른 핵심은 교육,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업의 전면 개방이다. 지금도 시장 논리대로 작동하는 의료시장의 개편 때문에 가난한 동네에는 종합병원이 철수하고 강남의 부자 동네에는 종합병원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 멀지도 않은 성남시에 종합병원이 하나도 없게 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서민들이 ‘의료생협’이라는 걸 만들어서 조그만 병원 하나라도 동네에 있게 하기 위해서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 걸 뻔히 보면서도 의료시장도 개방하면 국민소득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지금의 정책 기조 아닌가? 지금도 동네에 병원 하나 없어서 바둥거리는 지역이 서울에도 존재하고 있다.
 
7. 무엇으로 양극화를 막을 것인가?
 
김영호 고문의 칼럼의 행간을 읽자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남은 2년간에 오히려 해소하는 양보다는 더 많은 양극화가 생겨날 것이라는 불안감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의 기조를 이어간다는 명목으로 여전히 정부지출의 상당량을 건설업에 쓸 것이고, 지방선거를 맞은 지방정부도 열심히 선심성 토목사업을 벌일 것이다. 문제는 지방에 이미 땅 많이 보유하고 있는 토호들에게 이 개발이익이 대부분 떨어지고 그야말로 가진 것이라고는 1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집 하나 가진 지방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질 것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라도 심해진다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 거꾸로 일본 헤이세이(平成, 현 일왕의 연호, 89년부터 사용-편집자 주) 공황 같은 ‘거품빼기 절차’가 벌어진다면 서민들은 좋아질까? 모기지와 역모기지 그리고 부동산 담보로 서로 엮여 있는 민간 부동산 금융체계에서 이 시스템은 헤어날 길이 없다. 그야말로 불안 덩어리인 셈이다. 현 구조에서는 땅값이 올라도, 그리고 땅값이 내려가도 서민들은 무조건 게임의 패자가 되게 되어있다.
 
일본의 우정국 민영화로 소위 우체국 예금에 예치된 돈부터 시작해서 1%에 묶여 있는 일본 예금들이 국제시장에 앞으로 1경(京)원 정도가 풀려나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정말 순수하게 한미 FTA로 실물시장을 개방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정부에서 믿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물 외에도 금융 부문에서는 80년대 후반의 중남미 상황처럼 핫머니가 밀고 당기는 금융 불안이 앞으로 2~3년간 조심스럽게 예견되고 있는 이즈음에 개방하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는 현재의 정부 기조는 80년대 중후반의 중남미 상황과 상당히 비슷하고, 부동산 왜곡에 의하여 전국적인 토지를 매개로 한 양극화가 조짐을 보이는 것도 비슷하다.
 
사실 양극화에 책임이 현 정부에 있느냐 혹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쟁은 현재의 통계가 전부 정리된 5년 후에나 판가름 날 입씨름 같은 이야기에 더 가깝지만 현재의 정부 기조 자체와 경제운용 방식이 적어도 지금 보다 양극화를 완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강화시킬 것에 가깝다는 것이 나의 조심스러운 판단이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기업에게 더 몰아주라고 하는 한나라당의 경제 진단도 너무 단기적인 낙관론 같아 보이지만 한미 FTA로 3만불 경제가 된다는 ‘선진국 담론’으로 미국에 대한 전면 개방을 지고지선한 선으로 보는 현 정부의 기조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스크린쿼터부터 풀고 협상을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보면 도대체 ‘협상’이라는 걸 할 마음이 있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서 두 손 들고 박수칠 수 없는 것이다. 농민도 0.5%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하고, 의료는 돈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 차액은 새로운 보험 들으면 된다고 하고, 교육은 개방되면 그래도 영어는 잘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그야말로 하위 80%의 국민들과는 영 상관없어 보이는 정책 방향 같아 보인다.
 
개방해도 좋지만 이 개방에는 대책이 필요하다. 시장도 좋지만 시장이 잘 운용되기 위해서는 독과점의 횡포를 막기 위한 적절한 제도가 같이 운용되어야 그야말로 ‘완전균형시장’이 작동한다.
 
앞으로도 수 년간 현 정부가 벌려놓은 다양한 지방도시 개발에 들어갈 돈이 오히려 토지 없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짐이다. 대책 없는 의료개방과 교육개방 그리고 각종 서비스업 개방도 노무현 대통령이야 열어놓고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남아있는 국민들은 홍길동이라도 기다리면서 살아야 할 지경이다. 생각해보라. 미장원도 뉴욕에 본사를 둔 아트 샵 체인이 들어온다면 동네 미장원은 뭐 먹고 살 것인가? 이런 게 지금 펼쳐지는 양극화의 실상이다. 없는 게 없는 미국식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생겨날지 모르지만 그 수혜를 받을 국민들이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재벌도 IMF 이후에 해체되었는데 도대체 왜 건설회사를 낀 일부 대기업과 지방 토호들에게만 과실이 집중될 정책기조를 강행하는가?
 
내가 이해한 바로는 김영호 칼럼의 질문은 대체적으로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린 조원동 국장의 반박문은 통계 잘 모르시면 가만히 있으라는 핀잔 같아 보인다. 질문과 대답의 층위가 조금 달라 보이는데, 본질은 ‘지금 정부에서 하는 정책’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현 정부가 양극화에 책임이 일부 있고, 앞으로는 전적으로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지금까지도 잘 했고, 앞으로는 더 잘할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는 것 같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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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22 [11: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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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가뭄 2006/03/23 [12:54] 수정 | 삭제
  • 잘 읽었습니다.
    우리는 참 답답하고 우울한 시절을 얼마나 더 견뎌야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