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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두번 울리는 인공 와우수술
[논단] 청각장애인에게 냉담한 정부가 낳은 비극, 수화보급에 힘써야
 
이훈희
최근 청각 장애인(농아인)과 이들의 가족 사이에 시끄러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계적 소리 통해 청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인공 와우(달팽이관) 수술이 그것.
 
농아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은 자라나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선 인공 와우 수술 및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아인 협회와 나사렛대학교 국제수화통역과 안영회 겸임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나섰다. 수술 이후 풀어나가야 될 장단기적 문제점과 함께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에 진짜 문제가 있다는 데.
인공 와우란 무엇인가

인공 와우란 내이(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로 구성되어 있다)의 손상으로 인해 고도의 감각신경성난청 또는 농이 된 환자에게 청신경의 전기자극으로 청력을 제공해 주는 장치를 말한다.

전기적인 소리정보가 청신경을 통하여 대뇌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외부의 소리를 증폭해주는 보청기와는 개념이 다르다. 이 장치를 개발한 사람은 멜버른 대학의 그렘 클락 교수로서, 그의 아버지는 청각 장애인이었다. 인공 와우를 개발한 클락 교수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게다가 2,500만원에 이르렀던 수술비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 1,000만 원대 이하까지 낮춰졌다. 게다가 정부 역시 청각 장애인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인공 와우 수술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도는 2006년 2억 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약 30명의 청각장애아동의 수술을 지원하기로 했고, 각 복지재단에서도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인공 와우가 왜 문제가 될까

그 전에 인공 와우가 문제가 되었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집 한 채에 버금갈 만큼 비싼 치료비(재활교육비까지 합쳐 1억 정도)에 있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부모에게는 엄두도 못 낼 일. 

 
▲청각 장애인에게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인공 와우수술 보다는 수화보급 등 실용적인 측면의 강화를 생각해야 한다.     © 부산일보
이제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지만, 수술 이후에 3-5년 이상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재활 과정비도 수술비 못치 않은 큰 금액. 말이 3-5년이지 사실상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수술이 성공했다 할지라도 청력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오는 건 절대 아니다. 아래 글은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한 사례다.

emfj7 2005-12-21
우리 작은누나도 후천성 청각장애인인데요. 수술 하려다가 그만뒀습니다. 의사님 말씀도 그렇고 부작용생기고 일단 귀를 먼저 죽인 다음에 한다더군요. 만약에 그 비싼 귀에 꽂는 거를 잊어버린다고 생각하시면. 집안 사정도 안 좋은데 다시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언어를 인식하고 훈련을 해야 하는 이 재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인공 와우 수술은 하나마나다. 그러나 재활 과정에 대해선 정부 역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수술까진 보조할 수 있으나 나머진 개인이 알아서 하란 뜻. 그러나 재활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4천만 원 수준이다.

실제로 언어 재활을 받을 형편이 못 된 청각 장애인들 중에는 와우 기계 자체를 빼놓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후속 대책이 없다는 것은 정부가 인공 달팽이관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고 있다는 셈이다. 아래 글은 재활교육의 고통 때문에 미리 치료를 포기한 사례다.

los0412 2003-07-11
저는 24살 때 감기로 인한 청신경손상을 입어서 청각장애인이 된 케이스입니다. 저도 지속적으로 청력이 떨어지고 있어 병원에서 상담 결과 2급 정도가 됐을 때에 인공와우 수술을 권하더라고요. 전 그 수술 안 할 겁니다. 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 맛 나거든요.
인공와우 이식 수술.. 마음 단단히 먹고 결정할 문제일 뿐더러 그 수술을 했다고 쳐도.. 재활훈련에 목숨 거셔야 할 것입니다.그래야 성공률이 거기에 있거든요. 부작용도 만만치 않고요. 재활훈련이 엄청 힘이 드는 훈련입니다. 거기다 재활훈련 비용도 장난 아니게 만만치 안죠. 그 거다 본인 부담입니다.

그리고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소형 컴퓨터인 어음처리기(언어합성기)를 귀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보니 보기엔 단순해보여도 대수술에 해당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기아치노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식의 조건은 인공 와우와 인체간의 호환성이 필요하고, 또 인체로부터의 공격을 받지 않아야 한다. 미세전극은 보호되어야 하고, 프로세서는 노출되어야 하고, 동시에 이들 양자는 전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만 한다.”

수술의 부작용

이렇게 복잡한 수술인데다가 인공 와우 자체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다음은 [디트로이트 자유 언론(2002.12.3)]에 실린 글 중 일부다.

“현재 시술되고 있는 1세대 인공 와우는 몇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현재의 수술방식은 대수술에 해당되기 때문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잔존청력까지도 상실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될 경우를 대비해서 시술대상자의 대부분은 한쪽 귀만 시술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반대쪽 귀를 통해서는 명확하게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된다.”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CDC(질병관리본부)는 와우 이식 수술의 부작용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표적인 질병이 뇌수막염. 뇌수막염은 청력을 상실하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뇌수막염으로 인해 저하된 청력을 향상시키고자 수술을 받았는데, 또다시 뇌수막염에 걸려 청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아(주로 3세 미만)가 아닌 성장한 이후에 와우 이익 수술을 받는다면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

kig0204 2005-11-05
저희 어머니가 청각 장애인십니다. 인공 와우 수술을 얼마 전에 했는데 후회막급입니다. 보청기 보다 들리기는 잘 들리는데 분별력이 전혀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보청기를 매핑하고 언어치료하면 좋아진다고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 소리이고 거의 잡음도 많고 몇 천만 원짜리 귀에 걸고 다니니 마음도 편치 않고 그걸 평생 그러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부담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사람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기계음으로 바뀐 소리를 듣는 겁니다. 저희 어머니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말도 못합니다.

이외에 나사렛대학교 국제수화통역과 안영회 겸임교수가 밝힌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 인공 와우를 할 시 잔존 청력을 영구히 잃을 수 있으며, 내이의 신경 또는 청신경을 더욱 퇴화 시킬 수 있다.
▲ 안면 신경의 손상, 안면마비, 안면경직, 이명, 현기증, 통증, 미각 장애 및 손상, 감염 초래의 위험이 있다.
▲ 전극봉 전류에 의해 얼굴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  MRI 진단을 받을 수 없다.
▲ 휴대폰 등으로 인해 작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직접 만지면 안 된다.

바야흐로 유비쿼터스(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 시대다. 즉 시와 때, 공간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연결된 전파가 우리의 몸을 통과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에서는 이 전파가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연구했으며, 각종 암을 발생시킨다고 보고했다.

더 큰 피해자는 인공 와우를 이식한 청각 장애인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전파 오염이 이들 인공 와우 이식 청각 장애인에게 미칠 최악의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상업적인 목적

인하대 병원 이비인후과 김규성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시술"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병원 등 각 병원은 심지어 100%의 성공률을 장담한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수술 환자 8%가 수술 부작용으로 재 입원을 했다.

청각 장애인 당사자들은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은 성공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 더군다나 비싼 돈을 투자한 만큼 반드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인공 와우를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서 장밋빛 환상만을 만들어낸 것. 실상은 다르다.

kig0204 2005-11-07
의사의 말보다 당사자의 말을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영아같은 경우는 몰라도 후천성 성인이라면 절대 반대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했습니다만 정말 사람 바보 만들어 놓고 지들은 연습하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 합니다. 그리고 연습 안 하면 평생가도 못 알아듣는 다는 식으로 수술해 놓고 지들 편한대로 지껄입니다.
의사들이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의 그러한 심각한 정보는 알려줘야 수술 하는 사람이 제대로 판단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인공 와우는 수술보다 후속 조치가 더 중요한 치료다. 그러나 의사들이 말하는 성공률은 수술 성공률이다.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수술 성공률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 후속 조치란 재활교육과 평생 관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현재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은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서구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인공 와우를 ‘1세대’라고 부르고 있으며, 1세대의 결점을 보완하는 각종 실험들이 취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인공 와우 이식수술은 병원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는, 한 건만 해도 굉장한 돈벌이가 되고 있다. 정부와 각 복지재단에서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지원한다고 하자 병원마다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청각 장애인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준다는 건 보람된 일이다.”면서.

하지만 병원과 의사는 사회봉사를 하는 게 아니며, 이들은 수 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받을 건 다 받으면서 한다. 따지고 보면, 공장에서 생산한 인공 와우를 불과 1-2시간 동안 이식해주고 몇 백원 치 수술용 실로 봉합하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벌 수 있으니 큰 장사가 아닌가.

수화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

의사소통 방식은 다양하며, 전문가들은 가장 근본적인 소통방식이 수화라고 지적한다. 한 예로 언어습득 이전에 아기들이 손짓하는 것 역시 표현이다. 이어 언어학에서는 말이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생각이 말을 선택하여 입을 통해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한다.

즉,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말이나 수화나 구조적 차이가 없다는 것. 일찍이 수화에 대한 연구를 한 미국에서는 수화를 완벽한 언어로 인정하고 있으며, 언어학적 가치에 관심을 갖고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20만 청각 장애인의 언어인 수화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방송사들의 자막 방송률은 평균 10%로 미국 100%, 일본 30%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고, 더구나 자막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기 보급은 1만여 대에 불과하다. 정부기관에 취업하는 청각 장애인은 더욱 찾아보기 힘든 수준.

이 같은 언어 차별, 정보 접근 차별, 취업 차별 또 1종 운전면허 취득의 기회 박탈 등 이동권의 차별은 청각 장애인의 존엄성이 어떻게 짓밟혔는지 대신 설명한다. 분노는 당연하다. 2005년 9월 6일 청각 장애인 천여 명이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모여 미리 준비한 자동차, TV 등을 때려 부수는 과격한(?) 시위를 벌인 건 이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차별의 굴레를 벗자.”는 취지에서 팬티만 남긴 채 옷을 모두 벗고 시위하기도 했다.

청각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이 안전성이 검증 안 된 인공 와우를 이식시키려는 이유는 이처럼 정부의 차별 정책에 뿌리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제의 근본인 차별 정책은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미봉책에 불과한 청각장애 아동대상 인공 와우 이식 수술에만 관심을 보인다. 악순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

청각장애 아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밝혀야

과거에 청각장애는 후천적 사고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윽고 현대에 들어서 전문가들은 청각 장애가 바이러스 감염증,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 아스피린, 이뇨제와 감기약 등 약물 중독, 백신접종 부작용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손꼽는다.

또한 출생시 미숙아인 경우 15%가 난청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숙아가 발생하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백신에 사용되는 치멜로살(수은)이 일으키는 대표적 부작용이 자폐증과 뇌 손상, 청력 저하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이 영아에게 국한되고 있는 것처럼 노인성 청력 손실, 소음성 청력 손실과 별도로 발생한 영아 청력 손실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인공 와구 이식 수술보다 더 중요한 근본적 대책이다.

 
미국의 경우 기숙제 주립 농학교에 취학하고 있는 농학생의 약 90%는 언어습득 이전 영아 시기에 청력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국에서도 신생아 1,000명 중 1~3명꼴로 난청 등 청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정부에서는 무대책이 상팔자라는 식으로 손 놓고 있다. 영아 청력 손실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뇌수막염에 대해선 ‘바이러스 탓’만 하고 있으며,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하지만 뇌수막염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철저한 연구는 없으며, 96년과 98년에 대유행했던 뇌수막염 파동에서 알 수 있듯이 뇌수막염은 백신으로 예방되지 않는다.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은 1988년 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이후 현재까지 3,000건 정도가 이루어졌으며 이 중 어린이가 2,500~3,0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보다는 청각 장애인이 점점 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라는 반증이다.

 
오죽하면, 예상할 수 있는 끔찍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시킬까. 청각 장애인들이 부모의 일방적인 수술 결정을 우려하며,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인공 와우 이식 수술 유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유행은 사회구조의 부조리와 부모의 열망을 담았다. 이렇듯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책임은? 마땅히 정부가 져야 한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와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세금을 받는 이유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듯.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 예산은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제도 개선이 당장 실천되는 그 날 비로소 유행은 멈추고, 이 땅은 두 개의 공식 언어가 사용될 것이다.

기사입력: 2005/12/29 [23:4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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