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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구속은 홍콩과 한국경찰의 합작이다
[反WTO 현장] 1500 농민들, 홍덕표 농민 사망 소식에 '전원연행' 감수
 
김도형   기사입력  2005/12/20 [16:25]
* 전국농민회총연합회 회원들이 홍콩 한국민중투쟁단에 참가하여 WTO반대 투쟁을 전개한 농민들의 활동상을 보내와 이에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한국민중투쟁단(아래 투쟁단)에 참가한 1500명 가량의 농민들은 "WTO 반대"를 외치며 홍콩 거리를 누볐다.
 
홍콩시위, 한국정부에 대한 투쟁이었다

원래 홍콩투쟁을 준비하던 전국농민회총연합회(아래 전농) 관계자들은 한국을 떠나기 전 악화되는 국내 사정 때문에 고심을 거듭했다. 11월 18일 고 전용철 농민의 죽음에 이어 같은 집회에서 부상당한 홍덕표 농민의 담당 주치의가 이미 사망판정을 내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 먹거리가 입맛이 맞지 않자 농민들이 고추장에 밥을 비벼먹고 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전농 관계자들은 긴 기간 준비해왔던 반 WTO 홍콩투쟁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심했었다. 그러나 농민들 죽음의 근원은 대책없는 세계화라는 판단으로 'WTO와의 정면대결'을 목표로 최소한의 실무인원 정도 남겨둔 채 홍콩으로의 원정을 떠나게 되었다.

투쟁단은 홍콩에 입국하는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현지 미디어들와 경찰들의 주된 관심대상이었다. 화장실 가는 모습에도 취재진이 몰려들 정도로 홍콩시민들의 호기심과 이목을 끌었고 현지의 신문들은 한국 언론으로부터 제공되어온 격한 투쟁의 모습들로 도배됐다.

▲ 닭싸움하는 모습을 각국의 농민들이 지켜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홍콩 미디어는 투쟁단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 개의 신문사가 수십 명의 카메라맨을 동원하고 무전기로 상황을 통신하는 등 왜곡을 일삼았다.

현지 경찰들은 쇠심박은 곤봉을 사용하고 고무탄까지 발사했다. 그러나 투쟁단은 '60년만의 최대 폭동'의 주범으로 이미지화 되었고 전원연행이라는 어이없는 결과로만 이어졌다.

▲ 집회장소인 세트럴파크엔 홍콩시민들이 보내온 음식과 생수, 시위용품들로 넘쳐났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이번 원정투쟁에서 집회의 문화적 차이를 걱정한 한국 농민들은 홍콩바다에 몸을 던지고, 삼보일배를 하는 방식으로 홍콩시민들에게 다가갔다. 홍콩의 신문 <명보(明報)> 여론조사 결과 70%의 홍콩시민들이 한국농민들을 지지했다.

그러나 평화적 방법만으로 WTO 각료회의를 저지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결국 농민들은 맨손과 맨몸으로 부서지기로 했다.

▲ 삼보일배 행렬 주변에서 홍콩시민 Lam oi wan 씨가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집회에서는 연행된 뒤 부상으로 대열에서 처졌던 농민들이 숙소로 모여들었을 때 한 농민이 다수의 한국 정보과 형사들을 똑똑히 보았다던 이야기가 돌았다. 영사관 앞에서 진행했던 항의집회에서 현지 홍콩영사는 어이없는 무례함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감동보다는 화끈한 것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미디어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취재대상이 아니었다.
                    
또 부상한 농민들을 자기 돈으로 치료해주고 사라진 홍콩 시민들이나 끝까지 한국 농민들과 함께 시위하다 함께 연행된 홍콩 시민들, 수 십 상자의 과일과 먹을거리 심지어 스프레이 최루액을 막기 위한 보안경까지 선물한 수 없이 많은 홍콩 시민들도 취재대상에서 제외되기는 마찬가지였다.

▲ 농성 중인 한국민중투쟁단들을 격려하는 홍콩시민들.     ©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17일 밤 11시경을 마지막 시간으로 정하고 홍콩경찰은 투쟁단에게 협상을 제안했었다. 컨벤션센터 앞 대로에서 해산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정리하고 무사귀환과 숙소로 가는 차편까지 제공하겠음을 내비쳤고 투쟁단은 협상 안에 대하여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그 순간 고국에서 날아든 홍덕표 농민의 사망소식에 투쟁단은 한 명의 다른 의견도 없이 전원연행을 감수하기로 했다.
         
▲ 연행이 진행되는 가운데 다른쪽에서는 농민들이 홍콩경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후 이들은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았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농민들의 전원연행은 친절한 한국정부가 홍콩 경찰당국에 전해준 폭동진압 훈련의 성과이고, 40여명의 정보과 형사를 파견한 정보전의 승리이며, 그리고 홍콩 시민만큼도 안 되는 우리의 무관심이 불러온 결과이다.
 
* 본문은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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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2/20 [16: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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