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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자유와 우리 사회 ‘사이코패스’들
[황진태의 좌충우돌] 퇴행적인 17대 국회, ‘사상(思想)의 시장’ 보호돼야
 
황진태   기사입력  2005/12/14 [00:33]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달 전에 썼었던 본 칼럼을 올리지 못하다가 때마침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 57년 축하기념(?)과 어제 13일 검찰이 강정구 교수에 대하여 3차 소환을 했다는 소식을 겸사겸사 듣게 되어 뒤늦게나마 올립니다.-필자 주.
 
 독일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이념으로서의 기술과 학문>에서 산술과 통계라는 강력한 설득기제를 갖고 있는 자연과학조차도 그 결과에 편파적인 가정과 가치평가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물며 인문사회과학에서 ‘하나의 결론’이란 얼마나 신화적인가. 이번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시민사회는 ‘사상의 시장’에서 논쟁을 통한 자정작용으로 매듭질 것을 신뢰하고 기다렸어야 했다.
 
그의 강의와 저서들을 탐독했었고, 수정주의의 세례를 받았던 필자로서도 90년대 이후 공개된 남침의 명백한 증거인 소련비밀문서라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기존의 역사관을 ‘수정’했다. 필자의 입문서 수준의 역사지식을 통해서도 이번 사건은 진작에 담뱃불로 꺼졌을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인 마냥 휘두르며 레드콤플렉스를 재탕한 보수언론과 정당, 지식인의 합종연횡은 담뱃불에서 (그들의 비유를 빌린다면) ‘국가정통성을 뒤흔드는’ 산불로 ‘국가적인 재난’으로 확산시켰다.
 
보수논객조차 우려하는 사상시장의 침해
 
강 교수 사건 이전에 국보법의 칼날이 학문적, 문화적 성취에 생채기를 냈었던 최근의 사례를 들춰보면 최장집 교수에 대한 월간조선의 ‘사상검증’부터 시작하여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이 모두 무혐의 처리되었다. 이러한 국보법의 무모한 사상시장 침해 사례가 늘어날수록 지식인들의 ‘자기검열’은 강화되고 사상시장은 축소될 것을 강요받는다. 18세기 전제정치 하에 놓인 프랑스에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이다. 인간 세계의 사소한 차이들이 증오와 박해의 구실이 되지 않기를” 주장한 볼테르의 관용론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사상의 시장’이 처한 위협에 대해서 교과서 포럼을 주도하는 보수논객 박효종 교수조차도 강 교수의 주장이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증오와 박해의 구실이 되지 않기’위해서 “궤변이라도 관용의 잣대로 보자” “사법적 처벌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한 점을 보수 쪽에서는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학문의 전당임을 망각한 동국‘대학’ 혹은 동국‘기업’
 
 또 하나의 점입가경은 학문의 전당으로서 진리를 수호해야할 대학조차도 이러한 사상시장에서 ‘축소지향의 반공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동국대 측에서는 “강정구 교수를 면직시키고 싶다.”며 강 교수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오히려 학교에서 쫓아내려고 안달이다. 그 이유로 학생들의 취업률이 염려되어서라는데 이는 거시경제에서 비롯된 저조한 취업률을 빌미로 대학이 기업으로 둔갑하여 학문의 전당임을 포기한 존재망각의 극치로 풀이된다.
 
그간 동국대 재단이 적자경영을 하는 한방병원을 곳곳에 세우면서 ‘밑빠진 독’마냥 의사들의 봉급을 학생복지와 능력계발에 써야 할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매꾸면서도 등록금을 매년 인상시켰던 점을 감안할 때 학교의 능력이 떨어져서 취업률이 저조한 책임을 이번 사건으로 강 교수에게 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초대국회보다 퇴행적인 17대 국회의원
 
또한 이번 ‘빠알간 산불’의 방화공범이었던 정치인은 얼마나 퇴행적이었는가.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강 교수 발언은 학문의 자유영역”이라고 발언했다가 의원들의 야유를 받았다.  대한민국 국회 제 1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초대국회보다 현 17대국회의 정신상태가 역사적 진보는커녕 얼마나 퇴행적인지 알 수 있다.  
 
“속담에 고양이가 쥐를 못잡고 씨암탉을 잡는다는 격으로 이 법률을 발표하고 나면 안 걸릴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조헌영 의원)
“우리는 공산당을 탄압하자고 만들자고 했지 막연히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가지고 3천만 민중의 무고한 백성들이 걸리는 이 법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자손만대에 죄를 우리 자신이 짓고 말 것입니다.”(조국현 의원)
“우리가 이 법을 통과시켜서 3일이 못 되어 후회가 있을 것을 나는 믿습니다.”(김중기 의원)
 
얼마 전에 열린 국가보안법 청문회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국가보안법에 빌붙는 권력들에 대해서 ‘사이코패스’(증상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고 일상생활도 잘해 가족조차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사소한 충동으로 자제력을 잃으면 잔인하고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또 다른 특징은 자기가 한 잔혹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한겨레21 제578호>)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상의 시장’의 확장과 보호를 위해서 국보법에 매달리는 분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적극 권장하며 혹시 치료불가판정을 받는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말마따나 박물관으로 국보법과 함께 보내지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때마침 용산에 길이 404m, 너비 186m, 높이 43m 규모의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건립되었는데 이분들이 전시될 공간은 충분히 제공될 것이다. /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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