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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말글은 죽어도 한글 못따라 온다
[논단] 세계 언어학자들 ‘한글최고’ 격찬, 일본식 한자섞어쓰기 가장 미개
 
이대로   기사입력  2005/09/09 [11:39]
1994년 세계에서 이름난 과학잡지 디스커버지 (Discover)지 6월호에 미국의 유명한 생리학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캘리포니아 대학교 재릿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박사가 ‘올바로 적기 (Writing Right)’란 글에서 “한글만 쓰는 북쪽의 말글살이가 가장 편리하고 과학스런 말글살이이고 가나글자와 한자를 섞어 쓰는 일본의 말글살이가 가장 불편하고 미개한 말글살이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스런 글자다”라고 썼다. 나는 이 과학자를 1995년 서울 세종 호텔에서 가진 국어순화모임 조찬회에서 만나 그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그 글 내용을 확인한 일이 있다. 

재릿 다이아몬드 박사,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
 
1994년 우리나라 각 일간신문는 다이아몬드가 디스커버지에 쓴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스런 글자이고 그 한글을 쓰는 한국말이 가장 좋은 말글살이다”라는 기사를 소개한 일이 있다. 그래서 세종 호텔에서 그를 만났을 때 한국이 가장 과학스런 말글살이를 한다고 생각하는 지 확인하니 “두 가지 글자를 섞어 쓰는 일본의 말글살이가 가장 비과학적인 말글살이이고 그를 따라하는 한국의 말글살이도 마찬가지 불편하다. 한글만 쓰는 북쪽의 말글살이가 가장 편리하고 과학적인 말글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나라의 지배층인 국무총리와 장관을 지낸 정치인, 서울대학교 총장과 교수였던 사람, 대기업 사장과 조선일보 같은 언론들은 일본처럼 한자를 혼용하는 말글살이가 가장 편리한 말글살이라고 떠들며 한글만 쓰기를 가로막았다. 그런데 그 때 세계에서 이름난 과학자는 그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가 가장 미개하고 불편한 말글살이라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다른 세계학자들도 인정하는데 우리 지배층만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했다. 이 한자를 섞어 세로 쓰던 보수신문들은 일본식 한자혼용이 세계에서 가장 미개한 말글살이란 것은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

재럿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글이 영문 로마자보다도 더 좋은 글자라고 자세히 설명하면서  한국은 한자를 혼용함으로써 불편한 말글살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날 로마자 같은 소리글자가 가장 좋은 글자이고 로마자가 세상을 휩쓸고 있는데 그 글자보다 한글이 더 과학에 기초를 두고 질서 있게 짜여진 글자라고 말했으니 세계에서 한글이 가장 잘난 글자임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 다이몬드 글에 반론이나 반박문을 본 일이 없으니 세계가 인정하는 진실이다. 그 때 그가 디스커버지에 쓴 내용을 조금 옮겨본다.

“어떤 문자(한글)들은 사람들의 말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반면, 다른 문자들, 예를 들어 영어 따위들은 대단히 혼란스럽다. 이것은 문자의 진화인가? 아니면 문자에 동등하지 않은 논리가 적용된 것인가?  당신은 영어를 읽고 쓸 줄 아는가? 당신은 대답할 것이다. 물론이지, 재릿 다이아몬드. 당신도 알잖소. 그렇지 않다면 내가 어떻게 이 잡지를 읽겠소? 그렇다면, 당신은 문자 영어의 배후에 있는 이치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해본 적이 있는가? 즉, cede나 ceed, 혹은 sied대신 우리가 하듯이 seed라고 적는 이치는 무엇인가? 또는  sh 소리에 대해, 단지 몇 가지의 경우만을 거론한다 하더라도, (ocean에서와 같이) ce로 적을 수도 있고, (nation에서와 같이) ti로 적을 수도 있으며, (issue에서와 같이) ss로 적을 수도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글은 입으로 내는 소리와 적는 기호 완벽하게 일치

이런 류의 셀 수 없이 많은 예는 영어를 적기가 심지어 교육받은 어른들에게조차 끔찍하게 어렵다는 것을 예증한다. 지금 일 학년인 쌍둥이 아들들을 통하여 필자가 거듭 발견한 바와 같이, 영어 맞춤법은 기본 법칙을 (그런 것이 있기나 하다면) 배운 어린이들이 적힌 낱말들 다수를 읽을 수 없거나 들은 낱말들을 적을 수 없을 만큼 일관성이 없다. 덴마크어를 적는 것도 어렵다. 중국말 적기와 남한 말 적기는 더욱 어렵고, 일본말은 가장 어렵다.

그러나 다 그렇진 않다. 프랑스 어린이들은, 들은 낱말들의 철자를 적지 못할 때가 자주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적혀 있는 낱말의 대부분을 읽을 수는 있다. 핀란드와 북한에서는 입으로 내는 소리와 적는 기호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므로 ‘그 말의 맞춤법이 어떻게 됩니까?’라는 질문이 사실상 있을 수 없다.”
 
그는 덧붙여 “세종대왕이 만든 28개 부호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알파벳이며 가장 과학적이고 초이성적(ultrarational)인 문자체계인바,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한눈에 식별할 수 있다. 둘째, 자음부호 형체는 그 소리가 날 때 입술, 입 혀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다. 셋째, 이들 부호는 수평 또는 수직으로 묶어져서 네모 꼴 안에 든 음절 문자가 된다.”며 한글이 최고임을 설명하고 있다. 

보통 영어 알파벳이 가장 뛰어난 소리글자요 그 로마자를 쓰는 미국말이 가장 발달된 말로  생각하는 데 그게 아니었다. 같은 발음도 여러 글자로 적기도 하고, 같은 낱글자도 경우에 따라 여러 가지로 발음이 된다는 것이다. 재미동포 박양춘 선생은 “ 로마자 a는 아, 에, ... 들 여덟 가지로, o는 아홉 가지로 소리 나는데 한글 ㅏ는 아 하나로만 소리를 내고, 오우라는 이중모음은 o, au, aw...ow 등 11가지로 표기된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따 만든 표기와 발음체계가 정확하고 과학스러워 로마자보다도 훌륭한 한글을 세계글자로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다이아몬드 말고도 하버드대학 교수인 라이샤워 박사, 네덜란드의 언어학자인 보스 박사, 영국의 언어학자인 샘슨 박사, 미국 매어리랜드 대학교 언어학자인 램지박사, 독일 함부르크 대학교 교수로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삿세 박사, 전 일본 도쿄 외국어대학 교수인 우메다 히로유키 박사,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 여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학자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실증을 들어 말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에서는 한글을 인류가 발명하거나 발전시킨 세계적 기록문화 유산으로 지정했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문맹퇴치에 공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상의 이름을 ‘세종대왕 문맹퇴치상’이라고 지었다.

세계 유명 언어학자들  ‘한글이 최고의 언어’ 극찬

그런데 우리나라의 학자와 정치인, 대기업주, 신문은 세계에서 가장 잘난 글자를 가지고도 그것을 잘 갈고 닦고 빛내어 세계 으뜸가는 문화를 창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중국 한자만 섬기고, 미국말을 우리 공용어로 하자고 하면서, 가장 비과학스럽고 미개한 일본의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최고라고 생각하니 한심스럽다. 일제 식민지 한자혼용교육에 물든 일제 지식인이 제 편익만 생각하고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고, 미국문화 숭배자들이 미국말을 우리 공용어로 하자는 것은 한글 역적행위이고 겨레말과 겨레 얼을 죽이는 민족 반역행위이며 국어독립을 가로막는 죄악이다. 한자 고집은 ‘죽은 아들의 알불 만지는 것’이고, 미국말 섬기기는 ‘남의 떡만 큰 것’으로 알고 하는 못난 짓이다.

한글이 살고 빛나려면 할 일이 너무 많다. 한글만 쓸 거냐, 한자를 섞어 쓸 거냐는 말싸움은 너무 많이 했다. 이제 그런 말싸움에 국력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한문나라인 중국의 지배를 받았고, 수십 년 동안 일제 식민지였기에 중국과 일제 한자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한자는 지는 해요 한글은 뜨는 해다. 큰 흐름은 한글세상이니 한글을 빛내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알아듣기 힘들고 혼란스런 한자말을 될 수 있으면 토박이말로 바꾸고, 새로 만들어 쓰자. 요즘 자꾸 늘어나는 미국말도 그렇다. 한국말이 북쪽 말보다 불편한 것은 한자와 미국말을 많이 섞어 쓰기 때문이다.
 
일제 지식인과 그 제자들은 말할 거 없고, 정부는 멀리 후손과 겨레의 앞날을 생각해 오늘 우리가 좀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한글세상을 만들어 우리 한글 자주문화를 꽃피우고 세계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하자. 지금부터 정부와 학자와 언론과 국민이 함께 한마음으로 한글세상을 만들려고 힘써도 온전한 한글전용, 한국어 독립은 50년에서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수천 년 동안 쓴 한자와 일제가 철저하게 길들인 한자말, 전문용어를 다듬고 고르고 길들이기가 손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쓴 한자말을 그대로 한글로 적으면 많은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한자를 고집하지 말고, 한글세상 터전을 닦아 후손에게 물려주자.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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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9/09 [11: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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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로 2009/06/21 [16:22] 수정 | 삭제
  • 나라가 발전하는 원인은 글자가 좋은가 아닌가 말고도 다른 요인이 많을 거란 생각이고요. 중국 식당에서 우리 한자를 알면 메뉴를 보기 좋다는 이야기에 4년 전에 답변을 못했는데 지난 2년간 중국에 살다 와보니 우리 한자로 식당 차림표를 읽을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는 것이고. 중국어를 따로 배우는 게 더 실용에 효과가 있고,

    아래 싱가포르 교육 방법과 환경에서 배울 게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육 낭비가 너무 많다는 것도 다시 생각했고요. 쓸데 없는 공부를 많이 하고 애들 잡는다는 거지요.
  • 무위 2005/09/16 [06:52] 수정 | 삭제
  • 먼저 바쁘신 분일텐데 저의 질문에 긴 답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병우 박사님의 말씀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병우 박사님은

    "일본은 우리보다 500년 먼저 제 나라 글자를 만들고, 500년 먼저 실용했다. 우리는 우리 글자를 500년 늦게 가젔으며 500년 뒤에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이 우리보다 국민 수준이 빨리 높아졌고 그들 자주문화가 발달했다. 우리가 한글을 즐겨 쓰면 머지 않아서 일본보다 앞선 나라가 될 것이다."

    의 문장에서 '글자'라는 용어보다는 과학기술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며 '뛰어난 글자와 자국의 글자 사랑'때문에 선진국가가 된다는 말은
    과학적인 진단이 아니라 일종의 '아름다운 희망이나 바램'으로 생각되어 집니다. 글자때문에 강대국이 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강대국이나 선진국가의 언어가 세계적인 지배력을 갖게 되는 것이 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중국이 전혀 강제하지 않았지만 조선이나 그 주변국들이 한문을 배웠고 또 현대에 와서는 자발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서구어를 배우고 있듯이 말입니다.

    또 일본인이 한국어를 배우기보다는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입니다) 물론 중국이나 영국 일본 등의 강대국들이 언어의 우수성때문에 강대국이 된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과학기술이나 인구나 영토의 크기 로마제국같은 강력한 군대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요. 언어도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보며 오히려 그러한 명제는 '원인과 결과를 혼돈하는 오류'에 가깝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 생각은 언어는 (일종의 화폐처럼) 인간이 살아 가는 데 필요한 도구라고 보는 입잡입니다.

    기타 한자에 관한 것은 제가 이전에 옮겼던 글-천주욱님 글-을 대신하여 올립니다. 참고로 아(我)를 '워'로 가르키자는 말은 모택동을 마오쩌뚱으로 호유방을 '후진따오'로 가르키자는 말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대략 비습합니다.


    무위 (2004-05-16 16:54:19, Hit : 168, 추천 : 12)


    제목
    우리 교육, 이대로는 안된다--我를 로 가르켜야 한다.


    출처: http://www.myinote.com

    (한국탈출 6) 우리 학교 교육, 이대로는 안된다 2000-12-04 천주욱 씀

    싱가포르에 주재할 때 나의 두 아이들은 미국학교에 다녔다. 그래서 나는 우리 나라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이 학교교육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귀국발령이 나기 전에 우리나라 교과서를 구해다 집에서 틈틈이 보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두 아이들의 한문책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칠까, 중국사람도 어려워서 배우지 않는 정자(正字)로 된 한문 공부를 시켜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

    花 欲 然

    江 碧 鳥 逾 白이요, 강물이 파라니 새 더욱 희고,
    山 靑 花 欲 然이라. 산이 푸르니 꽃이 불타려 하네.
    今 春 看 又 過하니, 이 봄도 눈 앞에서 또 지나가니,
    何 日 是 歸 年가. 어느 날이 돌아갈 해(때)인가.



    1. 대구에 알맞은 한자를 써 넣어 보자.
    江 →( ), 碧 →靑, 鳥 →( ), 逾 →欲, 白 →然

    2. 다음 시구를 새기는 차례대로 번호를 붙여 보자.
    ① 今 春 看 又 過 ② 何 日 是 歸 年


    이 한시(漢詩)의 제목인 화욕연(花欲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몇 개 한자는 무엇을 의미 하는지, 어떻게 읽는지, 한시(漢詩) 옆에 우리 말로 된 해석이 없어면 이 한시의 뜻이 뭔지, 형성평가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솔직히 나는 모른다.

    그리고 학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사회에서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형성평가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 어디에서 사용되는지도 궁금하다.


    이 한시는 우리나라 중학교 한문(漢文)교과서 23쪽 제6과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나는 대학을 나와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싱가포르에 주재할 때는 만다린어(중국어)도 조금 배웠으며, 중국 노래도 몇 곡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부끄럽게도(?) 花欲然이 무엇을 뜻하는지, 첫 줄에 나오는 逾자를 어떻게 읽는지도,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逾 : 넘을 유)

    그리고 우측에 적어놓은 해석이 없다면 이 한시(漢詩)가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

    중학교 2학년 교과서가 이 정도다. 왜 중학교 2학년에게 이 정도의 중문학(中文學?)을 가르쳐야 할까? 그러나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는 더욱 점입가경이다.


    漁 夫 辭

    屈原이 旣放에 游於江潭하며 行吟澤畔할새 顔色이 憔悴하고
    形容이 枯槁하니 漁夫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아.
    何故로 至於斯오」
    屈原이 曰, 「擧世皆濁이어늘 我獨淸하고 衆人이 皆醉어늘
    我獨醒이라 是以見放이로다.」

    (中略)

    「滄浪之水 淸兮어든 可以濯吾纓이요
    滄浪之水 濁兮어든 可以濯吾足이로다.」하고
    遂去하고 不復與言이러라.
    (楚 辭)

    이건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 제36과를 옮겨 놓은 것이다. 이 어부사는 아예 첫 줄부터 나를 질리게 한다.

    앞의 화욕연은 그래도 얼렁뚱땅 그 뜻을 짚어 볼 수 있을 듯 한데, 이 어부사는 모르는 한자 투성일 뿐 아니라, 이 한시(?)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교과서가 이렇게 어려우니 우리 아이들이 뜻도 모르는 고루한 중문학 문장을 얼마나 많이 달달 암기해야 할 것이며, 시험에는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인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3년간 두권의 한문책(중문학책?)을 배운다고 한다. 각 권에는 무려 70여개 과(課)가 있으며, 한 과는 적게는 60여자, 많게는 250여자의 한자로 된 한시나 문장이 나와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짊어질 우리 아이들이 날밤을 세우며 그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돈(사교육비)을 들이면서 한다는 공부가 이런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런 것을 가르치며 학생들은 배울까?

    나는 싱가포르에 있을 때 위의 화욕연과 어부사, 두 한시를 싱가포르 국립대학 출신 현지화교직원들에게 보여 봤다.(저자 주 :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Asia Best5에 들어 가는 명문대학이다.)

    그들은 눈을 멀뚱멀뚱하면서 어디서 이런 쾌쾌 먹은 고문(古文)을 가져왔느냐는 식이었다. 그들은 그 내용은 물론이고 모르는 글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어떤 직원은 할아버지께서 쓰던 오래된 한문인 모양인데 자기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복잡한 한자를 간단하게 만든 간체자(簡體字: 簡字라고도 함.)로 된 "중국말’을 배우기 때문에 정자(正字)로 된 ‘옛날 중국글자’는 잘 모른다는 것이었으며,

    정자로 중국말을 배우면 말은 할 수 있지만, 신문이나 간판을 읽을 수 없어 오히려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쉬운 간체자를 두고 왜 어려운 정자를 배우느냐고 했다.

    초사(楚辭)가 뭐냐고 하니 초나라 이야기인 것은 알겠는데 초사의 저자가 누구인지, 중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문장집인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는 중문학을 가르치는 곳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은 중국이나 대만에 있는 대학이나 대학원에 유학을 가서 배우겠지만, 이런 것을 배우려고 유학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 북경대학 출신으로 중국 국영화학공사 싱가포르 주재원으로 와 있는 30대초 왕추웬과장에게도 이 두 한시를 보여 봤다.

    두 한시의 의미를 어느 정도 넘겨 짚을 수는 있겠지만, 이 한시의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쓰지 않는 고한자(古漢字)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모택동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가 간체자를 도입한 것이다. 그 어려운 한자를 간단하게 쓸 수 있는 간체자가 도입됨으로서 문맹율이 급속히 떨어졌을 뿐 아니라,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아 글 쓰는 속도가 빨라지게 되어 간체자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간체자를 도입한지가 2-3십년 되었다. 그래서 정자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기 때문에 30대 젊은이들이 정자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 하다.아마 앞으로 10년 후가 되면 정자는 완전히 없어질 것 같다.

    현재 중국에서는 물론이고, 싱가포르 화교를 포함하여 전세계 화교들이 간체자로 말을 배우고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모든 도로표지판도 간체자로 되어 있고, 모든 신문도 간체자로 되어 있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아직 정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통일이 되면 바로 간체자로 바뀔 것이다."

    이처럼 본토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해외 화교들 마져도 그 복잡한 한자를 간단하게 쓰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한(漢)나라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자(한문)시험에 약자(略字)를 쓰면 안 된다고 한다.

    내 PC에 간체자를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어 여기에 쓸 수는 없지만,우리가 그 복잡하게 정자로 쓰고 있는 관계(關係, 35획)니, 화려(華麗, 29획)니, 개발(開發, 27획)이니 하는 한자를 중국에서는 각 각 15획, 14획, 9획으로 된 간체자로 쓰고 있다.

    즉, 간체자는 정자 보다는 그 획수를 반 이하 또는 1/3로 줄여서 간단하게 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어린 학생들은 힘 들여 關係, 華麗, 開發을 쓰느라고, 아니 그림을 그리느라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획이 하나라도 잘 못되거나 빠지면 날 밤을 새우며 달달 외운 공부가 허사가 되고 만다.

    여기서 좀 더 분석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보자. 關係라는 한자(漢字) 두 글자를 쓰는데도 우리 학생들은 간체자를 쓰는 중국 학생들 보다 최소한 30초 정도의 시간을 더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중고등학교 학생 500여만명이 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유한한 시간 중에서 우리나라 전체 중고등학생들이 한문을 정자로 배우거나, 중국 최고 엘리뜨 대학생들도 배우지 않는 한시(중문학)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나라 전체로는 년간 1억 3천만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주 : 학교 수업시간을 포함해서 년 평균 일주일 1시간 한문공부 × 1년 52주 ×5,000,000명 하면 2억 6천만시간이고, 여기에서 간체자가 정자보다 그 획 수가 반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가정함.)

    다시 말하면 창의성이 충만하고 발랄한 아이디어가 들끓을 때 우리 중고등학생들이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년간 1억 3천만 시간을 무가치(?)한 한자 정자 쓰는데나 중문학 배우는데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6년간 한문 시험에 모두 만점을 받아도 중국 사람과 말도 한 마디 못 하는 이런 교육 보다는 이렇게 무가치하게 낭비되는 시간에 차라리 우리 아이들에게 중국말을 가르치면 어떨까?

    아니면 과학실험이라도 한 번 하게 하거나, 벤처적인 아이디어라도 하나씩 생각하게 하면 어떨 것이며, 영어 회화 한마디라도 가르치면 어떨까?

    물론 우리 아이들이 우리나라 역사와 전통과 조상과 우리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 세계화의 기본은 자기 나라 것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자기 것을 모르고 세계화를 추진하면 그건 세계화가 아니고 무국적화(無國籍化)다.

    그러나 지금 처럼 정자로 한문을 가르침으로서 한문 기피증을 유발하는 것 보다는 쉬운 간체자로 가르치는게 오히려 우리의 전통과 뿌리를 더 확실히 보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500만명의 중고학생 전부가 화욕연이나 초사나 어부사까지 배울 필요가 있으며, 중국 본토에서도 배우지 않는 한자 정자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이런 것은 중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대학교나 대학원에 가서 배우면 안될까? 왜 모든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런 공부를 강요할까?

    도대체 이런 중문학이나 한자 정자 쓰는데 시간을 허비하고서도 21세기의 그 처절할 전 세계적인 경쟁에 우리 아이들이 이길 수 있을까?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쓸모없는 중문학이나 정자에 진을 빼는 이유 중에는 아마도 다음 두가지 이유도 있는 듯 하다.


    첫째, 한자를 줄여서 간체자로 쓰면 일본글자와 비슷해지므로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중국식 간체자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일본과 그리고 일본이 총독부를 두었던 대만과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한자문화권에서는 간체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대만에는 아직도 친일파(?)가 세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정자를 고집하는 것일까?


    둘째, 교과서를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아야 참고서와 문제집이 잘 팔리고, 학원이 많은 돈을 벌게 될 뿐 아니라, 그 교과서 저자들의 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은 아닐까?

    몇년전 문교부가 갑자기 교과서를 바꾼다니까 참고서 출판업자단체인가 어디에서 신문에 대문짝 만한 탄원서를 낸 일이 있다.

    "대통령각하, 급작스런 교과서 개정은 우리 업계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
    어쩌고 저쩌고.....’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 단체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21세기를 짊어질 우리 어린 아이들이 그 어려운, 그러나 쓸모없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6년간 한문 교과서 전체를 달달 외우고, 참고서를 몇권이나 독파해서 한문시험(중문학시험?)에 만점을 받았다고 하드라도 중국이나 해외 화교 초등학교 1한년 학생과도 말은 물론이고 글도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문에 난 문장 하나 글자 한 자도 제대로 알 수 없으며, 중국에 가면 도로 표시판 하나 읽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뿐 아니다. 우리나라의 한자로 된 용어는 대부분 일본식 한자 용어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용어가 아예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비행장이라는 용어가 중국에서는 기장(耭場 : 간단한 간체자가 따로 있음)으로 되어 있어 글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21세기는 피도 눈물도 없이 국가간에 처절한 경쟁이 벌어지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정부가 나서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어린 학생들은 아무 쓸모도 없는 옛날 한문이나 중문학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학교 공부로는 절대로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지 못 할 것이다.


    그런데 한문교과서만 이런게 아니다. 우리나라 모든 교과서가 위에서 인용한 한문교과서와 진배 없다. 아니 한문책은 그래도 좀 괜찮은 편이다. 우리나라 모든 교과서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런 것을 배워서 뭘 하자는 것인지, 이런 것을 배운 우리 아이들이 그 격량이 휘몰아칠 21세기를 헤쳐나 갈 수 있을 것인지,

    이제 우리나라는 창조와 지식산업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갈 수 있겠는지 하는 생각 말이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창의와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용납되지도 않는다. 아예 그럴 시간도 없다.

    고등학교 2학년 초만 되면 3학년 전 과정을 학원에서 벌써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능준비에 들어 간다. 학교는 건성으로 다닌다. 학원 공부가 더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화학교과서를 한 번 보자. 학교에서 실험은 거의 하지 않는다. 교과서와 수 많은 참고서와 문제집에 법률책 보다 더 어려운 용어로 적어 놓은 화학실험과정과 결과를 뜻도 모른 채 달달 외워야만 한다.

    수학교과서를 보면 미국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수준에나 맞는 내용이다. 교과서가 이러니 참고서가 잘 팔리고 학원이 돈을 벌고 비밀과외가 성행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학교 교육은 어린 아이들을 학교시절에 아예 기를 꺽어 놓는 듯 하다.


    몇년 전 고등학교에 들어간 작은 아이가 교과서를 받아 왔는데 교과서가 놀랍게도 26권이었다. 여기에 최소한 참고서 한권씩, 문제집 한권씩만 산다고 하여도 5-6십권의 책을 또 사서 달달 외워야 하는 것이다.

    과목이 이렇게도 많고, 교과서가 또 이렇게 어려우니,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지 않을 수 없고, 학원에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과목이 많다 보니 이해할 시간이나, 응용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무조건 외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어린 학생들은 새벽 6시에 집을 나가 밤 12시까지 자율학습, 보충수업, 학원, 방문과외, 비밀과외, 쪽집게 과외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비밀과외를 조장(?)하고 있으면서 때만 되면 사교육비가 나라를 좀 먹는다는 둥, 교육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둥, 일부 부유층의 사교육비 지출이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둥 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는 또 이런 일도 있다.

    안 그래도 엄청난 교과목을 달달 외워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환경보호 의식이나 사회봉사의식을 심어준다는 핑계(?)로 토요일은 책가방 없는 날로 지정하여 학교나 시장 주위를 청소한다든지, 쓰레기 줍기를 한다든지, 양로원을 방문한다든지 하는 사회봉사제도가 학교에 생겼다.

    그러나 기존의 교과목이 하나도 줄지 않은 채 이런 것이 추가되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참고서와 문제집을 더 많이 사야 하고, 학원에 더 가야하고, 고액과외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러니 이 나라 년간 사교육비가 20조원이나 드는 것이다.
    (20조원이면 인천국제공항을 3개 정도나 건설할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20조원의 사교육비가 가계에 너무 큰 부담을 준다고 떠들어도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란 것이 고작 자율학습이 어떻고, 보충수업은 저떻고, 학원 수강료는 얼마 이상 못 올리고, 구청에 수강료를 신고해야 하고,

    학원은 몇 평 이상이라야 허가가 나고, 그 이하는 보습학원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학원 내 소화기 비치는 어떻고, 비상구는 저떻고, 하는 인허가사항(달리 말하면 떡값 받을 수 있는 사항?)만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내놓았던 개혁과제란 것도 학교운영위원회 치, 학교생활기록부 제도 도입, 방과 후 교육활동, 교육과정 운영다양화,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평생직업교육제도 도입, 등 제도적인 것이지, 21세기를 대비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은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 교육문제에 권위 있다는 저명한 학자(?)나 교수들은 입만 열면 모두들 한결 같이 우리나라 교육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열을 낸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된 논조는 입시제도와 교육시키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전교조 같은 단체도 가장 중요한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 모두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교과서 내용 뿐만 아니다. 대학입시 또한 큰 문제다. 재작년에는 수능시험 총점에 큰 비중을 두었고, 작년에는 수능시험 성적 중 국영수(國英數)만 몇 % 반영했지만, 올해는 어떻게 바꾸고, 종합생활기록부 반영은 또 어떻게 바뀌고, 본고사는 어쩌고,

    본고사 중 올해는 어디에 가중치를 많이 주고, 본고사는 내년부터 없어지고, 특례모집은 저쩌고, 논술은 이렇고, 사회봉사 점수는 반영율이 낮아지고, 올해는 수능시험 총점을 400점으로 하고, 등, 등.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건 장난이다.

    그리고 또 이런 것도 큰 문제다. 해마다 하반기가 되어야 그 해 입시제도가 발표된다는 것이다. 입시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하반기에 그 해의 입시제도를 바꾸면 학생들은 매우 당황하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학생들은 자연히 입시학원으로 몰리게 되며 참고서 또한 불티 나게
    팔리게 되는 것이다.

    왜 해마다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할까?

    입시제도는 몇십년간 그대로 두거나, 대학 자율에 맡기는 대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21세기를 대비하여 지금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개혁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여기서 미국식 교육이 어떤 것인지 알아 보자.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오늘 날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것은 전적으로 교육경쟁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경험을 여기에 소개한다.

    내가 처음 싱가포르에 갔을 때, 내 두 아이는 미국계 외국인 중학교 2학년과 국민학교 5학년에 들어갔다. 그들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그러나 다닌지 며칠 되지 않아 학교 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 했다.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큰 아이는 교과서가 8권이었고, 작은 아이는 고작 6권 뿐이었다.

    그리고 교과서는 학교에 두고 다니게 되어 있었다. 집에 가지고 올 필요가 없었다. 한반에는 고작해야 학생이 20명 정도였다.

    두 아이는 7-8개월이 지나자 미국 TV방송에서 드라마를 보고는 웃을 때 웃고,
    심각할 때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에서 영어를 근 10년 이상 배운 나는 그 TV드라마가 무슨 내용인지 완벽하게는 알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미국인과 대화를 하면 지금도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몇 개월 배우지 않았는데도 미국 아이들과 학교생활 하는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어느날 중학교 다니는 아이가 싱가포르에서도 코끼리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동물원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했다. 딸 아이는 일요일 아침 일찍 동물원에 갔다. 그 이후 한 달 간 딸 아이는 코끼리에 폭 파져 있었다.

    그 사연은 이렇다.

    과학시간에 포유동물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서 한 달 간 조사, 연구하여 레포트를 내라는 숙제(이들은 이런 것을 프로젝트라고 함.)를 받은 것이다.

    딸 아이는 코끼리로 정했던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인 스웨덴 아이는 악어로 정했고, 홍콩 아이는 독수리로, 이스라엘 친구는 사자로 정했다고 한다.

    딸 아이는 먼저 이번 프로젝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 선생님께 제출했다.

    몇 차례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를 관찰해 보기도 하고, 동물원 수의사를 만나서 코끼리가 자주 걸리는 병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주사를 놓으면 그 양은 사람에게 주사하는 양의 몇 배가 되는지, 코끼리도 감기에 걸리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관리인을 만나서는 코끼리 몸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코끼리는 어떤 먹이를 가장 좋아하는지, 새끼는 얼마만에 놓으며 보통 몇마리를 놓는지, 이 코끼리는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지, 저 코끼리는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지, 그리고 각각 특징은 무엇인지, 하는 조사를 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도서관과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에서 가서 코끼리에 관한 몇 권의 책도 읽었다.

    세계적으로 코끼리는 어느 지역에 많이 살고 있는지, 가장 북쪽에 살고 있는 지역은 어딘지, 왜 코끼리는 몸이 큰지, 코끼리를 숭배하는 나라는 어디며 싫어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 코끼리 고기를 먹는 나라는 없는지, 코끼리는 왜 코가 큰지, 코끼리의 지능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코끼리가 등장하는 영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 등.

    한달 후 딸 아이는 컴퓨터로 30여장의 영어로 된 레포트를 작성, 제출했다.
    레포트 중간 중간에는 십여장의 사진을 스케너로 입력했다.

    10일 후 레포트 평가 결과가 집으로 통보되어 왔다. 영어 표현이 이상하거나 단어가 틀린 경우에는 선생이 붉은 펜으로 고쳐 놓았었다. 레포트 평가는 A-였다.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의 평가, 프로젝트를 작성하는 자세, 계획수립내용 및 독창성이 모여 평가 점수가 되었으며, 그 평가 점수를 모은 것이 바로 내 딸 아이의 학교 성적이었다.

    이런 프로젝트는 자주 주어졌다. 어떤 경우에는 몇 명이 하나의 그룹이 되어 계획수립, 조사, 연구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고등학생인 큰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인데도 교과서는 고작 7-8권 뿐이었고, 프로젝트가 자주 주어졌다.
    프로젝트 내용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지금의 컴퓨터는 10년 후 어떻게 변할까, 10년 후 어떤 컴퓨터가 나왔으면 좋겠느냐, 지금의 전화는 10년 후 어떻게 변할까, 10년 후 어떤 전화가 나왔으면 좋겠느냐,

    인간생활에 왜 수학이 필요한가,
    비와 인간생활은 어떤 관계가 있나,
    나이키에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신발회사를 만든다면 어떻게 광고를 해야 할까,

    5년 후 TV에는 어떤 프로가 등장할까,
    내가 만일 19세기 말 중국 황제라면 어떻게 했을까,
    일본의 역사, 문화, 음악, 기술, 국민성, 중 하나를 정해서 조사해보자,
    등, 등. 프로젝트는 다양하게 각 과목에서 주어졌다.

    그런데 이런 모든 프로젝트에는 정답이 없었다. 그래서 학원에 다닐 필요도 없고, 참고서를 볼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 교육에는 참고서나 문제집이란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미국식 교육은 창의성과 생각하는 방법과 사회성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이었다.

    어떤 방향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구성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 가서 무엇을 조사할 것인가,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부터 시작하여, 왜 그럴까, 다른 방법은 없는가, 이런 방법은 어떤가, 그것이 없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등 등 많은 고민과 생각과 조사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이 미국식 교육이었다.

    (이 싱가포르에 있는 미국 교등학교에서는 해마다 하바드, 스템포드, MIT 같은 미국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도 더러 있을 정도로 괜찮은 학교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은 뜻도 모르고 사회에 나와도 전혀 쓸모 없는(?) 것을 날밤을 세우면서 달달 외워야 하는 것이다.

    교과서 26권에 참고서 50여권을 1년간 죽기살기로 외워야 한다. 미국식교육 처럼 생각을 하고, 이유와 원인을 따지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짜낼 생각도 없고, 그럴 시간도 아예 없는 것이 한국식교육이다.

    우리는 온갖 쓸모 없는 공부를 하고 있으니 잡다한 짧은 지식 뿐이고, 미국아이들은 하나를 알아도 확실히 알게 되는 것이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아이들은 "다음 중 포유동물이 아닌 것은?" 하는 문제는 잘 풀지만, 미국 학생들은 포유동물 중 코끼리 하나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게 될 뿐 아니라, 새로운 것에 접근하는 방법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습관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며, 여러 동료들과 하나의 프로젝트를 해 나가면서 사회성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한국식교육은 백과사전 전체가 다 수록되어 있는 CD 한장의 모든 내용을 이유불문하고 토씨 하나 빼지 않고 12년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달달 외우는 교육인 반면, 미국식교육은 CD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다.

    현재의 CD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더 작은 CD에 더 많은 내용을 입력시킬 수는 없는지, CD를 TV에 장착할 수는 없는지, 더 값 싸고 내구성 있는 소재는 없는지, CD 앞 뒷면을 동시에 사용할 수는 없는지, CD를 재생할 수는 없는지, 등을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다.

    CD 안에 들어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필요할 때 찾아보는 방법만 알면 되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 전 세계를 압도하는 이유도 이런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에 있는
    것이다. 특히 인간 창의력의 산물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 IT산업의 경우에는 미국과 경쟁할 나라가 전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식교육에서는 학원도 없고, 과외도 없으며, 참고서나 문제집도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교육과 미국식 학교교육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 학교교육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육제도와 교육내용을 미국식으로 전면적으로 바꾸면 어떨까?

    나는 21세기를 이끌어 갈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깊이 있게 배우고, 창의력과 사회성을 익히며,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가고 싶어 하며, 학원과 과외가 사라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끝)


    사족이지만,
    전교조라는 교원노조가 온갖 사회문제까지 간섭을 하고 시위를 하는 볼상사나운 시위조직으로 가는 것 보다는 위의 글에서 지적하는 문제 쪽으로 방향을 틀면 어떨까?




    무위 한국의 조직 중에서 교육계와 지식 산업계가 가장 부패하고 무능하고 시대에 뒤쳐져 있다고 봅니다. 돈을 주고 받고 교수임용을 하는 등 이건 한국의 미래를 죽이는 짓입니다. 2004/05/16

    중문고서과 중국 대학 졸업 하면 약 4,000 자-5,000 자 정도 을 알고 있다고 한다,
    대학원에서 고문 옛 시나 역사책 고서는 다시 배워야 한다고 한다,
    고서을 보여주면 제대로 모르다고 한다, 즉 중문 고서과 을 다시
    교육 받는 거죠, 중문학 이죠, 고문 고서 을 통달 해야 10,000 자
    50,000 자 10년 대학 졸업후 외국인 학자 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2004/05/16

    . 이봐, 무식과 위선아.
    우리나라 아해들은 중국어를 배우는게 아니라 한자를 배우는거고
    그 '한자'는 중국어 표기수단으로서의 한자가 아니라 '한국어'의 한 부분인 한자인게야.
    뭐 이리 단순무식하고 과격한 소리에 감명받나.
    짜식, 닉네임하나는 잘 지었네. 무식과 위선이라.. 2004/05/16

    무위 쩜.님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말씀이네요. 윗 글은 그 한자어를 제대로 배우자는 주장입니다. 중국도 자신의 말을 간체자로 바꾸고 조선도 사람들이 편안케 하기 위해서 훈민정음을 만들었는데 왜 간체자를 배우면 안되고 님이 말하는 그 한자어는 바꾸면 안되나요? 한자어에 금테 둘렀나요?

    순전히 본인의 실수로 컴이 고장나서 재 부팅 때문에 늦었음. 2004/05/16

    . 지금 한국에서 쓰는 한자는 한국어인게야 그지?
    한글이 없었을대 한국어를 표기할 방편이었던게지.
    그렇지만 지금 한국어를 표기하는 글자는 한글인게야.
    간체자가 왜 나오나..쯧쯧 2004/05/16

    무위 . / 그 한자어를 배우는 데 어차피 말(음가)는 같은데 글자 표기만 간체자로 바꾸는데 무슨 상관이지요? 님? 음가란 뜻은 알고 있나요? 간체자로 바꾸면 전혀 다른 발음이 나옵니까? 물론 전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我을 워로 바꾸어 그 음가까지 바꾸어 가르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님은 윗 글을 제대로 읽기나 했나요? 2004/05/16

    무위 ./ 님도 중국어를 직접 한번 배워보고 그런 이야기 하시지요? 한자는 漢字를 말하고 한자어는 를 말합니다.

    (이하 생략)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이대로 2005/09/11 [21:29] 수정 | 삭제
  • 먼저 제 글을 읽어 주시고 덧글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나라나 집안이 일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말글도 국민정신도 정치도 또 다른 문화도 들들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일본이 한자혼용했지만 잘 살지 않느냐? 그 말씀으로 들립니다.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분들이 언제나 하는 주장입니다. 일본이 한자 혼용이 아니고 일본의 가나 전용이거나 일본 글자인 가나가 한글처럼 좋은 글자였다면 더 잘 되었을 겁니다.

    아무튼 말글 문제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제 스승, 공병우 박사님은

    "일본은 우리보다 500년 먼저 제 나라 글자를 만들고, 500년 먼저 실용했다. 우리는 우리 글자를 500년 늦게 가젔으며 500년 뒤에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이 우리보다 국민 수준이 빨리 높아졌고 그들 자주문화가 발달했다. 우리가 한글을 즐겨 쓰면 머지 않아서 일본보다 앞선 나라가 될 것이다."

    조선왕조 실록에, 1800년 대 초에 일본을 다녀온 우리 사신이 "일본은 언문(가나)를 6-7세부터 다 배우고 쓰고 있습니다. 우리도 언문(한글)을 가르치고 쓰면 좋을까 합니다."하고 보고했다. 그러나 거들 떠 보지 안했습니다.
    국민 일부만 한문을 배우고 알고 있었습니다. 일분은 자기 글자를 우리보다 먼저 잘 쓰고 자주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그 다음, 조선 말기까지 우리는 글자[한문]을 일고 쓰는 사람이 2푼(%)밖에 안 되었으나 일본은 그 보다 더 많은 백성이 글을 알고 문화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1896닌 주시경은 독립신문에 [한글론]이라는 글에서 "한글로 국민수준을 높이고 나라 힘을 키우자. 한자를 일생동안 배우다 세월 다 보내지 말고 그 시간에 과학, 정치, 문화, 기술 등 삶에 필요한 공부를 하자."고 외첬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국 나라를 잃었습니다.

    일제 군인으로 참전했던 대한민국 통신감 출신 장군의 말씀" 나는 일제 때 일본 군 통신병이었다. 일본이 대평양 전쟁에서 진 가장 큰 원인은 원자탄도 있지만 통신에서 졌다. 한자를 쓰기 때문에 로마자 쓰는 미군에 통신이 느렸다. 그래서 미군이 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타자기 논쟁을 하다가 직접 들은 말입니다.

    다음에 한자를 알면 중국이나 동남아에 가서 필담이 가능하다. 한자를 배우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배우면 좋습니다. 그러니까 중 고교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열심히 배우면 중국인 만났을 때 한자를 쓰면 좋아하고 조금 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말이 통하려면 중국어나 동남아 말을 해야 합니다. 한문 배우는 시간 1할만 중국어 공부하고 가면 여행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중국은 우리 한자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대만이나 일본은 우리 한자와 같지만 ... 저도 중국은 10번 갔는데 한자 필담이 쉽지 않고 간단한 중국어 공부 하고 가는게 훨씬 좋다는 걸 여러번 실감했습니다.

    한자나 영어 공부는 열심히 하더라도 한글을 잘 살려 씁시다. 그럼 우리에게 좋은 일이 많을 겁니다. 시간이 없어 줄입니다. 제대로 답변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무위 2005/09/11 [18:50] 수정 | 삭제
  •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윗글에 나온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사항이 떠오릅니다. 가나글자와 한자를 섞어 쓰는 일본의 말글살이가 가장 불편하고 미개한 말글살이를 하는 일본이 왜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1등 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일본어가 미개한 글자이고 로마자가 복잡하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중국어는 배우기에 너무 어려운 글자이고..... 하지만 한자만 대충 알아도 동남아시아 등지에 여행할 때 도로 표지판 정도는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중국 식당에서 메뉴판 같은 것을 보기에도 편하고요.

    글과 말의 우수성과 그 말과 글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주는 사회적 실용성과 효용성 그리고 그 문자가 주는 생산성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술이 뛰어나다고 세계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되지 않듯이 말입니다. 이 부분에 한 많은 논의가 우리 사회에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은 관계로 실례를 무릅쓰고 질문올렸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논의가 많이 활성화 되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