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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의 '2002 대선 돋보기'] 노풍의 정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노무현 지지로ba.info/css.htm
 
손혁재   기사입력  2002/05/14 [13:56]
노무현 바람이 약해지고 있는가. 16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노무현 바람은 일시적 거품이었는가. 최근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간 지지도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IMAGE1_LEFT}5월 6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전국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노무현 후보 36.8%와 이회창 후보 34.4%로 바짝 좁혀진 것을 보여준다. 한나라당의 조사이므로 논외로 해도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도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다. 5월 1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47.6%의 지지도를 기록, 36.2%의 이 후보를 11.4% 앞질렀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실시한 조사는 노 후보가 43%의 지지를 얻어 32.9%의 이 후보보다 10.1%가 높았다. 5월 6일 코리아 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8.0%로 더 좁혀졌다. 노 후보가 44.7%, 이 후보가 36.7%였다.

노무현 후보 지지도가 다소 하락하고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거품이 걷히는 등 노 후보 지지의 구조조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 지지도가 더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노 후보 지지율의 하락은 노 후보 자신에게 원인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권력형 비리 연루 의혹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으로 노 후보 자신에게 귀책되는 일이 생기기 전에는 노 후보 지지가 급속히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도 이 후보나 한나라당 자력으로는 급속하게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 6일 MBC와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46%의 지지율로 32.3%의 노무현 후보보다 높았다. 그러다가 3월 13일 SBS와 문화일보가 TN소프레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41.7%)가 처음으로 이 후보(40.6%)를 앞질렀다. 노 후보의 상승은 민주당 울산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이인제 대세론'에 맞서는 대안론으로 등장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이 후보는 호화빌라 파문이나 자녀의 미국원정 출산 의혹 등으로 이미지가 나빠진데다 박근혜 의원의 탈당과 비주류의 반발 등으로 포용력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지도가 떨어졌다.  

{IMAGE2_RIGHT}노 후보의 지지도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노 후보 대 이 후보의 지지도는 3월 23일 조선일보·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44.8% 대 33.7%로 벌어졌다. 광주 경선의 돌풍을 계기로 이인제 대세론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소극적 이인제 지지자의 상당수가 노무현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음모론과 색깔론은 오히려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급신장시켰다. 4월 1일 KBS·미디어 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46.2% 대 28.9%로 벌어졌다. 후보가 확정적이 된 4월 15일의 중앙일보 자체조사에서는 노 후보 60.5%에 이 후보 32.6%로 가장 큰 격차(27.9%)를 보였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격차는 커졌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노풍에 대한 우려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결집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아들들 문제가 부각되면서 노 후보 지지도는 약간 낮아졌다. 후보 확정 뒤 노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연대를 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 후보 지지는 조금 더 약화되었다. 그러나 노무현 바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바람은 정치인 '노무현 개인의 능력'에 대한 단순한 기대라는 좁은 뜻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노무현의 '일관된 소신과 원칙의 정치'가 새로운 정치의 상징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노무현 지지로 옮겨갈 수 있지 않았을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음모론이나 색깔론 등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노무현 바람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필자 손혁재 박사(정치학)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및 시사평론가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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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5/14 [13: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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