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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의 '2002 대선 돋보기'] 여성의 힘
여성의 정치적 소외는 남성중심의 기득권을 강화시켜ba.info/css
 
손혁재   기사입력  2002/05/07 [12:41]
{IMAGE1_LEFT}  2002년 양대 선거, 특히 6.13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정치참여를 늘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의 정치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은 거의 없다. 만일 여성 유권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가하고, 그것도 똑같은 사람을 찍는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여성들이 일치단결해서 여성후보를 찍으면 여성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여성의원은 물론 여성대통령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 여성들의 투표율이 특별히 높지도 않고, 또 여성들이 여성후보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성정치참여는 매우 낮다. 제16대 국회의 전체 의원 273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16명이다.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은 5.9%로 전세계 평균 여성의회참여율 13.9%의 절반도 안 되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장관은 2명으로 11.1%인데, 여성부 장관을 제외하면 여성 장관은 단 1명(보건복지부 장관)밖에 되지 않는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사회참여의 일반화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과소대표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 참여비율은 더욱 낮다. 여성 기초의원은 56명으로 총 3,490명 가운데 겨우 1.6%이다. 여성 기초의원 비율이 낮은 것은 여성이 지역구 선거를 통해 당선되기 어려운 풍토와 여성 출마자 수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기초 의회 출마자수는 140명이었다.

  광역의원은 비례대표가 있어서 기초의회보다 여성 진출 비율이 조금 높다. 광역 여성의원은 41명(지역구 14, 비례대표 27명)으로 전체의 5.9%이다. 91년 광역선거에서 당선된 여성 후보가 단 8명으로 전체 866명의 0.9%였던 데 비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다. 또 98년 광역선거에서 지역구의 여성 당선률이 36.3%를 기록하면서 95년 선거(32.5%)보다 3.8% 늘어났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에 50% 여성 할당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36.1%로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자민련은 16.3%였다.

 {IMAGE2_RIGHT}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우리 나라의 2001년 인간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는 27위이다. 인간개발지수란 교육 수준, 국민소득, 평균 수명 등에 있어서 인간개발 성취도를 평가하는 지수이다. 그런데 여성의 정치 경제·활동과 정책결정과정의 참여 수준을 바탕으로 한 성평등권한척도(GEM, Gender Empowerment Measure)는 조사 대상 64개 나라 가운데 61위로 꼴찌 수준이다.

사진출처 : 한겨레21

  여성이 과소대표되는 이유는 정치를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해 온 보수적인 사회문화, 이로 말미암아 여성들의 정치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여성들 스스로 정치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한계, 공천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낮은 당선가능성 때문에 정당 공천을 받기 어려운 점, 유권자의 남성 선호 행태 등 사회문화적·제도적 장애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책결정과정 및 정치 분야에 여성 참여 30%의 확대는 유엔의 권고사항이자 동시에 21세기 들어와 Gender Round로 불릴 만큼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남녀 동등한 정치참여가 사회 전체의 총체적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치는 정치 및 정책결정직을 비롯하여 그 어느 곳에서도 여성들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할 지위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불완전하며 미완성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의 정치적 소외는 결국 남성중심의 기득권(old boys network)을 바탕으로 그 사회가 지니고 있는 인적 자원의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경영의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에는 많은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성 유권자들이 여성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다. 올해의 양대 선거가 여성의 힘, 여성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필자 손혁재 박사(정치학)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및 시사평론가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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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5/07 [12:4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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