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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의 '2002 대선 돋보기'] 국민경선
히트상품 국민참여경선의 의의를 살려야ba.info/css.html'><
 
손혁재   기사입력  2002/04/30 [00:18]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종 언론매체는 ‘올해의 히트 상품’을 선정해서 발표한다. 만일 정치분야에서도 올해의 히트상품을 선정한다면 틀림없이 국민참여경선이 뽑힐 것이다. 민주당이 처음 도입한 국민참여경선은 노무현이라고 하는 스타를 탄생시켰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경선은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민주당을 살려냈고, 나아가 한국정치까지 살려낸 것이다.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한 국민경선은 불과 두 달 사이에 확실한 정치제도로 자리잡았다. 민주당이 처음에 경선제를 도입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해가며 비판하던 야당에서도 경선이 진행 중이다. 6월 13일에 치러질 각급 지방선거의 후보들도 다양한 형태의 경선을 통해 선출되고 있다.

  {IMAGE1_LEFT}미국의 예비선거제(preliminary election)와 성격이 비슷한 국민경선제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대통령 후보 선출에 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참여하도록 한 획기적 제도이다. 정치의 객체로만 존재했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통로를 열었더니 뜻밖애도 국민참여가 처음 예상보다 많았다. 정치가 제 구실만 한다면 국민의 정치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이 새로운 정치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국민경선제는 특정한 지역에 압도적인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카리스마적 1인 보스를 중심으로 한 ‘패거리 정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여주었다.

  많은 국민이 주말연속극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지켜본 민주당 경선은 극적인 정치 드라마였다. ‘괜찮은 정치인’으로서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받던 노무현 고문이 ‘이인제 대세론’은 물론이고 ‘이회창 대세론’까지 깨뜨리면서 단숨에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감’으로 ‘뜨는’ 과정에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이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은 ‘이회창 독주’가 극적인 재미를 반감시키고 ‘하나마나한 경선’이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경선을 통해서 민주당이 얻어낸 가장 중요한 성과는 ‘경쟁력 있는 후보’의 등장이다. 각종 여론조사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국민 지지가 이 전 총재를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정치를 움직였던 돈, 지역감정, 색깔론 등 비합리적인 요소들과 음모론 등 무책임한 선동에 선거인단이 휩쓸리지 않았다는 점도 경선이 얻어낸 또 하나의 성과이다.

  이인제 고문이 경선을 중도사퇴하면서 민주당 경선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으나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 미국의 예비선거에서도 역부족인 사람들은 중도에 그만 둔다. 역부족을 느낀 후보들의 사퇴를 근거로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민참여경선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이다. 이 문제를 보완하지 않는다면 모처럼 국민과 정당의 간격을 좁혀준 경선제의 의미가 빛이 바랠지도 모른다.

  {IMAGE2_RIGHT}경선 초반에 나타났던 문제는 돈과 조직동원, 지역주의 등이었다. 이런 것들이 모처럼 만의 정치실험을 실패로 끝나게 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돈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자기고백을 통해 돈 문제를 제기했던 김근태 민주당 고문이 쓸쓸히 퇴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선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당내에서 공영제로 해야 한다. 어차피 선거보조금을 받으므로 이를 경선비용으로 충당하면 될 것이다.

  또 지역주의도 마찬가지이다. 광주 경선에서 영남과 충청 출신의 노무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호남 출신의 한화갑 후보를 앞질러 1,2위를 차지하면서 지역정서 극복의 실마리가 보였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지역주의가 힘을 발휘한 지역도 있었다.

  경선 과정에서 정책대결이 실종되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한계이다. 경선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당내 행사지만, 유권자의 자리에서 보면 대통령 후보 자질이나 능력, 품성, 도덕성 등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런데 국민참여경선에서는 정책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추상적인 구호를 제시하거나 상대에 대한 정치공세-특히 음모론과 색깔론-와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을 뿐이다. 앞으로는 국민참여경선제가 후보들이 자신의 소신과 능력을 드러내보여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 필자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의정평가단 부단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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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4/30 [00: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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