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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 악의적 여론조사' 파문
코리아데이타네트워크 실시중, 민주당선관위 조사착수ba.info/css.
 
이준희(디지털말)   기사입력  2002/03/30 [15:21]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 경남, 전북 선거인단 대회를 앞두고 '노무현 후보에 악의적인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 다음주초 사법당국에 수사의뢰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어서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사실은 『디지털 말』이 단독 입수한 여론조사기관인 (주)코리아데이타네트워크(http://www.kdn21.co.kr)의 '새천년 민주당 경선 참여자에 대한 여론 조사 설문지(이하 설문지)'와 본 기자의 관련 당사자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디지털말 입수, KDN의 민주당 경선 설문지 전문>


노무현 후보에 악의적으로 불리한 설문이 담긴 여론조사가 진행중이다. © 디지털말
  

여론조사 빙자 특정후보 위한 선거운동 의구심

기자가 입수한 이 설문지는 모두 4장 짜리로 25문항을 담고 있다. 문항내용을 보면 문항 3번에서는 '위의 세 후보를 정책적으로 보았을 때 각 정책 노선을 평가하여 보시기 바랍니다'며 노무현, 이인제, 정동영 후보의 정책을 ▲진보 ▲중도 ▲보수로 분류해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문항 4번에서는 '이인제 고문이 정책토론을 제안하였습니다. 정책 토론이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라며 이 고문이 지난 27일 경선 계속 참여를 선언하며 공개 제안한 TV정책토론회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문항 5번부터 문항 12-1번까지는 '이인제 고문과 노무현 고문이 제시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질문'이다. 질문 모두에 '질문의 내용을 잘 읽으시고 누구의 정책이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지를 평가하여 주십시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비교 질문에 들어가서는 설문조사의 객관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문항들이 보인다.

먼저 최근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국가기간 산업에 대한 민영화와 관련 두 후보의 정책에 대한 평가 설문이 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성됐음을 알 수 있다.

문항 12번은 '철도, 가스 발전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핵심적 차이를 비교하여 보겠다'며 두 후보의 정책을 먼저 제시한다.

이인제 후보: 민주당의 당론과 동일한 철도, 가스 발전 등을 민영화(시설과 설비는 국가가 관리하고, 운영만을 민간의 효율성을 도입하는 민영화 방안)
노무현 후보: 민영화 반대

그러나 질문은 문항 12-1번에서 '노무현 후보의 민영화 반대를 지지하는 응답자만 응답하십시오'라며 '국영으로 계속되면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누적되는 적자로 국고보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민영화를 반대하시겠습니까?'라고 노 후보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질문은 문항 14번에서 반복된다. '두 후보의 정책 중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후보는 어느 후보입니까?' _1. 이인제 _2. 노무현 _3. 잘 모르겠다

노무현 정책 '국가주도 사회주의 복지정책'  

또한 문항 15번에서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을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정의를 지은 반면 노 후보의 경제정책은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 복지정책'으로 규정 내린다. 문항 내용을 보자. '문15) 이인제 후보의 주장은 현재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자율성에 근간을 두는 영국미국정책이고, 노무현 후보의 정책은 북유럽의 사회주의 정책에 근간을 두는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 복지정책에 가까운 정책입니다. 정책의 특성을 비교할 때 어느 후보의 정책에 더 호감이 가십니까?' _1. 이인제 _2. 노무현 _3. 잘 모르겠다

이런 가운데 질문은 누굴 지지할 것인가로 연결된다. 문항 16번에서 '지금까지 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정책적 차이를 비교하여 보았습니다. 정책만을 생각하여 본다면 누구를 지지하시겠습니까?'

또한 질문 가운데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문항 17번은 '두 후보의 정책 중 이 지역의 정서에 맞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며 지역감정을 유발시키고 있다. 문항 18번에서는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진보성향의 대통령 후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며 묻고 있다.

이런 정책비교를 통해 문항은 결론을 다음과 같이 유도하고 있다. 문항 20번 '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모든 면을 비교하여 보았습니다. 이번 경선에서 누구를 지지하시겠습니까?' _1. 이인제 _2. 노무현 _3. 정동영 _4.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어 질문은 노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답변을 유도한다. 문항 21번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 노무현 후보가 주장하는 정책을 실현하려면 현재의 정부예산으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더라도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시겠습니까?' 라고 묻는다.

특히 민주당 경선 주자가 노무현, 이인제, 정동영 후보의 3파전임을 감안할 때 정책선거에 가장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정 후보의 정책이 제외되어 있다.

http://jabo.co.kr/zboard/

설문조사는 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정책을 비교하고 있지만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 혐의로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 디지털말.
  


송인배 위원장 "이 후보에게 유리한 선전전동"

이같은 설문내용은 지난 28일 경남의 한 지구당위원장에게 우편으로 발송된 것이다.

이 설문내용을 받은 송인배 민주당 양산지구당 위원장은 29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집에 우편으로 날아왔다. 설문조사에 기입하다 깜짝 놀랐다"며 "이것은 노무현 후보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이인제 후보에게 유리한 선전선동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그 회사에 전화해 물어보니 의뢰를 받아서 한 것이고, 문구까지도 그대로 전달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 회사에서 설문내용과 관련해 항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며 "누군가 이런 불공정한 여론조사로 노 후보를 음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설문지는 어느 지역에 누굴 대상으로 얼마나 발송됐는지는 현재 정확한 확인이 안 되고 있다. 송 위원장은 "다른 사람이 받았는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다"며 "우리 집에 온 것으로 봐서 다른 대의원이나 선거인단에게 발송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누가 의뢰한 설문조사인가? - 노, 이, 정후보측 "없다, 모른다"

한편 이 여론조사와 관련 노무현, 이인제, 정동영 후보 캠프측은 이같은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거나 모른다고 밝혔다.

노무현 후보측 윤석규 실장은 "우리측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의뢰할 이유도 의뢰한 적도 없다"며 "설문내용이 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많아 당 선관위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다"고 밝혔다.

정 후보측 공보담당 박창수씨는 "우리측에서 경선을 시작하고서 지금까지 한번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며 "그런 식의 여론조사는 거의 여론조작이다. 우리는 전혀 실시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 경선대책팀의 한 관계자도 "우리측에서 그런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것은 언론특보쪽에 확인해 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윤수 언론특보는 "나는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그 내용을 잘 모른다. 그런 내용은 알더라도 정책특보가 하지 나는 잘 모른다.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고 말했다.

반면 29일 오후, 이 설문조사는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데이타네트워크가 실시중인 것이 확인됐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쪽에서 실시하는 것이 맞다"며 "의뢰를 받아 실시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클라이언트에 대해 우리는 밝히지 않게 되어 있다"며 "위에서 의뢰 받아 한 것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말했다.

이 회사 이정열 실장도 "우리가 실시하는 것이 맞다. 자체 여론조사인지, 언론발표용인지 밝힐 수 없다"며 사실을 확인해 줬다. 그러나 의뢰자와 문항 작성자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어떤 분은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우리는 어느 쪽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불리하게 되어있다는 부분을 문서로 보내달라. 그러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똑같은 여건으로 강원지역에 이미 실시했는데 문제가 없었다"며 "대상은 선거인단 대상 전수조사이다. 지역은 전 지역이다. 언론지상에 정책대결 얘기가 나올 때부터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조사의뢰자가 누구인지 ▲ 불공정한 여론조사는 선거법 위반이 아닌가 등에 대한 기자의 계속되는 질문에 "민주당 경선주자인지, 또다른 3자인지 더 이상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리아데이타네트워크측 "의뢰자 밝힐 수 없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론조사와 관련 ▲특정 정당·후보자에게 편향되도록 하는 말이나 문장을 사용하여 질문을 하는 행위 ▲기타 여론조사이용 선전행위 - 여론조사를 빙자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유리하게 하는 방법 등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 등을 금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선거법 위반이다.

'노 후보의 정책은 북유럽의 사회주의 정책에 근간을 두는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 복지정책' © 디지털말.
  

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금지등)의 규정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 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 일시, 방법, 표본오차율, 응답율, 질문내용 등을 함께 공표 또는 보도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설문조사가 언론발표용이라면 설문 의뢰자를 밝혀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언론발표용이 아닌 경우, 민주당 경선이 중반에 돌입한 지금, 특정인이 단순히 자체 정책참고용으로 거금을 들여가면서 실시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경우에는 특정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유력한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질문이 포함된 답변을 유도함으로써 상대방에 타격을 가하려는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즉 의도적으로 상대 후보에 불리한 설문문항을 작성하고, 답변을 유도함으로써 설문지 작성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빙자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또 하나의 경우는 특정후보측이나 당 안팎의 제3자가 특정 경선후보자를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다.

당선관위, '조사의뢰자 요청, 사법당국 고발 검토중'  

이와 관련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공명선거 감시단은 조사에 착수했다. 오병헌 팀장은 "조사 항목이 악의적으로 노무현 후보측에 불리하게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여론조사를 의뢰해 하는 것은 제재조항은 없다. 하지만 여론조사 빙자한 선거운동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여론조사를 빙자해 특정후보에 불리하게 하면 우리당 (대선후보)선출규정에 위반된다"며 "그 회사로 공문을 보내 의뢰자와 설문지를 작성한 주체를 모레까지 답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회사측에서 답변이 없으면 화요일 오전 선관위 전체 결의에 의해 사법당국에 수사요청을 할지 결정할 것이다"며 "당내 선거에서는 당내에서 해결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런 것이 제3자가 개입됐다고 하면 문제가 된다"고 사법당국에 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7일 이인제 후보의 경선 계속 참여 선언 이후에 이 후보는 강한 어조로 노 후보와 정책대결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당내와 선거인단, 언론에서 이-노 후보의 정책대결이 순수성을 상실한 채 상호간의 색깔론 공방, 사상공세, 매카시즘 수법 등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른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경선 후보 정책 여론조사'는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하도록 작성되어 있어, 의뢰자와 작성자측이 밝혀지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지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주)코리아데이타네트워크(http://www.kdn21.co.kr)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이 "설문조사 의뢰자가 누구인지 밝혀라"며 수십개의 의견 게시물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측은 30일 오전 네티즌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게시판을 일방적으로 폐쇄시켜 버렸다.

KDN측, 네티즌 항의에 게시판 폐쇄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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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기관인 KDN측이 네티즌의 항의에 게시판 폐쇄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선관위 공명선거감시단 오병헌 팀장이 "노무현 후보에 악의적으로 불리하다"고 밝힌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중인 (주)코리아데이타네트워크(이하 KDN)가 네티즌들의 계속되는 항의에 게시판을 일방적으로 폐쇄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회사 홈페이지(http://www.kdn21.co.kr)에는 '궁금해요'라는 게시판이 있었다. 이 게시판에 29일 저녁부터 네티즌들의 비난글이 쇄도하기 시작해 30일 오전 30여개에 달했다.

이들 네티즌들은 "여론조사 설문지가 편파적으로 작성되어 공정성이 심히 의심스럽다"며 "설문 의뢰자와 설문지 작성자를 밝혀라"는 요구를 집중적으로 올렸다.

특히 30일 오전 10시 44분에 글을 올린 아이디 '이인제지지자'라는 네티즌은 의뢰인을 밝힐 것을 이 회사측에 요구했다. 이 네티즌은 "어찌보면 상대후보진영의 자작극일 수도 있는데, kdn에서 의뢰인 보호에만 충실한다면 이인제고문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며 "귀사의 내규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질 수도 있으니 의뢰인을 밝혀야 할 것이다"고 요구했다.


자신을 '이인제지지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이인제 후보에게 불리할 수도 있으니 의뢰자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국민적 의혹으로 커질수도 있으니 현명한 판단 바란다"며 "일개 회사의 내규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발전이다"고 말했다.

광역시의 '빛고을' 네티즌은 "귀사에서 실시하신 민주당 대선후보 여론조사의 의뢰인이 누구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며 "정말이지, 돈이 되는 일은 누가 의뢰하든지 부도덕한 일이라도 상관없다는 건가요?"라며 반문했다.

이 네티즌은 "어디가 불공정한 여론조사였는지 모르신다고,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오리발을 내미시는 것 같다"며 "정말 뻔한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같은 네티즌의 비난이 쇄도하자, KDN측은 30일 오전 아무런 입장발표도 없이 게시판을 아예 일방적으로 폐쇄시켜 버렸다. KDN측의 게시판 폐쇄조치는 네티즌들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어 파문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디지털말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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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30 [15: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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