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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의 부적절한 붓글씨 자랑
[논단] 언제 쯤 한문으로부터 해방될까? 독립국가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리대로   기사입력  2019/02/14 [21:34]

오늘 신문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미국에 가서 미국 하원의장에게 한자로 쓴 붓글씨 족자를 선물하는 찍그림이 있었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리고 문희상 의장이나 그 보좌관들이 좀 모자라는 사람으로 보였다. 왜냐면 붓글씨를 잘 쓴다면 한자로 쓰지 말고 한글로 좋은 말을 써서 주었다면 한글과 우리 겨레가 우수하다는 것을 자랑하면서 우리 자존심도 세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이다. 오히려 한글 붓글씨를 써 주었다면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을 터인데 많은 국민이 이 나라 국회의장으로서 생각과 자질이 모자라는 사람이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일제 강점기 때에 한글을 살리고 빛내려다가 일제에 목숨까지 빼앗기고 한 삶을 바친 분들이 많은데도 지도자가 그런 꼴을 보이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 오른쪽은 20대 국회 개원을 알리는 영문 글이 있는 국회 누리집 모습. 왼쪽은 며칠 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미국 하원의장에게 준 한자 붓글씨를 자     ©리대로

 

우리가 천 년이 넘게 중국 한자를 쓴 것은 우리 글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한글이 태어나고 500여 년 동안 한글은 그 빛이 나지 못했다. 그 때 나라를 이끌던 이들이 중국 한자와 한문문화를 섬기고 한글을 업신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 세계 언어학자들이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우리 글자 한글이 있다. 이제라도 지난날 우리 글자를 제대로 살려서 잘 이용하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더욱 한글을 빛내고 잘 쓸 생각을 하고 힘써야 한다.  더욱이 일제 강점기 때에 목숨까지 빼앗기며 한글을 지킨 선열이 있고 지금도 많은 국민이 한글을 빛내려고 애쓰고 있는 데 그런 태도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나라를 이끄는 참된 지도자라면 한글을 지키고 살린 분들과 한글을 고마워하면서 한글을 더욱 빛내려고 힘써야 한다. 더욱이 배우고 쓰기 쉬운 한글이 반세기만에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그 바탕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빨리 발전해서 외국인들이 한강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판인데 제 정신이 든 정치 지도자라면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이는 개인 예술작품이고 활동인데 어떠냐고 한다. 개인 취미나 작품으로 하는 것이라면 한자뿐 아니라 영문을 쓰더라도 괜찮다. 그러나 국민 대표로서 외국에 나가서까지 그러는 것은 국민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외국인들이 우리를 깔보게 만든다.

 

문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중국 한자로 된 사자성어를 즐겨 쓴다. 전 김영삼 대통령도 미국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한자 붓글씨를 자랑스러운 듯 썼다. 그 때도 부끄러웠다. 왜 그럴까? 똑똑하고 남다른체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몇 해 전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국립묘지를 방문해서 쓴 방명록 글씨가 잘못되어 망신을 당한 일이 있다. 한자는 배우고 쓰기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멀쩡한 사람도 바보로 만든다. 이번 문희상 의장이 미국에 가서 한문 사자성어를 쓴 걸 보면서 이름난 한문학자가 얼숲(페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린 것을 봤다.

 

“‘재조(再造)’라는 단어가 조선 선조 이후의 기록에 나온다면, 대부분 ‘재조번방(再造藩邦)’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고, 재조번방은 명나라가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주었다는 의미다. ‘번방’은 ‘황제 나라인 명나라 주변 울타리 역할을 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이것을 글자를 좀 바꾸어서 ‘재조산하(再造山河)’라고 쓰더라도, ‘재조(再造)’는 ‘재조번방’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사자성어를 즐겨 사용하는데, 이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가끔, 좀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한두 번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정확한 뜻을 알고 사용해야 한다. ”라고 충고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나 홍준표 전 의원 같은 정치인들이 귀담아 들을 말이다.

 

 

▲ 왼쪽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대선 때에 국립묘지에 가서 방명록에 쓴 한문이다. 처음에 잘못 써서 다시 썼다. 오른쪽은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찍그림이다. 홍준표 대선후보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필승을 다짐하고 쓴 한문 사자성어이지만 모두 선거에서 패했다.     © 리대로

 

문희상 의장은 이번에 “일본 국왕이 위안부 문제나 일본 강점기 때에 우리를 괴롭힌 것을 직접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일본인들이 반성은커녕 문 의장을 헐뜯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를 깔보기 때문이다. 왜 우리를 깔볼까? 우리 스스로 문희상 의장처럼 못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글은 우리 자주문화를 창조하고 빛나게 할 빼어난 도구요 문화경쟁 무기다. 그리고 우리 힘을 키워줄 보물이다. 이 한글을 잘 써먹을 때에 우리는 힘 센 나라가 되고 더 잘 살게 된다. 그런데 중국과 중국 문화를 섬기던 사대주의 근성과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한자 섬기기 찌꺼기를 쓸어내지 않고 스스로 우리 보물을 우습게 여기니 일본이 우리를 깔본다. 제 나라 말글은 제 나라 정신이고 얼이다. 제 나라 말글이 살고 빛날 때에 그 나라 정신도 살고 빛난다. 제발 한국 정치인들과 일제 식민지 지식인들은 한글을 우습게 여기지 말고 한글을 살리고 빛내어 힘센 나라를 만들라! 그리고 국민들이 외국인 앞에서 어깨를 펴고 살도록 해주라!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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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14 [21: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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