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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공사판에서 학교를 다니라구?“
강남 원천중 학부모 ‘학교이전’ 요구, 강남교육청과 건설사 회피에만 급급
 
김한솔   기사입력  2006/02/15 [17:14]
강남 고속버스터미날 인근 주공 3단지에 소재한 원촌중학교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둘러싸고 학부모와 학생, 교육청과 건설사 간 첨예한 대립으로 학생들의 등교거부와 학부모들의 무기한 단식농성이라는 극한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3단지(아래 주공 3단지) 재건축 공사장 안에 위치한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은 GS건설이 시공하는 재건축으로 인한 소음과 분진이 일어나자 강남교육청에게 학교이전을 요구해 오다 결국 단식투쟁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촌중학교 학부모로 구성된 '원촌중학교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가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GS건설이 주공 3단지 재건축으로 인한 소음과 분진이 일어나자 강남교육청에게 학교이전을 요구해 왔다. 학부모들은 재건축 기간동안이라도 원촌중 인근의 공유지에 임시교사라도 지어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 원촌중학교 학부모와 2학년 학생 350명 모두 15일 학교 정문 입구에서 등교를 거부를 하며, 비대위와 집회를 열었다.     © 대자보

또한 지난 1월 11일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원촌중학교 교실 내 석면 함유 여부를 조사키 위해 시료를 채취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검사의뢰 결과, 10군데의 시료 중 9군데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백석면과 갈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어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원촌중학교 사태가 학부모와 강남교육청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2학년 학생 350명 모두 종업식인 15일 학교 정문 입구에서 등교를 거부를 하며, 비대위와 집회를 가졌다.

비대위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교육청과 학교측은 사전에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안이한 대처로 성장기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했고, 정서적 문제 등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 원촌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주장을 외쳤다.              © 대자보

또한 "강남교육청이 이번에는 임시 교사 이전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새학기에도 등교거부를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비대위는 학교교문 앞 집회를 마무리 한 뒤 원촌중학교 학부모봉사단실에서 "우리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이 침해당할 것을 알면서 어른들도 하루종일 지낼 수 없는 곳으로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고 밝히며 "오늘부터 우리 학부모는 원촌중학교 학습권과 건강권에 대한 관계당국의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투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은 단식농성에 앞서 학교이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 대자보

그러나 강남교육청은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지자 학부모 동의 없이 2학년이 되는 학생 271명은 서운중, 서일중, 경원중 등 인근 중학교에 분산 배치하겠다고 밝혔고, 3학년 모두 서초중학교에 배치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초중 학부모들은 "많은 전학생이 오면 학급당 학생 수가 늘어나고 교육여건이 떨어진다"며 반대하고 나서 주민 사이의 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다.
 
강남교육청이 내 놓은 3학년 전체 전학이라는 카드는 원촌중 3학년 360명 가운데 340여 명이 거부해 3학생 전체 전학이 무산됐다.

원촌중 한 학생은 "1년만 있으면 졸업하는데 전학할 경우 교우관계가 끊어진다"며 "임시 교사를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 원촌중학교 학생들은 항의의 표시로 흰천에 자신의 주장을 담은 글을 방음벽 공사장에 묶어 놓았다.     © 대자보

비대위는 "우리가 학교이전을 요구한 것이 작년 11월부터인데 그 때 정확한 측정과 자료검토를 통해서 이전 방침을 내렸으면 학생들이 새학기를 이전한 학교에서 수업을 할 수 있었다"며 강남교육청의 안일한 행정관리를 비난하며 "지금와서 시간이 2∼3개월 걸리니 임시이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계속된 말바꾸기 밖에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GS건설 측은 재건축 아파트 철거작업으로 인해 많은 소음과 먼지가 나자 학교주변에 형식적으로 부직포로 막아 놓은 것 빼곤 이렇다 할 현장 방지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가 요즘 들어서 방음벽 설치를 하고 있다.

서초구청과 강남구청, 강남교육청, GS건설의 담합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한 공사장 한 복판에 있는 원촌중학교를 그대로 운영하게 한 강남교육청은 "2004년 8월 주공 3단지 재건축사업과 관련하여 단지 내 원촌중학교를 계속 운영하기로 학교 측과 협의 결정하고, 소음 먼지대책, 통학로 확보 등 학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조건으로 서초구청의 사업인가에 동의한 바 있으나, 다른 지역의 중·고교는 학교주변 재건축으로 인한 사정에도 계속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 원촌중학교 통학로는 GS건설에 의해 폐쇄되었다.                                   © 대자보

강남교육청은 "하지만 학교에서는 시공사에 방학기간 중 철거와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이중창, 공기청정기, 냉·난방기, 구름다리(통학로)와 방음벽 설치 등 보완대책을 요구하여 시공사가 수용한 상태였으나 작년 11월 예고 없이 철거를 강행했다"고 밝히며 "강남교육청은  해결하기 위하여 애를 썼으나, 시공사는 최근 학부모들의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뒤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청 입장은 학생수용여건상 휴교가 어려우므로 당초 학교환경보완대책 및 추가 요구사항을 강화하여 시설보완 뒤 지금 장소에서 학교운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강남교육청은 "예고 없이 철거를 시작하여 학부모들의 분노를 야기한 시공사가 그 피해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 다만, 임시이전에 5개월 이상이 소요되면 실익이 적어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요구하고 있는 이전예정지는 서초구가 관리하고 있는 공유지로, 서초구청에 문의한 결과 불법거주하고 있는 인근 철거민들의 민원 발생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체육시설 이용자들로부터 민원이 예상되며 이를 감안하면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촌중학교의 시설보완이 당초 계획한 대로 조속히 이루어져 학생들이 안심하고 등교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한 학교환경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의 노력함과 동시에, 2월말까지 건물 철거를 완료하도록 함으로서 유해환경요소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원촌중학교 학생들은 등하교 시 재건축 공사현장 가운데를 지나갈 수 밖에 없다.     © 대자보

한편, 비대위와 학생 200여 명은 14일 오후 3시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학교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비대위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공사현장 안에 학생을 두겠다고 결정하는 이런 어이없는 사태를 보고 있다. 미친사람처럼 쫒아다녔지만 강남교육청에게 우롱만 당했다"고 주장하며 "엄마 아빠가 나서지 않으면 이런 환경 속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관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비대위는 "수용소와 같은 학교를 보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전학을 갈 수도 없다"고 강한입장을 밝혔다.

▲ 원촌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1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대자보

이날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간다는 여학생을 화장실을 못가게하여 강한 질타를 받았다.

비대위는 교육감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울시 교육청 행정과장과 강남교육청 관계자와 서울시 교육청 회의실에서 면담이 이루어졌다.

4시간동안 긴 면담이 이루어졌지만, 교육청은 시설확충으로 인한 학교존치 주장과 비대위는 임시학교 이전을 요구하여 합의점을 이루지 못했다.

▲ 원촌중학교 학부모 대표와 서울시교육청 행정과장, 강남교육청 관계자와 긴 시간 면담이 이루어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대자보

한편 원촌중 학생 293명과 비대위는 시공사가 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며 지난 1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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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2/15 [17: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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