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인이지만, 동시에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는 지구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의 입장은 잠시 내려놓고, 지구인의 시각에서 독도의 소유권 문제에 대해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독도 문제로 한일 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제 생각을 나누고 싶었지만, 이해나 공감보다는 거센 비난이 따를 것이 분명해 지금까지는 말을 아껴왔습니다.
본격적으로 독도 문제를 논하기 전에 먼저 짚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흔히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속한 집단의 관점에서만 사고하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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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 지정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독도 대포(위)는 일본을 향하고 있다. 엄승용의 창조적인 문화와 역사 이야기, 그리고 충청인(http://blog.omji.net) ©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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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90% 이상은 독도가 당연히 한국 영토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또한 다케시마가 자국 영토라고 믿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국인은 주로 한국 측 주장만 접해왔고, 일본인은 일본 측 주장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고, 듣고자 하는 마음도 부족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인은 독도를, 일본인은 다케시마를 당연히 자기 나라 땅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제 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국제법적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앞서, 바다와 무인도의 소유권 개념이 국제법으로 정립되기 이전의 상황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2~300년 전만 해도, 외딴바다에 있는 무인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독도의 진정한 주인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갈매기와 철새들, 그리고 바다 생물들이었습니다.
지금은 주민과 독도 경비대가 있지만, 이들은 원래 거주민이 아니라 국가의 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견되거나 이주한 분들입니다. 애국적 행동임은 분명하지만, 본래 무인도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독도가 쟁점이 된 이유는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이익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만약 오래 전부터 누군가 실제로 그곳에 정착해 살았다면, 그가 속한 나라의 영토라고 인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살지 않았던 무인도에 관심이 쏠리자, 오래된 문서나 지도를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자연법적 관점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한국도 일본도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제안은 간단합니다. 한국과 일본 같은 인접국에 공동 관리권만 허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면 그 수익은 전액 지구 환경 기금으로 사용하여 어느 나라도 이득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국가적 이익을 배제한다면, 독도는 더 이상 다툴 이유가 없는 섬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주장을 두고 “너 한국 사람 맞냐”라고 비난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구인의 시각에서 말씀드린다고 미리 밝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제안은 독도뿐 아니라 센카쿠 열도, 쿠릴 열도 등 전 세계 무인도 영유권 분쟁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이 단순한 망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뜻을 함께하는 단체나 기관이 있다면, UN에 공동 협약으로 제안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