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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막말꾼 '한기총' 전광훈 이해하기
[논단] 한국교회에 만연한 배타성, 전광훈 목사를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이유
 
류상태   기사입력  2019/06/11 [18:10]

 

1. 전광훈은 자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당한 사람일 수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치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련의 보도에 의하면 “지금 국회를 빨갱이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면서 “빨갱이 국회의원들을 다 쳐 내버려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과거에 한 발언들을 보면, 전광훈이 이번에 대통령과 국회를 상대로 한 말은 오히려 점잖은 편에 속한다. 그 발언의 내용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차마 지면에 옮기기 어려우니 궁금하신 분은 인터넷에서 찾아보시기 바란다.

 

미국의 어느 사회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종교를 가짐으로 해서 받을 수 있는 피해 중에 가장 큰 것은 자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종교가 잘못된 길로 갈 때 그 역기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정확히 꿰뚫은 분석이다.

 

나는 그의 분석이 전광훈 목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그가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막말과 궤변을 늘어놓을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자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광훈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상식에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을 태연스럽게 쏟아내는 목사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언행을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도 이 사회학자의 분석은 참고할 만하다.

 

2. 전광훈은 반공 이데올로기에 세뇌된 사람이다

 

무언가에 세뇌되어 이미 자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당한 사람을 비난만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옳지도 않은 것 같다. 내가 전광훈 목사를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또한 이 땅의 수많은 전광훈들을 볼 때마다 미운 마음과 측은한 마음이 함께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전광훈은 어렸을 때부터 반공이데올로기에 철저히 세뇌당한 사람이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나와 원숭이띠 동갑이기 때문이다.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이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면, 아마도 전광훈은 나와 같은 학년으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을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가 1963년이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소장이 대장으로 예편하고 대통령이 되었던 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자신의 좌익 경력을 지우기 위해 극우로 돌아서서 이승만이 기초를 놓은 반공이데올로기를 견고하게 고착화시킨 인물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때부터 반공 이데올로기에 철저히 세뇌되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박정희가 18년의 독재 끝에 암살당했을 때 나는 대학 졸업반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박정희 정권과 함께 살았던 것이다. 전광훈 역시 그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학교공부 이외에는 곁눈질하지 않았기에 나도 반공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박정희의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김일성은 얼굴이 빨간 괴물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으며, 북한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더 잘 살았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 세대는 교과서에 적혀있는 대로, 김일성은 악마이고 북한정권은 언젠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의 화신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박정희 정권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반공이데올로기에 세뇌된 철부지였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시의 나 역시 전광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그 이후에 세뇌에서 벗어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조정래 선생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오래된 세뇌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내 또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지금 60대 이후의 사람들이 보이는 극우적 성향은 그렇게 어릴 때부터 받은 반공이념교육의 결과일 것이다.

 

하여 태극기부대의 선봉에 서는 내 또래의 사람들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당한 세뇌교육으로 실상을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당한 불쌍한 세대이며 어두운 시대의 피해자들이기에,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측은한 마음을 먼저 갖게 된다.

 

전광훈 역시 성찰할 기회를 스스로 찾지 못한 것이 죄라면 죄겠지만 굴곡진 시대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비난만 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를 부리고 있긴 하지만 그 역시 불쌍한 희생자일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3. 전광훈은 기독교배타교리에 세뇌된 사람이다

 

전광훈은 반공이데올로기와 함께 기독교배타교리라는 또 하나의 이념에 세뇌된 사람이다. 기독교 배타교리는 원산지인 유럽에서는 거의 극복되었지만 미국의 남부지역과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독교 배타교리의 특징은 한 마디로 “나만 옳다”는 왜곡된 신념에 기초해있다. 기독교만 절대적으로 옳고, 기독교를 통해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고, 기독교 이외에는 어떤 종교로도 구원을 받을 수도 없고 천국에 갈 수도 없다는 독선과 배타가 교리의 중심을 차지하는 고약한 신념체계다.

 

현대인에게는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미국 일부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그 비상식적인 논리가 먹혀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독선과 배타를 강조해야 교회가 성장하는 이상한 세계가 한국사회다.

 

목사들 중에는 기독교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더 이상 배타교리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깨달은 사실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말을 하면 나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단에서 쫓겨날 수 있고 먹고살기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설교에는 당연히 망설임이 묻어난다. 확신에 찬 설교를 하지 못하니 교인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진보교회가 양적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에 전광훈 목사처럼 배타교리에 세뇌된 채 한 치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목사들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많다. 그들은 확신에 찬 설교를 한다. 우리에게 구원을 주실 분은 오직 예수 밖에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절대로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교인들을 협박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확신에 차서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더 신뢰한다. 인간세계의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증권회사에서 주식을 파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주식을 사면 절대로 손해 보지 않습니다. 분명히 큰돈을 벌게 됩니다”라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사람과, “오를 가능성이 크기에 추천을 하지만 손해볼 가능성도 생각하셔야 합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사람 사이에서 사람들은 누구 말을 더 신뢰하고 돈을 맡길까?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다. 옳은 말보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듣는 것이다.

 

기독교 배타교리에 세뇌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예수 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그 배타교리를 내려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교리가 맞아야 자신이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이 되고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 보장은 보험회사나 연금이 주는 보장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엄청나다. 죽어도 다시 살고, 그것도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다 있다는 천국에서 공주처럼 왕자처럼 살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고 웃기기 짝이 없는 교리지만, 그 교리에 세뇌된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진리의 말씀으로, 그 무의식의 세계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는 정말로 똑똑하고 세련된 사람들인데, 교회에만 가면 바보가 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전광훈처럼,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는 목사에게 수많은 교인들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전광훈들이 매우 많다.

 

그래서 목사 자신이 배타교리에 세뇌되어 있고, 그 목사에 의해 교인들도 세뇌되어 있는 경우, 그 목사는 사회적 비난에 관계없이 교인들에 의해 신적 지위를 부여받게 되고 무소불위의 권력까지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교회가 교인 수 수만에 이르는 대형교회일 경우, 목사의 권력은 교회의 담을 넘어 사회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교인의 수가 그대로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를 절대진리라고 주장하는 한국의 주류 교회들은 거대권력이 되었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르는 진정한 교회들은 점점 쪼그라들어 이단 취급을 받는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슬픈 현실이다.

 

4. 한국 교회에 만연한 전광훈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봐야할 점이 있다. 우리 시대의 전광훈들은, 정말로 배타교리에 세뇌되어서, 그게 진리라고 확신하여 목숨 걸고 세상과 싸우는 것일까? 아니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배타교리를 견지하는 것이 돈이 되고 권력이 되기에, 확신을 가장하고 더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전자의 경우, 그러니까 정말로 배타교리를 절대진리라고 철석같이 믿는 목사들의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 그들 역시 왜곡된 기독교 역사의 희생자라고 생각하기에 비난만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배워왔고 의심할 능력은 이미 박탈당한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후자의 경우라면, 그러니까 기독교의 배타교리가 사실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의 이익을 위해 믿는 척 위장하는 목사들은 동정의 여지가 없다. 진짜 나쁜 사람들은 바로 이런 목사들이다.

 

전광훈은 어느 쪽일까? 전자의 가능성이 크다는데 무게를 두고 싶다. 그게 아니라 후자라면, 그는 정말로 연기를 잘 하는 위선자다.

 

한국 교회의 지독한 독선과 전광훈들의 탈선의 배후에는, 기독교역사와 한국현대사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여 그들을 비난만 하기보다는, 천여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배타교리에 세뇌된 희생자이며, 종교문제와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주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박탈당한 일종의 환자로 보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이제는 사회문제가 된 한국의 교회문제를 해결하는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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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11 [18: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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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
현재는 다음 카페 ‘불거토피아’(http://cafe.daum.net/bgtopia)를 운영하면서 ‘학교종교자유를 위한 시민모임’ 실행위원으로 '생명실천운동'과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