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IT사회문화미디어국제·과학여성환경·교육
전체기사 공지사항 사회단체알림마당 기고및토론방 편집회의실
편집  2018.10.22 [11:01]
정문순의 문학과 여성
공지사항
사회단체알림마당
기고및토론방
편집회의실
개인정보취급방침
대자보소개
광고/제휴 안내
기사제보
HOME > 정문순의 문학과 여성 >
장자연 사건과 '미투', '한남'이 정의한다면
[정문순 칼럼] '그 정도야, 뭐', 미투 운동을 왜곡하는 자는 누구인가
 
정문순

검찰이 고 장자연 사건’(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언명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긴 하지만 딱히 대체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을 재수사하면서, 처음 수사에서 당시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일부러 외면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장 씨가 유서에서 술접대를 강요받았다고 쓴 것에서, 그때 검찰은 술접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 정도다. 나는 대한민국의 검찰이 술접대를 술 따르는 행위라고 생각했을 만큼 순진한 집단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만큼 MB정권의 검찰이 한 짓은 누구나 알 만한 상식을 누구도 용납하기 힘든 몰상식으로 덮으려고 한 추악한 범죄였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여성 연예인을 동원하여 성접대(사실은 성폭력)를 주고받은 연예기획사-권력집단 공동 범죄의 진상에 다가서게 되자 서둘러 사건을 봉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했던 일이었다. ‘장자연 리스트의 진상을 수사하는 것보다 그때 검찰이 어떻게 수사했는지 캐내는 것만으로도 진실의 알맹이는 드러날 것이다. 이제라도 고인의 한이 풀려 저 세상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앞과 같은 글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시의 연예기획사, 권력자들, 검찰이 아닌 다음에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렇게 쓰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젊은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알리고자 싶었던 진실을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것이 이 나라의 상식이다. 그러나 한 사회의 상식은 때로는 불합리하거나 허점이 많다. 고 장자연 사건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이런 글도 남기고 있다. “이런 게 미투지, 서로 좋아해놓고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당했다고 하는 게 미투냐?” 이를 한남들의 미투 정의 사전이라고 봐도 무방할지 모르겠다. 이런 글에서 어느덧 고 장자연 사건은 진짜 미투와 가짜 미투를 가르는 기준이 되어 있다 
   
장자연 사건이 성폭력에 무심한 한남들을 부끄럽게 하거나 자각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순진하다. 장자연 사건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미투 운동에서 가장 극점에 두어지거나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절감하게 하는 사건이지만, 이 나라 한남들에게는 미투인 것과 아닌 것의 감별 구실을 할 뿐이며 미투 운동을 폄하하고 싶은 본색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이들한테는 장자연 사건만 미투다. 피해자가 목숨을 버리거나 그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겪어야 진짜 미투라는 생각은 성폭력의 토양이 된다. 피해자가 목숨을 버려야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하겠다는 발상은 두말할 것도 없는 폭력이며, 폭력을 옹호하는 자가 그런 잣대로 성폭력을 입에 담거나 옛날 검찰의 고 장자연 사건 수사를 비난한다면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물론 장자연 사건에 비하면 가벼운미투 운동들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가벼울 뿐이다. 고인의 존재 때문에 가벼운 미투 운동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거나 미투의 탈을 쓴 것들이 되지는 않는다. 형법이나 민법 체계는 성폭력을 여러 단계로 가르고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그런 등급을 따르지 못한다. ‘뽀뽀 미수 사건’(이 말은 얼마나 천박하기까지 한가) 등 심각한 가해나 피해를 가볍게 다루고 싶은 자들의 의도적인 작명에도 불구하고 심각함이 가벼움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 정도야, 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성희롱에도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 성추행을 저질렀던 교수나 성희롱을 가하고도 적반하장으로 나왔던 노동당 당원이나 내게는 그놈이 그놈일 뿐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자존감을 짓밟히고도 대수롭지 않게 살 깜냥이 없다. 
   
내년이면 고인의 10주기를 맞는다. 고인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인이 목숨을 버리지 않았어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울적해진다. 고인의 죽음이, 살아있거나 지속적인 피해를 겪은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한남들의 자기합리화로 이용되는 것이 슬프다. 틈만 나면 미투가 변질했다고 운운하는 자들이야 말로 미투 변질의 장본인들이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8/04/13 [08:13]  최종편집: ⓒ 대자보
 
관련기사목록
[여성] 진선미 의원 "민간기업 고위직 여성비율 목표제 도입" 김철관 2018/09/20/
[여성] 늙은 양은솥의 경제학 최수진 2018/06/22/
[여성] "장자연 리스트, 철저수사, 성역없이 수사하라" 김철관 2018/05/31/
[여성] 검찰은 왜 안희정을 불구속 기소 했을까? 권영철 2018/04/13/
[여성] 장자연 사건과 '미투', '한남'이 정의한다면 정문순 2018/04/13/
[여성] "故 장자연 리스트, 성역없이 수사하라" 김철관 2018/04/05/
[여성] 민병두 성추행 의혹에 "의원직 사퇴" 이준규 2018/03/11/
[여성] '미투' 운동에 대처하는 남자들에게 고함 류상태 2018/03/08/
[여성] 기자회견 열겠다던 안희정 지사 '잠적' 정세영 2018/03/06/
[여성] 성폭력 가해자의 언어 정문순 2018/03/01/
[여성] "낙태까지 했지만 성폭행 계속돼" 이윤택 피해자 실명 폭로 조은정 2018/02/20/
[여성] 서지현 검사가 말한 '검찰 내 성폭행' 사실로 확인 권영철 2018/02/05/
[여성] '낙태'가 아니고 '임신 중단'입니다 정문순 2017/12/20/
[여성] 친구가 갑자기 교회 나가는 이유 최수진 2017/11/23/
[여성] 여성이 집에 있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박해민 2017/09/19/
[여성] 요리하지 않는 자여,음식노동의 가치 아는가? 정문순 2017/07/30/
[여성] 홍준표보다 더한 탁현민, 탁현민 위에 이언주 정문순 2017/07/22/
[여성] 페미니즘 열풍, 허상을 점검한다 정문순 2017/07/09/
[여성] 신사임당, 자신의 이름을 직접지은 조선의 여자 김철관 2017/02/13/
[여성] 가해자가 피해자와'친하면' 죄가 없어지나 정문순 2017/01/15/
연재소개 전체목록
* 필자는 <대자보> 편집위원이며, 문학평론가입니다.
정치인과 도덕성, 핵심은 따로 있다
장자연 사건과 '미투', '한남'이 정의한다면
성폭력 가해자의 언어
우리가 몰랐던 안데르센 동화들
'낙태'가 아니고 '임신 중단'입니다
할리우드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한국 시민들에게는 너무나 불편한 '파업'
표절작을 팔고 있는 신문 출판사
양계의 역사, 생명에서 반생명으로
'택시운전사'를 보려다가 말았다
요리하지 않는 자여,음식노동의 가치 아는가?
홍준표보다 더한 탁현민, 탁현민 위에 이언주
페미니즘 열풍, 허상을 점검한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작될까?
진보적 한문학자 이우성, 큰 별이 지다
문재인 대통령님, 농업을 살려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의 먹거리 공약 살펴보니
당당과 존중 사이, 가사노동은 당당한가?
한심한 영국의 복지, 그래도 우리보다 낫다
제2의 노무현대통령 나와도 적폐 청산될까
최근 인기기사
  개인정보취급방침대자보소개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우) 120-093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80 제일빌딩 별관 4층 TEL: 070-4411-5452ㅣFAX: 02-6280-5462 (web@jabo.co.kr / c.p: 010-2249-9446)
대자보ⓒ1998-2017 ㅣ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133 2005.11.11ㅣ 발행인 겸 편집인 : 이창은,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주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대자보' 가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센스 2.0 : 영리금지 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