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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사나우면 백성이 고생을 한다
[류상태의 문화산책] 젊은 벗들이여, 바른 사람 되겠다는 생각 먼저하라
 
류상태

오늘은 젊은 그대들에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전설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옛날 영국에 아들 셋을 둔 왕이 살고 있었다. 왕은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주어야 할 지 걱정이 되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 없어 나라의 원로들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원로들은 왕의 고민을 들은 다음 지혜를 모았다. 세 왕자를 한 명씩 불러 똑같은 질문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에 왕자들이 새가 되는 것이 신의 뜻이라면 어떤 새가 되고 싶은가?”라는 물음이었다.


첫째 왕자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매가 되고 싶습니다. 매는 대담하고 용감하거든요.”


둘째도 주저 없이 대답했다. “저는 독수리가 되고 싶습니다. 독수리는 새 들 중에 가장 힘이 셉니다. 새들의 왕이지요.”


셋째 왕자는 질문을 받고 한참 생각에 잠긴 후 차분하게 대답했다. “제가 새가 되는 것이 신의 뜻이라면 저는 찌르레기가 되고 싶습니다. 찌르레기는 행실이 바르고 친절하거든요. 보는 사람에게 기쁨을 줍니다. 그리고 찌르레기는 결코 다른 새를 해치거나 학대하지 않습니다.”


세 왕자를 인터뷰하고 나서 원로들은 일치된 의견으로 왕에게 보고했다.

 

“첫째 왕자님이 왕이 된다면 매처럼 대담하고 용감할 것이며, 재임 중에 위대한 일을 몇 가지 이룩할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적들에게 져서 감옥에서 죽게 될 것입니다. 둘째 왕자님이 왕이 된다면 독수리처럼 용감하고 강할 것입니다. 그러나 잔인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두려움과 미움을 사게 될 것입니다. 악한 생활을 하다 결국 치욕적인 죽음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막내 왕자님은 지혜롭고 생각이 깊습니다. 그가 왕이 된다면 나라 안팎에 평화가 임할 것입니다. 적의 공격을 받아 불가피한 경우에만 전쟁에 나갈 것이고, 나라 안에서는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될 것이며, 나라 밖에서도 선망 받는 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영토를 얻은 후에 평화롭게 생을 마칠 것입니다.”


몇 년이 흘러 세 왕자는 어른이 되었다. 왕이 세상을 떠날 때가 가까워지자 왕자들을 불러 유언을 했다. 첫째에게는 프랑스에서 지배하던 땅을 다스리게 했다. 둘째에게는 영국의 왕위를 물려주었고, 막내에게는 땅은 주지 않고 금이 든 상자만 하나 주었다.


한참 세월이 흐른 후, 현인들의 예언과 비슷한 결과가 발생했다. 첫째는 매처럼 무모하고 대담했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준 땅을 모두 잃고 포로가 되어 죽을 때까지 옥살이를 했다. 둘째는 너무나 횡포하고 잔인했다. 그래서 모든 백성들에게 두려움과 미움을 샀고 악한 생활을 하다 숲에서 사냥하던 중 부하에게 살해당했다. 셋째는 백성들의 신임을 얻어 왕으로 추대되었다. 프랑스에서 지배하던 땅도 다스리게 되었고, 평생 동안 존경받는 왕으로 편안히 살다 한 평생을 마쳤다.


이 전설은 12세기 영국에서 실존했던 왕의 가족, 그러니까 정복왕 윌리엄과 그의 세 아들 로버트, 윌리엄, 헨리 사이에 일어난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현자들의 예언’은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영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달라는 염원을 담아 만든 픽션일 가능성이 높다.


젊은 벗들이여, 이 이야기를 들으며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은가? 어느 나라건 지도자가 사나우면 백성이 고생을 한다. 하여 젊은 그대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큰 사람’ 되겠다는 생각 보다 ‘바른 사람’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 달라. (여기서 말하는 ‘큰 사람’이란 ‘정신적으로 위대한 인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나 경제력, 즉 현실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기독교성서에서 예수님은 “검으로 일어나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역사의 법칙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는 자기 스스로 권총 자살을 했다. 우리나라의 박정희 전 대통령은 30여 년 전에, 자신이 가장 신임하던 측근 중 하나였던 중앙정보부장의 총을 맞고 돌아가셨다. 총으로 일어나 총으로 망한 것이다.


하지만 독재자의 비극은 개인의 종말로 그치지 않는다. 바른 지도자가 되지 못한 사람이 절대 권력을 쥐면 죄 없는 백성들이 죽어나간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 백성들, 스탈린 치하의 소련 백성들,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된 일본 백성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 백성들이 징병과 징용, 성노예로 끌려간 비극의 역사를 돌아보아도 ‘바르지 못한 사람들’이 ‘큰 사람’ 되었을 때 세상에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세계의 막내급에 속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해 선진국과 어깨를 겨루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칭송하는 분들이 많다. (그분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18년 동안 철권통치를 했던 분이며, 잘 알겠지만, 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되시는 분이다.)


하지만 난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게 좋은 건지 정말 모르겠다. 그 시절(박정희 대통령이 재임하던 1960~1970년대)에 소년의 시기를 거쳐 청년의 시기까지 살았던 나는 “큰 사람 되어 성공하라”는 가르침을 학교에서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들었다.


그 결실이 맺힌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은 놀라운 경제 기적을 이루었고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삶이 행복하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살률은 급증했고 청년들의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큰 사람 되어 성공하는 게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우선순위가 바뀌었던 것 같다. 큰 사람 되기 전에 먼저 바른 사람부터 되라고 가르쳤어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지금 우리 사회의 어른들 중에는 “큰 사람 되라”고 가르치기 전에 말로나 행동으로나 “바른 사람부터 되라”는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매우 슬픈 사실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바른 사람 되라” “착한 사람 되라”고 말하면 고리타분하고 현실을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그 옛날의 분위기가 곳곳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젊은 벗들이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큰 사람이 되고 싶으면 그 꿈을 키워도 좋다. 다만, 바른 사람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5/05/19 [10:4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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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
현재는 다음 카페 ‘불거토피아’(http://cafe.daum.net/bgtopia)를 운영하면서 ‘학교종교자유를 위한 시민모임’ 실행위원으로 '생명실천운동'과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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