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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공→친북→좌빨→종북
[김영호 칼럼] 시대착오적인 적색공포 맹위, 국민 피로감만 누적시켜
 
김영호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는 수락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 함께 가는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최대의 난제는 이념이 계층-지역-세대간의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노릇을 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그의 반대자-비판자조차도 그가 말하는 국민대통합에 대해 공감했을 듯싶다. 그런데 그의 당선 1년을 맞은 시점에서 돌아보면 종북타령만이 귓가에 쟁쟁하다. 집권세력이 종북몰이에 열중하면서 국민대통합은 실종되고 그 자리를 국민대분열이 차지하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부터 ‘잃어버린 10년’, ‘좌파정권 10년’ 타령을 늘어놓더니 남북관계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친정권적 인사가 아니면 좌파도 모자라는지 좌파+빨갱이의 준말인 좌빨이라고 매도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정치적 반대자, 정책비판자, 개혁주창자를 가리지 않고 몰아서 색깔공세를 퍼부었다. 정권말기가 가까워지자 좌파, 좌빨은 공격강도가 낮다고 생각했는지 슬그머니 종북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도 남북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개입이 1년에 걸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 파장을 덮으려는지 집권세력 내에서 종북척결을 더욱 소리 높여 외친다.

북한 동조자 또는 북한 내통자라는 뜻을 내포한 단어가 정권에 따라 용공→친북→좌빨→종북으로 변천하고 있다.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던 이승만-박정희 정권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공격용어로서 용공이란 딱지를 즐겨 붙였다. 광주항쟁을 유혈진압한 전두환 정권은 용공을 보다는 친북을 선호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들어서자 이른바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을 좌파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도 종북을 진보와 거의 동의어로 쓰고 있다.

종북이란 단어의 진원지는 엉뚱하게도 진보진영의 중추세력인 민주노동당이었다. 민주노동당의 고질적 문제는 자주파와 평등파의 갈등구조였다. 2008년 2월 노선대립이 격화되어 민주노동당이 두 조각났다. 그 과정에서 종북주의 논쟁이 파생했다. 분단의 현실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이른바 자주파는 한국사회의 모든 구조적 모순은 분단에서 발단한다고 믿는 듯했다. 바로 그 자주파가 민주노동당 내에서 종북주의자로 분류되었는데 집권세력이 진보진영을 지칭하는 용어로 차용하기 시작했다. 북한을 추종한다는 뜻을 지닌 종북이 용공이나 친북보다 의미가 공격적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사아라는 초국가로 삼분되어 항구적 전쟁(perpetual war)상태를 유지한다. 전쟁은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전쟁공포를 조성해 외부위협을 극대화함으로써 통치기반을 강화한다. 남북의 대치상황에서 북한이 수시로 도발적 행위를 통해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해왔다. 분단의 현실에서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정권에 따라 그것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박정희-전두환의 쿠데타도 거기서 정권찬탈의 정당성을 찾으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의 종북몰이가 임계점을 넘어 많은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지지세력을 결속함으로써 국가권력기관의 불법적 대선개입에 대한 거부적 여론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가치중립적 사안에 대해서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여 예사로 종북이라고 매도한다. 정부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도 종북이고 성직자의 현실비판도 종북이라고 규정한다. 공무원노조, 교직원노조의 법외노조 추진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민의 정당한 의견표명-권리행사마저 종북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과도한 종북몰이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의 빨갱이 몰이를 연상케 한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 빨갱이(red)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임금노동자로 전락한 농민들이 일거리를 찾아 헤매다 허기에 지친 나머지 품삯을 몇 푼만 더 달라고 애걸해도 빨갱이로 모는 판이다. 그들은 빨갱이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다. 거기서도 오늘 날 이 땅의 ‘용역’들이 등장한다.

냉전체제의 붕괴에 따라 탈이념화가 세계질서를 재편하기 시작한지도 4반세기를 맞고 있다. 미국에서 매카시즘 광풍을 일으킨 조지프 매카시가 반세기를 훨씬 지나서 이 땅에 환생했는지 시대착오적인 적색공포가 맹위를 떨친다. 3대세습의 스탈린주의의 나라, 세계 최빈국의 하나, 그곳을 누가 그토록 동경한다고 종북몰이에 열중해 국민분열을 획책하는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기사입력: 2013/12/18 [18:3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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