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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전면개방의 위험한 함정
[김영호 칼럼]식량안보 지키려면 경제논리 아닌 식량주권 차원 접근해야
 
김영호
지구촌이 기상이변을 겪으면서 세계적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상기후 탓에 곡물파동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추세다. 기후변화를 미뤄보면 5년 전과 같은 곡물파동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다 환경오염, 물 부족이 심각하다. 사막화-산업화-도시화에 따라 농지축소와 이농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식물연료(biofuel)도 곡물파동의 한 원인이다. 인구대국인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육류소비가 증가하면서 사료용 곡물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2008년 곡물파동으로 가격이 폭동하자 30여개 나라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당시 식량대국들이 곡물을 전략상품(strategic commodity)로 지정하고 수출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곡물파동의 무풍지대에서 살았다. 농민들이 경찰의 곤봉세례를 맞아가면서 쌀시장 개방을 반대해 자립기반을 지킨 덕택이다. 그 까닭에 많은 국민들이 식량위기의 공포를 모른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공산주의를 붕괴시켰다는 사실도 잊고 있다. 이상기후가 이제 일상화하면서 세계적 식량위기가 구조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쌀 생산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쌀이 남아도는 줄 알고 있다. 2007년 27년만에 큰 흉년이 들어 쌀 생산량이 440만8,000t으로 줄었다. 이어 2010년 이후 내리 3년간 더 큰 흉년이 들었다. 쌀 생산량이 2010년 429만5,000t, 2011년 422만4,000t, 2012년 400만6,000t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쌀 자급률이 80%대로 뚝 떨어졌다.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쌀이 남아돈다고 난리였는데 이제 수입해야만 먹고산다. 북한에 쌀을 지원하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곡물자급률이 2011년 22.6%로 전년에 비해 5%p나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쌀시장 개방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993년 12월 UR(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됨에 따라 한국의 쌀시장도 1995년부터 부분적으로 개방됐다. 관세화에 따른 전면개방 대신에 MMA(최소시장접근)에 따라 10년 동안 소비시장의 4%만 개방되었던 것이다. 10년이 지나 다시 2005~2014년 관세화가 유예되었다. MMA에 의한 의무수입물량이 8%로 증가되었다. 이제까지는 5%의 관세를 붙여 의무량만 수입하면 되었다. 그런데 2015년부터는 현재처럼 부분개방을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면 전면개방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대두된다.

박근혜 정부가 관세화를 통한 전면개방을 추진하는 것같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동필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쌀 관세화가 유리하다…무리하게 관세화 유예를 연장할 수 없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도 그 의도가 엿보인다. 1,282 농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더니 응답농가의 77.7%가 관세화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응답자의 34.9%는 관세화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뜻을 몰랐다는 소리다. 농민단체들은 여론조작을 통해 쌀시장 전면개방을 밀어붙인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면개방론자들은 WTO(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에 따라 두 차례 관세화가 유예되었지만 2014년 이후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예외 없는 시장개방을 원칙으로 하는 WTO 설립취지에 맞춰 전면개방이 옳다는 것이다. 400% 내외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물량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농민단체들은 UR 농산물협정의 후속협정인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주장한다. 새로운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고 재협상을 하지 않고도 현상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례가 없는 데다 양측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는 점에서 두 주장을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변수는 최대수출국가인 미국의 선택이다. 미국이 세계농업시장 개방을 주도하면서 세계의 가족농을 파괴하고 있다. 그 까닭에 미국이 부분개방보다는 전면개방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FTA는 관세율 0%를 목표로 한다. 한-미 FTA가 체결된 마당에 미국이 400%란 고율의 관세를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설혹 고율의 관세를 인정받더라도 미국이 시장지배를 노려 덤핑공세를 펴면 쌀 생산기반은 삽시간에 무너진다.

미국의 값싼 밀에 밀려 이 땅에서 밀밭이 사라졌다. 쌀시장 전면개방은 밀의 전철을 밟는 수순이 될 수 있다. 주곡인 쌀 생산기반이 붕괴되면 국가의 명운이 식량대국 미국 손에 놓이게 된다. 식량안보를 지키려면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식량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비해서도 식량자립기반을 견지해야 한다. 한번 문을 열면 닫을 수 없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기사입력: 2013/09/04 [01:0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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