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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가치? '정동영식 평화경제'가 훨씬 높다
계산해보면, 정동영식 평화경제 > 이명박식 비핵개방3000+한미FTA
 
우석훈   기사입력  2010/12/09 [21:49]
MB, 한미FTA '경제 손실' 크자 '안보 가치' 들고 나와
 
안보의 가치는 얼마일까? 목숨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만, 경제학이 더러운 학문이라서 결국 이런 것도 다 계산한다. 호프만법을 이용한 보험 지수를 통한 생명의 가치, 뭐 웃기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안 하면 정말 사람 막 죽어도 된다는 이상한 정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계산한다.
 
생명의 가치 중 내가 봤던 황당 리스트 1번은 강화도 도요새의 가치다. 아무 가치 없다고 하던 시절에 가장 높게 잡을 수 있었던 게 도요새 박제의 상품 가치. 불법 거래라서 그 수치를 안 썼던데, 당시 내가 조사했던 건 30만원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안보의 가치라는 게 딱 한 번 공식적으로 등장했던 것은 DJ 정부 시절에 농림부에서 제출한 수치다.
 
바로 '안보미'라는 수치이다. 새만금의 경제성 평가에서 원래는 BC 1 안 나오는데, 이걸 1로 만들기 위해서 동원된 개념이 안보이다. '쌀은 안보'다. 그러므로 새만금은 우리에게 안보의 가치라는 것을 주고, 일반미보다 새만금의 쌀은 national securty라는 것을 주니까 이게 바로 안보미이다. 그래서 일반 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그렇게 "이게 경제성 있는 사업이예요."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10여년 만에 다시 안보의 가치라는 게 등장했다. 한미FTA로 경제적 실익은 사실 없고, 사실 그것보다 더 큰 '안보의 가치'라는 것을 얻게 되었다. 요런 얘기다.
 
정부에서 돌렸던 CGE 패키지에서 수치 조정을 정상적으로 해서 약간 calibration(교정)을 해주면, 엄청 큰 손실이 나오 게 된다. 그리하여 같이 패키지를 돌려보자 하였던 적이 있었다만, 정부에서는 호주에서 만든 GAMS를 썼다. 원래는 별도로 만들어서 내부 수치들을 넣어주어야 하는데, 호주에서 만든 상용 프로그램이라서 내부 데이타를 뜯어서 논쟁을 시작하면 엄청 갈 큰 얘기들이 많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한미FTA는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보는데, 이게 정량적 수치만 손해인 게 아니라 투자자 소송제라는 걸 통해서 정성적 형태로도 손해이고, 그 손해 potential(잠재적 가능성)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그게 내가 해봤던 계산의 결과이다. 그래서 나는 이 형태로는 직접 손해도 너무 크고, risk potnetial도 너무 크다. 이 potnetial이 너무 커서 기계적 계산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결국 도하개발어젠다(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다자간 무역협상)가 늦더라도 살아나게 될 건데, 도하라는 다자간 틀을 따라가는 게 한국처럼 외교 못하는 나라에서는 오히려 이익이 높다는 게 책 내면서 내가 냈던 결론이다.
 
하여 이 기술적 논쟁을 수년간 했던 건데, '경제적 이익은 없다.' 그렇게 결론이 난 셈이다. 그건 자기들도 이제는 직접 한 얘기이고, 어떻게 계산해도 +로 수치를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젠 지켜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미 했던 얘기를 뒤집기도 어려울 거고, 몰래 숨겨진 요소들을 새삼 끄집어낼 상황도 아니다.
 
그랬더니 이제 다시 '안보의 가치'가 나온 거다.
 
계산을 원한다면...자, 그럼 그 안보의 가치라는 게 뭐냐. 비용편익분석이나 예비타당성 평가 같은, 공식적으로 쓰는 계산 방식을 써서 같이 계산을 해보면 되는데, 아마 이걸 수치로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다. 테크닉은 간단하다. 이게 없었을 경우와 이게 있을 경우의 변동분을 놓고 계산해보면 된다.
 
나도 안보미 논쟁부터 또 이런 유사한 논쟁을 여러번 한 적이 있으니 필요하다면 같이 계산을 하자. 이런 생각이기는 한데, 가장 먼저 머리에 드는 생각은 '명박네 집단이 과연 안보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안보의 가치를 입에 얹을 자격이 있는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엄청 욕하지만 정동영식 평화 경제를 옵션 1로 놓고, 이명박식 비핵·개방·3000 시나리오를 옵션 2로 놓고, 한미FTA를 옵션 3으로 놓을 때, 안보의 가치는 이미 실증적으로 옵션 1이 훨씬 높게 나왔고, '옵션 2의 부속 옵션인 셈인 옵션 3의 안보의 가치가 옵션 1보다 높은 것을 BC 분석으로 증명하라.' 요런 형태의 질문을 스스로 던진 셈이다.
 
시나리오 형태로 간다면 "2+3<1". 요렇게 나올 것이다.
 
안보의 가치. 다 좋은데, 그걸 평가하는 방식을 내놓아야 다음 얘기를 할 거 아닌가?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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