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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는 백사장 중간에서 끝나, 철조망은 없다
[시론] 총격사건, 허술한 안전관리와 부주의가 부른 분단의 비극
 
이준희   기사입력  2008/07/13 [13:19]
그렇다. 휴전일 뿐이지, 군사적 대치상태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도 이제 만 10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일 오후 느닷없이 비보가 날아들었다.
 
금강산 고성항 인근 해수욕장 해변가에서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고 박왕자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주말 내내 언론을 가득 메우고 있다. 먼저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박왕자씨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동시에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금강산비치호텔 앞 전경1 : 2008.5.8 금강산비치호텔 앞에서 바라본 금강산과 해변가 모습.     © 이준희
 
▲금강산비치호텔 앞 전경2 : 북측 고성항 방향의 전경     © 이준희
 
▲금강산비치호텔 앞 전경3 : 금강산비치호텔에서 내려다 본 고성항 바닷가 전경. 오른쪽 건물이 해금강호텔이다.     © 이준희
 
▲금강산비치호텔 앞 전경4 금강산비치호텔 앞에서 내려다 본 고성항의 천혜의 절경.     © 이준희

이번 사건은 분명히 비극이다. 북측은 남측에게 책임을 묻고 있고, 남측은 북측에 진상규명과 남북공동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진상이 규명되어 유명을 달리하신 분과 유가족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길 기원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와 현대아산 측의 자세와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짚고자 한다.
 
정부와 현대아산, 언론은 우선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1차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철조망' 문제다. 고인은 고성항 인근 해수욕장 해변가의 군사경계지역을 표시하는 2m 높이의 철조망을 넘어서 북측 경계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적어도 지난 5월 9일 기준으로 피격 현장인 금강산 해수욕장 해변가에는 민간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군사용 철조망이 없었다. 두 달 사이에 군사용 철조망이 새롭게 쳐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피격 현장의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철조망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한다.   
 
기자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부터 며칠 동안 금강산 해수욕장 관련 사진과 동영상, 기사 등을 검색하여 보았다. 특히 언론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5월 초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 차 금강산을 방문한 바 있다. 방문 기간 중 숙소는 금강산비치호텔이었다. 이 호텔 앞에서 5월 8일 해변가의 전경 사진을 4장 연속으로 촬영하였다. 해금강호텔에서 북측 고성항 쪽이 나타나는 사진이다.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보았다. 특히 비치호텔에서 기생바위쪽까지 상세히 살펴보았다. 언론에서 보도한 '철조망'은 그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기자가 촬영한 동영상도 확인해 보았다. 화면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철조망'의 모양새는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해수욕장 내 건물 좌측 편에 녹색 펜스로 추정되는 형태의 구조물이 백사장 중간 지점에서 끝난 것으로 확인된다. 이 구조물 외에는 비치호텔에서 해변가를 따라 기생바위까지 어떠한 형태의 철조망이나 펜스는 확인되지 않는다. 

▲금강산 해수욕장1 : 금강산 해수욕장 좌측 지점의 녹색 펜스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희미하게 확인되고 있다. 백사장 중간에서 끝이 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8.5.8 기준) 고인이 이 펜스를 보았다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쳐 북측 고성항 기생바위 방향으로 계속 해변가를 따라서 걸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 이준희
 
▲군사분계선 직전의 남측 해안가 철조망 지대 : 군사용 해안 철조망 지대. 금강산 해수욕장 백사장과 바닷가 사이에는 이런 형태의 군사용 철조망이 확인되지 않는다. (2008.5.8 기준)     © 이준희

고인이 당연히 없는 '2m 높이의 철조망'을 넘어서 북측 군사경계지역으로 갔을 리는 만무하다. 북측이 고인이 철조망을 넘어서 왔다고 말했다면 이는 고인이 녹색 펜스 구역을 벗어나 기생바위 쪽으로 무단 접근했다는 의미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인은 사고 당일날 새벽 4시31분경 비치호텔을 나와서 허술한 안전망 또는 펜스를 넘어서 해변가로 내려간 다음, 해변가를 따라서 어떠한 장애물도 없이 해수욕장 지역을 통과해 펜스 구역을 지나서 북측 기생바위 쪽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인이 녹색 펜스를 보았을 수도 있고,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난 5월 9일 촬영된 사진에 근거한 추론이다. 물론 그 이후에 녹색 펜스를 바닷물길까지 확장 공사했다면, 또 두 달 사이 군사용 철조망이 쳐졌다면 모르지만, 고인은 자신이 걷는 방향 왼쪽 백사장 중간에서 끝난 녹색 펜스를 보지 못했거나, 봤더라도 무심코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다. 
 
▲피격지점 해안가 지대1 : 피격지점으로 추정되는 해안가 지대를 확대한 연속사진1     © 이준희
 
▲피격지점 해안가 지대2 : 피격지점의 해안가를 확대한 사진2(금강산 해수욕장 경계구역에서 - 기생바위 방향)     © 이준희
 
▲피격지점 해안가 지대3 피격지점의 해안가에서 기생바위 방향의 해안가 지대.     © 이준희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선행 요인은 단순해 보인다. 고인은 아마도 일찍 잠에서 깨 해변가 산책을 하거나 일출을 볼 생각으로 숙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관광 기간 동안 '늦은 밤중이나 이른 새벽에는 비치 호텔 앞 해변가를 산책하지 말라. 특히 북측 군사경계지역으로 넘어가지 말라'는 주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지난 2003년부터 2008년 6월 15일까지 금강산 지역을 6차례 방문했다. 지난 5월 방문했을 때 비치호텔에 숙박을 하였지만, '늦은 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해변가를 산책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지 못했다. 현대아산 측에서 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기자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군대를 갔다온 기자로서는 군 작전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야밤중과 새벽 시간에 해변가를 산책해 북측 고성항 지역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을 무심결에 놓칠 수도 있고, 주의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면 새벽녘 해변가를 따라서 북측 군사 지역으로 접근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방문했던 기간 중, 늦은 밤중에 해변가 도로를 따라 도보로 해금강호텔로 이동한 일도 있었고, 이른 아침에 먼저 깬 몇몇 일행들은 해변가 산책을 나간 일도 있는 것으로 안다. 만약에 야밤중과 새벽녁에 '절대로 해변가 주변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사전에 전달받았다면, 아무도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불의의 비극적 사건'을 보았을 때, '북측 군사경계지역으로 접근하면 발포를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누가 해변가를 따라서 고성항 인근 기생바위께로 산책을 하겠는가?
 
▲금강산비치호텔 앞 해변가 : 지난 6월 16일 촬영한 금강산비치호텔 앞 해변가에서 현대아산 측 등 관계자들이 해수욕장 개장 준비를 위해서 해변가에 밀려온 해초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안가 도로와 해변가 사이에는 펜스가 쳐져 있지만,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별도의 출입금지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피격 당일인 지난 11일 새벽 4시30분경, 故 박왕자씨도 이 밧줄 울타리를 넘어서 해변가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 이준희
 
▲금강산비치호텔 앞 정자와 해수욕장 : 금강산 비치호텔 앞에서 내려다 본 해변가 모습. 정자 뒤쪽으로 해수욕장과 건물들이 보인다. 지난 11일 새벽 4시 30분경, 금강산 비치호텔을 빠져나온 고 박왕자씨는 도로를 건너서 밧줄 울타리를 넘어서 해변가로 내려갔거나 정자 옆 지대를 통해서 해변가로 진입해 해변을 따라서 북측 경계지역으로 들어섰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 이준희

이번 금강산 해수욕장 북측 군사경계지역 피격 사건은 허술한 안전관리와 부주의가 낳은 비극적 참극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 안전관리의 문제점을 종합 점검하고, 전면적인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만 남측 입장에서 봤을 때, 북측의 군사적 대응을 쉽사리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측은 합동 현장 조사 등 남측의 진상조사 요청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와 현대아산, 언론은 기본사실부터 확인하길 바란다. 특히 언론은 '북측의 의도' 등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를 중단해야 한다.     
 
▲북측 고성군 시내로 가는 도로가 : 2003년 11월 당시 북측 고성군 시내로 가는 도로가에서 본 현재의 금강산 해수욕장 방향 모습. 대형 선전간판 왼쪽 편에 경계를 서는 북측 인민군의 모습이 보인다.     © 이준희
 
▲고성항 가는 도로가2 : 상기 사진의 왼편 부분을 확대한 사진이다. 2008년 7월 11일 새벽, 고인의 피격 현장을 인근에서 목격한 대학생이 말한 해수욕장 인근의 실개울은 이 하천으로 추정된다. (2003.11 금강산 관광 5주년 방문행사의 공동취재단 일원으로 기자는 당시 북측 고성 시내에 있는 현대아산의 채소농장 등을 방문한 바 있다)     © 이준희

어떤 일이 있어도 화해와 협력, 평화번영을 위한 남과 북의 행진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등은 지난한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남과 북이 쌓아올린 통일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이다. 남과 북 당국은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서 허심탄회하게 협력해야 하며 이번 사태가 개성 관광의 중단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금강산은 남측에 개방되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넘지 말아야 할 분단의 경계선, 그러나 언젠가 모두가 넘어야 할 남과 북의 경계선이 있음을 깨우쳐 준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임을, 하지만 남과 북 모두가 극복해야 할 비극임을 알아야 하겠다.
 
다시 한번 이번 불의의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면서 유가족의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고자 한다.
인터넷기자협회(www.kija.org) 전 회장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단장
6.15남측언론본부 공동대표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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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13 [13: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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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위 2008/07/13 [23:55] 수정 | 삭제
  • 얌마. 총쏜 놈이 먼저 잘못했지, 웬 물타기야. 너도 총 좀맞고 생각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