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를 이해하려고 무진 노력하고 있다. 그도 큰 교회 목사이전에 사람인지라 이번 사태에 대단히 힘드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설교를 박 목사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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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개신교 내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번 아프간 피랍 사태에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샘물교회 |
박 목사가 이번 사태로 충격받아 설교도 못하고 좌절하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역시 기우였다. CBS 노컷뉴스 보도에 의하면 박 목사는 29일 설교에 앞서 교인들에게 "지금은 묵묵히 비판을 감내할 때다. 당분간 인터넷에 접속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이유를 "반기독교 세력이 인터넷 상에 조직적으로 비방글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반기독교세력들이 조직적으로 비방 글을 올린다고? 그러니 인터넷에 접속하지 마라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지만 설령 박 목사의 말이 맞다 하자. 그렇더라도 비방의 빌미는 누가 제공했는데? 적어도 이번 피랍 사태의 책임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도대체 온 나라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시끄럽고 국력을 낭비하는데 샘물교회의 대표가 그런 말을 내뱉나?
더구나 본인이 기독교계의 유력언론인 뉴스엔조이의 발행인이면서 인터넷을 거부하라고 말하다니 쉽게 이해가 안된다. 경각심 차원에서 교인들에게 "인터넷을 보시되 잘 새겨서 보세요"라고 말 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당분간 인터넷에 접속하지 말라는 말은 세 가지 오해를 살 수 있다.
첫째,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 논란의 원인을 기독교에 대한 반기독교세력의 공격으로 몰고 가려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두번째는 박 목사가 교인들의 사상까지 통제하는 목사로 비쳐질 수 있다.
사상의 자유는 국민의 자유권적 기본권의 하나이다. 사상의 참 자유는 통제된 지식을 통해서는 생겨날 수 없다 그런 길들여진 사상은 편협한 사고를 낳고 맹신을 낳는다. 그런 길들여진 사상에 대해 기독교가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는 박 목사는 혹시, 이번 사태로 교인들이 흔들릴까봐 인터넷에 접속못하게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박 목사는 그런 유치한 오해받을 말 같은 것을 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더 더욱 피랍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고, 대국민 설득 작업에 정진해야한다.
사실 박 목사는 선교여행 피랍 사태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위치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듯이 지금 이 시점에서 박 목사가 강대상에 올라 설교로 이래라. 저래라 말할 시기는 아닌 듯 싶다. 지금은 박 목사가 열심히 기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할 수 있으면 교회의 재정을 모두 정리하는 절차를 밟아서라도 피랍자를 구하겠다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의 도의적, 신앙적 책임을 지는 자세로 자숙하고 참회의 가간을 보내며 보다 적극적으로 피랍자들을 구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즉 유구무언(有口無言)의 세월을 우선은 보내야 한다. 설교하고 싶어도 참으시고 부목사나 외부강사를 세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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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정자동 요지에 자리잡은 샘물교회 전경, 평소 박은조 목사의 대형교회 비판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CBS 노컷뉴스 |
그런 그가 드디어 말문을 열며 인터넷을 보지 말라고 했다. 한국 교회는 지금 샘물교회 사태로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동네북 신세였던 기독교가 이번일로 더 한층 돌팔매를 맞고 있다.
일부 종이신문이야 워낙 대형교회와 그 목사들을 이 시대의 인물로 띄워주는 역할을 많이 했고 쉽사리 보수기독교의 완고한 행태를 쉽사리 지적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다르다. 계급장을 떼고 누구나 자유롭게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물론 교회의 특성과 인터넷은 안 맞다. 교회는 목사혼자 설교시간을 독차지하고 성경해석에 대한 개인의 관점을 여과없이 털어 놓는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그런 일방향이 통하지를 않는다. 의사소통의 쌍방향성을 수용해야 인터넷과 친숙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설교를 목사 혼자 저 높은 강대상에 서서 주입식으로 쏟아내지 말고 문답식으로 해야 한다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성경과 사회현상에 대한 목사의 개인견해와 교인들의 견해가 상호 피드백하면서 보다 가치중립적인 명제가 도출될 수 있다. 박은조 목사의 이번 설교는 쌍방향 설교가 절실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인터넷을 당분간 접속하지 말라?
박 목사는 지금 한가하게 교인들에게 인터넷 훈수를 둘 처지가 아니다. 어떤 논쟁에도 개입하여 왈가왈부해서는 않된다.
도리어 무슨 여론이든 다 포용하고, 거기서 다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인터넷의 가장 심한 글까지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면서 그런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갈 것임을 명명백백히 천명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