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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최악은 ‘이명박vs 강금실(유시민)’ 구도
[김수민의 호모폴리티쿠스] 대선국면에서의 민노당, '후보'도 중요하다
 
숨인씨   기사입력  2007/02/22 [17:40]
지난 14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지지율은 둘 모두 각기 절반 안팎에 안착했다. 그 뒤를 박근혜가 따르고 있으며, 손학규는 전체 3위이자 범여권 후보 1위를 동시에 기록하는 기현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가상대결구도에서의 여론조사 결과이다.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한나라당 후보로, 손학규나 정동영을 범여권 후보로 놓고 벌인 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의 대표 선수로 설정된 노회찬은 6.7%(손학규-이명박-노회찬)~12.1%(정동영-박근혜-노회찬)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상세한 여론조사 방법을 알 수는 없지만, 무응답층이 10% 이하였다는 점에서, 현재 민주노동당이나 노회찬 후보가 가진 득표력의 최대치는 그만한 수준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결과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레디앙>에 인용된, 통계에 관한 해석에는 그냥 넘겨줄 수 없는 오류들이 있다.
 
본 조사를 담당한 미디어 리서치 관계자는 "다른 후보가 나온다고 해도 득표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우선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노회찬 한명만 넣고 벌인 여론조사였지만, 최대 득표율과 최소 득표율 사이의 차이는 5.4%에 달했다. 다른 후보의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쳐도, 이 차이는 범여권이나 한나라당이라면 모를까, 민주노동당에게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다. 6%와 12%의 간극은 불과 넉 달이 지나 벌어질 총선에 이르러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언제 ‘나비효과’가 닥칠지 모르는 한국정치에서, 민주노동당에게 대선득표율은 단기적으로는 원내교섭단체의 구성에, 중장기적으로는 제1야당이나 3강구도의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누가 나와도 비슷하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권영길이나 심상정을 민주노동당 후보로 상정하지 않은(아마도 조사의 편의상 그랬을 테지만) 여론조사를 두고 내려지기에는 적합하지 가 않다. 더욱이 그 전문가의 분석이 성급하다는 것을 그 자신이 증명하고 있다.
 
그는 "여권과 민주노동당에게 동시에 오버랩 돼있는 지지자들을 어떻게 민주노동당으로 끌어 올 것인지와 쏠림표를 막을 수 있느냐가 득표율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 않은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도 “열린우리당과 범 진보 진영의 시민 사회단체들이 연합해 운동권 진보 정당이 아닌 대중적 대안 세력을 형성하게 될 경우 민주노동당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로 지칭된 이는 "지금 정황상 민주노동당에선 누가 후보로 나온다고 해도 득표율에 변화를 가져오긴 어렵다. 인물이 아니라 판을 바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과연 “여권과 민주노동당에게 동시에 오버랩”된 유권자를 김헌태가 말하는 “대중적 대안 세력”과 경쟁하며 끌어오게끔 “판을 바”꾸는 일은 오직 정당 차원의 몫인가? 후보에 따라 달라질 확률은 없는가?
 
일단 이번 여론조사가 띄워버린 구도부터 복원하는 편이 맞겠다. 이번 가상대결구도에 거명된 -노회찬을 제외한- 주자 넷은 강경한 보수 성향을 지니고 있고, 전반적으로 판이 매우 우경화되어 있다. 이념지형을 읽는 눈이 어두운 유권자들을 고려해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박근혜가 보수적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이명박은 조금 더 중도적으로 비친다. 손학규가 중도진보적이라고 여기는 국민들도 많지만 노무현 대통령보다 왼쪽에 있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정동영도 손학규랑 비슷한 처지인데, 신선미는 더 떨어진다.
 
‘이명박vs.강금실(유시민)' 구도를 가정하라
 
이 조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12퍼센트의 확률을 기록한 구도는 박근혜와 정동영이 맞붙었을 경우이다. ‘박정희의 딸’과 ‘개혁 장사치’의 대결에서 민주노동당은 누구를 내보내도 선전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필자가 장담하건대 올해 대선은 절대 그리 귀결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에게 있어서 가장 최악으로 치달을 구도를 가정해 보아야 한다. 더구나 그 구도는 다수의 예견을 뒤엎고 현실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근래 정인봉, 김유찬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이더라도 조기에 확인되지 않으면, 이명박을 내보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대중의 여론에 비해 당내 여론에서 승률이 조금 떨어진다지만, 정권탈환을 고대하는 한나라당으로서 실제로 이명박을 내보낼 공산이 아직은 높다. 이명박은 전통적 수구세력을 묶어두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을 띠는 유권자들까지 엮을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본선경쟁력에서 박근혜나 손학규를 압도한다.
 
궁지에 몰린 범여권은 한나라당 이상으로 본선경쟁력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두차례 이상의 단계에 걸쳐 후보군을 추려갈 것이다. 정동영, 김근태는 최종 승자가 될 수 없다. 야구감독 김인식 같은 해결사를 한트럭 분량으로 투입해도 소용없을 만큼 잠재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정운찬, 문국현, 진대제는 (김종인, 이계안 등의 참모들과 더불어) ‘경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에 불과하다. 범여권에서 ‘제2의 노풍’을 점화할 쪽은 강금실, 유시민 등밖에 없다.
 
평등주의적 유권자도 양극화 해소가 여전히 경제개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한, 민주노동당이 아닌 이명박에 투자할 것이다. 손학규, 정동영보다 강금실, 유시민을 더 진보적으로 보는 유권자는 당선가능성을 고려해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과 강금실 또는 유시민이 맞붙는 구도는 명백히 민주노동당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길은 손학규가 범여권 후보가 되거나 범여권이 몰락하여 당내 일각의 바람대로 민주노동당이 ‘진보개혁세력’을 교체하는 것이다. 사실 이 두 가지 길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다. 노무현 정부가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박찬종, 정몽준, 고건의 계보를 잇는 어정쩡하고 트릿한 정치인 손학규가 범여권 후보로 올라설지는 미지수이다. 게다가 범여권이 무너진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에 반사이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치 역시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찍이 입증되었다.
 
노무현 정부에게도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없지 않다. 아니 숱할 수도 있다. 하나만 들자면, ‘한반도 문제’가 있다. 만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통일담론이 경제담론과 한몸이 되어간다면, 범여권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대선을 유리하게 치를 수 있다.
 
차분하게 고민해보자. 올해 민주노동당은 이런저런 격량에 휘말릴 것이고, 때로는 띄워졌다가 때로는 떨어질 것이다. ‘누구를 후보로 뽑을까’라는 질문에 ‘당이 잘해야 한다’고 진정 무덤덤하게 답할 수 있을까?
 
추신: 필자는 얼마 전 지지 후보를 밝히기도 했지만, 누가 되든 민주노동당은 선명하면서도 대중적인 후보를 내보내면 일단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거기에 “‘공략’과 ‘낙후’의 대상을 잘 분별하는 후보”라는 또 하나의 기준을 보태고 싶다. 이것은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글쓴이는 경북 구미시 시의회 의원(무소속)입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 최연소(27세) 기초의원에 당선돼 현재 시의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2002년 <대자보> 필진으로 참여한 이래 다년간 정치칼럼 등을 연재해 왔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대자보> 독자들과 만납니다.
기초의원으로서 풀뿌리 정치 현장에서의 경험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블로그 : http://kimsoom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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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22 [17: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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