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IT사회문화미디어국제·과학여성환경·교육
전체기사 공지사항 사회단체알림마당 기고및토론방 편집회의실
편집  2022.08.09 [22:01]
홍기빈의 신자유주의깨기
공지사항
사회단체알림마당
기고및토론방
편집회의실
개인정보취급방침
대자보소개
광고/제휴 안내
기사제보
HOME > 홍기빈의 신자유주의깨기 >
값어치 없는 엘리트들의 ‘기계적 노동’
[홍기빈 칼럼] 단순 노동과 복잡 노동이라는 19세기의 이분법 지양해야
 
홍기빈
노동을 ‘단순 노동’과 ‘복잡 노동’으로 분류한 것은 전형적인 19세기 고전 경제학의 사고방식이었다. 세상에서 인간이 하는 활동은 무진장으로 다양하지만, 삽질이나 똥푸기와 같은 단순 노동이나 변호사 의사의 일과 같은 복잡한 노동이나 인간 활동의 ‘지출’이라는 점에서 모두 똑같다는, 그래서 후자는 전자가 그저 양적으로 집적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즉 똥푸는 아저씨들이 의대 법대에 진학하여 똥지게를 들고 집집을 돌 시간과 정력을 법전과 의학 교과서에 투여하여 법률 상담과 치료 노동을 하게 되면 같은 시간을 일해도 그 전의 똥푸기에 비해서 몇 배의 생산성을 낳게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러한 노동관은 자연스레 단순 노동 = 육체 노동 = 저학력 노동, 그리고 복잡 노동 = 정신 노동 = 고학력 노동이라는 사고 방식으로 연결되었고, 어떤 직종의 노동이 두 개의 기둥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가를 빌어서 그 임금 수준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임금 체계를 정당화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그런데 산업 혁명 직후인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생겨난 이러한 사고방식이 과연 자동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20세기 후반 이후의 노동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OECD에서 각종 경제 통계를 맡아보는 경제학자였던 카스토리아디스는 그 반대의 현실을 발견하였다.
 
자동화를 배경으로 성립한 ‘관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작업장은 물론 사회 전반을 조직하고 통제하는 일이 고학력 엘리트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엘리트들이 하는 일은 사실 학교와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과 절차를 ‘기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상황과 크게 유리되기 일쑤인 이 엘리트들의 명령을 실제 상황에 꿰어 맞추는, 지극히 골치 아프고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은 고스란히 명령 서열의 아래에 있는 하급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전자의 노동은 사실 지극히 ‘기계적’인 것이며 후자의 노동이야말로 점점 ‘창의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그가 발견한 바였다.   

한국 사회는 19세기적인 노동 관념이 대단히 강하게 지배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임금 체계의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주 어린 나이부터 학부모와 혼연일체가 되어 가방끈 경쟁에 돌입한다. 누가 한국의 교육열이 높다고 하는가. 1년에 반지 목걸이 사는 만큼의 돈도 책에 들이지 않는 한국인들의 ‘교육열’이란 기실 이 임금 서열의 인간 피라밋을 기어오르는 발버둥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그 피라밋의 위쪽에 자리잡은 한국 사회의 엘리트들은 과연 ‘복잡 노동’을 수행하여 사회의 생산성에 몇 배 몇십배로 기여하고 있는가. 아니면 카스토리아디스가 발견했던 것처럼 자신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논리가 현실 상황과 얼마나 유리되었는가를 전혀 돌보지 않은 채 그저 그 형식적 합리성의 틀에 안주하면서 아래에 윽박지르고 있는가.
 
단순 노동/복잡 노동이라는 19세기의 이분법은 기계적 노동/창의적 노동이라는 틀로 바꿀 것을 생각해 봄직하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바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이들의 노동은 응당 낮게 평가 받아야 할 것이요, 온 몸을 던져서 구체적 현실과 엉겨붙음으로서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게 하고 또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내는 이들의 창의적 노동은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소위 일류대 교수라는 이가 쓴 신문 칼럼을 보면서, 벼라별 일 다 생기는 심야의 편의점을 밤새 홀몸으로 너끈히 지켜내는 앳된 노동자를 보면서, 대한민국은 그러한 ‘자기 혁신’이 절실하다는 것을 오늘도 새삼 느낀다. 
*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사입력: 2006/01/18 [13:18]  최종편집: ⓒ 대자보
 
관련기사목록
[신자유주의] 반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살길이다.2 정근 2010/09/21/
[신자유주의] '반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살길이다 정근 2010/08/02/
[신자유주의] 진보의 비극, 복지노선 담을 그릇 없어 안일규 2010/05/24/
[신자유주의] 복지없는 '정치적'인 한국복지, 필연이다! 안일규 2009/06/04/
[신자유주의] '美 신자유주의' 몰락과 '베이징 컨센서스'의 위력 윤석제 2009/04/14/
[신자유주의] '다시' 발전을 말하는 건 "정치의 문제" 안일규 2009/02/28/
[신자유주의] '월스트리트'의 Money game, 미국은 추락하는가? 김영주 2008/10/10/
[신자유주의] 초대형 '공공부문사유화 저지 공동행동' 단체 출범 김철관 2008/06/24/
[신자유주의] 복지국가 건설은 '정치적인 것의 귀환' 안일규 2008/06/13/
[신자유주의] 정부의 민영화 공세, 공공성 혁신으로 대응해야 오건호 2008/06/04/
[신자유주의] 사민주의 노동시장정책 핵심은 '참여' 안일규 2008/05/30/
[신자유주의]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연대 투쟁으로 뚫자" 김철관 2008/04/28/
[신자유주의] 거시경제학의 지혜와 한국경제의 진상 오용석 2008/04/24/
[신자유주의] 사회지리학, 불평등한 공간 평등하게 만든다 황진태 2008/03/09/
[신자유주의] 노홍철과 숭례문 피습사태는 위험사회의 징후 하재근 2008/02/22/
[신자유주의] 한계 이른 신자유주의, 대안적 국가연대 필요 새사연 2008/01/28/
[신자유주의] 임종인 "'김앤장', 법망 피해 이익 극대화하고 있어" 안일규 2008/01/28/
[신자유주의] 발전국가론, 국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가? 황진태 2008/01/12/
[신자유주의] 한국형 ‘신자유주의’ 득세, 어떻게 봐야 할까? 황진태 2008/01/14/
[신자유주의] ‘문자해고’의 원조, 재벌기업의 홍위병 ‘김앤장’ 안일규 2008/01/13/
연재소개 전체목록
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21세기 자본의 새 얼굴, 소유권과 인권
'상식'의 시대의 종언-진보 사상을 재건하자
투자자-국가소송제의 발톱을 보았는가?
청와대까지 왜곡 선동 나선 투자자-국가 분쟁
이명박, 진짜 검증받아야 할 것은 ‘성장률 신화’
미국이 대한민국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90년대 미국주도 ‘지구화 담론’은 끝났다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한국의 선택은?
비전이 없는 ‘2030’, 너희가 진보담론을 아느냐?
한미FTA 체결, 당신 입장은 무엇인가
대추리와 한미FTA, 그리고 87년 체제의 위기
'줄세우기 경쟁' 대 '창의적 지식경제'
한미 FTA는 한반도의 미국종속 신호탄
F T A는 미국의 한국 인수합병 보장서
정치적 수사로 분장한 한미 FTA와 양극화
자본과 영혼, 영화배우 이병헌의 경제학
노대통령은 부시의 '말뚝이'로 전락하려는가?
값어치 없는 엘리트들의 ‘기계적 노동’
Venture Korea의 흥망과 황우석 파국 이후!
MBC는 ‘황우석 2탄’을 즉각 방영하라
최근 인기기사
  개인정보취급방침대자보소개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우) 120-093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80 제일빌딩 별관 4층 TEL: 070-4411-5452ㅣFAX: 02-6280-5462 (web@jabo.co.kr / c.p: 010-2249-9446)
대자보ⓒ1998-2017 ㅣ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133 2005.11.11ㅣ 발행인 겸 편집인 : 이창은,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주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대자보' 가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센스 2.0 : 영리금지 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