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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비극 통해 브라질 현대사 되짚는 '아임 스틸 히어'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2025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임순혜   기사입력  2025/08/18 [18:13]

영화 '아임 스틸 히어'는 바닷가 근처에 예쁜 집에서 행복하게 살던 한 가족에게 어느날 찾아 온 남자들에게 남편이 연행된 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실종상태가 되자, 실종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일생을 건 여인을 그린 영화로, 실존 인물인 유니스 파이바의 아들 마르셀로 파이바가 출간한 회고록을 기반으로 '중앙역'의 월터 살레스 감독이 연출했다.

 

▲ 영화 '아임 스틸 히어'의 한 장면     © (주) 안다미로

 

'아임 스틸 히어'는 전 세계 영화제 53개 상 수상 하고, 7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드라마 부문)을 수상했고,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각본상 수상, 제39회 고야상 스페인어영화상 수상, 2024미국비평가협회상 수상 등, 주요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화제작이다.

 

 

▲ 영화 '아임 스틸 히어'의 한 장면     ©㈜안다미로

 

1970년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닷가 주택에 사는 유니스(페르난다 토레스 분)와 루벤스(셀튼 멜로)는 아이 다섯 명을 키우는 사이 좋은 부부로,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 행복한 가족이다.

 

어느 날 브라질 군사독재 정권의 '강제 실종' 정책에 의해 갑자기 찾아 온 남자들에 의해 남편이 끌려가고 남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평범한 가족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놓은 사건으로 유니스는 졸지애 가장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며 남편을 찾기위해 필사적으로 사방을 수소문하나, "그를 모른다"는 답변이 올 뿐, 20년 동안 그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 영화 '아임 스틸 히어'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아버지가 연행 된 후, 어머니와 딸도 다음날 경찰 조사를 받고, 사복 경찰이 집 근처에서 밤낮으로 감시하며 가족의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하고, 아이들의 꿈과 희망, 새집을 짓겠다는 꿈도 포기하고, 유니스는 가족의 생존을 위해 정든 해변가의 집을 떠나게 된다.

 

유니스는 소리 죽여 울기보다 목청을 높여 군부 체제에 맞서, 돌아오는 것이 폭력과 무시, 거짓이라도 자신의 질문만이 희생자의 존재를 증명하기때문에, 남편처럼 이유 없이 사라진 이들에 관해 끊임없이 묻는다.

 

▲ 영화 '아임 스틸 히어'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아임 스틸 히어'에서 아내 유니스 역을 맡은 페르난다 토레스는 남편이 실종된 후 가장으로 꿋꿋하게 아이들을 키우며 남편 실종의 진실을 찾는 연기로,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브라질 최초로 여우주연상(드라마 부문)을 수상했다.

 

페르난다 토레스는 남편이 실종된 후 몇 번의 비극과 시련 앞에서 고립되었으나, 무너짐 없이 꿋꿋하게 아이들을 키우며, 남편 실종의 진실을 꾸준히 밝히려 하고, 자식들 앞에서 자신의 고통은 속으로 삼키는 유니스의 정신력을 세밀하게 표현해 감동을 준다.

 

▲ 영화 '아임 스틸 히어'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아임 스틸 히어'에서의 브라질 군사정권의 정치적 탄압과 납치·고문, 언론 통제 등은 계엄 사태를 겪은 최근의 한국 상황을 떠오르게 해, 영화에 볼입하게 하며, 꿋꿋하고 당당한 가장 유니스의 삶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아임 스틸 히어'를 연출한 월터 살레스 감독은 "어린 시절 파이바 가족과 친구였다. 해변가 집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더 절실하게 느꼈고, 준비 기간만 7년이 걸릴 만큼 모든 정성을 쏟아 부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이 파이바 가족과 함께 있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 영화 '아임 스틸 히어' 포스터  © (주)안다미로


'아임 스틸 히어'는 "세계 유수 매체로 부터 놀라운 여성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잔혹한 역사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The Seattle Times )", "강인한 여성과 그녀의 가족에 대한 감동적이고 몰입도 높은 헌사( Screen International)", "살레스는 한 시대를 섬세하게 재현하며 비극 속에서 가족을 재건해 가는 과정을 심오하게 성찰한다( EscribiendoCine ), "친밀한 가족 드라마와 광범위한 정치 스릴러를 넘나드는 수많은 사회적 공포에 저항하는 두려움 없는 여성을 향한 오마주(PopMatters)" 등의 찬사를 받았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겪은 상실의 아픔을 딛고, 굽히지 않고 저항하기로 결심한 여성에 관한 영화 '아임 스틸 히어'는 8월20일 개봉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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