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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실제적 문제와 반대논리의 문제
[이슈추적③] 원가계산 없는 반값등록금은 없다, ‘무상’ 아니라 ‘세금·국가책임’
 
안일규   기사입력  2011/06/05 [17:13]
 
반값등록금. 2007년 대선 이후 다시 이슈가 되었다. 한나라당에서 이미 ‘등록금 부담 완화’로 이름을 바꿨지만, 야당들과 언론들에 의해 여전히 ‘반값등록금’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지금 반값등록금이라는 말이 제대로 된 말인지 곱씹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값등록금을 논하기에 앞서 한 가지 전제를 둔다. 반값은 가격인 만큼 시장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교육에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논리로 나오면 이 논의를 할 수 없으므로 그 논의는 접어두자. 공공재니 가격을 매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공공재라면서도 우리는 이미 대중교통, 공공주택 등에 가격을 매기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반값등록금 논의의 두 결점, ‘효과’와 ‘원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반값등록금에는 두 가지 결점이 있다. 반값등록금 ‘효과’를 내겠다고 한 것이지, 등록금 고지서에 적힌 금액을 반토막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같은 입장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양당 정책의 근본은 저소득층과 지방대 장학금 늘리고 등록금 추가 인상을 억제하고(인상 상한선 법안) 대출 금리를 내리거나 대신 내주는 등의 대책에 있다.

한나라당이 내놓는 대안들대로만 해도 소득하위 50%에 현행 등록금 50%가 보조되어 저소득계층에 반값등록금 효과가 창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모든 대학의 등록금 절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등록금 부담 완화’라고 말을 바꾼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다른 결점은 ‘원가’에 있다. 등록금 문제에 시장의 가격을 매긴 ‘반값’이라는 말이 합리적이려면 등록금에 대한 원가를 책정하고 그 원가의 반값을 ‘50% 수혜자 부담, 50% 정부 세금 부담’하는 것이 진정한 반값등록금이다.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장이 아닌 대학들이 정해놓은 등록금에 과대평가인지 과소평가인지 적당한 가격인지 어떠한 검증도 하지 않았다. 등록금 원가를 계산해 그 원가에 현 등록금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OECD 경제규모 15위에 걸맞지 않은 OECD 등록금 고액 2위, 세계대학순위에서 우리보다 등록금이 싼 미국 주립대들보다 못한 경쟁력만 봐도 등록금 원가 공개 시 시장은 한국 대학들의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원가에 따라 낮춰진 금액에 ‘半 수혜자 부담, 半 정부 부담’을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반값등록금이다. 대학들이 등록금 원가 계산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폭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에서도 일부 반대여론이 있는데 그들은 사학과 연계되어 있거나 사립대 출신들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처럼 교육을 공공재라면서 원가를 매기면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원가공개 시 등록금이 폭등할 것이란 주장도 잘못됐다. 같은 공공재인 대중교통에는 이미 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하자고 했던 게 누구였나.

‘반값등록금 비판 논리’가 잘못된 이유

반값등록금 혹은 등록금 부담 경감·완화를 비판하는 것은 주로 한나라당 내 친이계, 민주당 내 중도우파·관료 출신, 일부 친노세력이다. 이들의 주된 비판논리와 그 오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정부가 대학에게 강제로 등록금 낮추라고 할 수 없다”
 
교육산업(대학)은 정부의 인허가 도장을 받아 하는 ‘허가산업’이다. 즉 규제의 대상인 셈. 현 사립대는 법적으로 영리법인이 아니라 ‘비영리법인’이므로 법적으로도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합법적이며 당연하다.

미국, 독일, 호주, 덴마크, 아일랜드 등도 정부의 등록금 규제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국공립대 등록금(수업료) 자율화 정책을 펼쳐 국공립대마저 손을 놔버린 것은 국가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부정권 시절 강도 높은 등록금 규제정책을 썼다. 등록금 인상률을 정부가 정했을 정도니 말이다.

2. “한나라당 기본가치를 버리고 당의 중심을 중간지대로 옮기려는 일은 위험천만” 
 
한나라당의 기본가치가 무엇인가? 정태근 의원이 말했듯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굳건히 하면서 경제사회적 불평등 구조와 양극화 심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복지의 원조는 독일의 비스마르크다. 비스마르크가 복지정책을 쓰게 된 이유는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사회가 어려웠고 체제유지를 위해서였다. 등록금 문제로 학생들이 몸을 팔고 목숨을 끊어 한국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정한 보수라면 당연히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한나라당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3. “고등학교 무상교육도 못하면서 어떻게 대학 무상교육 재원 만들지 의문”
 
단어 자체가 틀렸다. ‘무상교육’이 아니라 ‘세금교육’ 혹은 ‘(국가)책임교육’이다. 등록금 문제는 정부의 책임으로 할 것인지, 수혜자의 책임으로 할 것인지, 혹은 이를 적당히 섞을 것인지를 두고 논쟁하고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고등학생 부담 없는 교육은 이미 18대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전문계 고등학교에 한해 ‘학생 부담 없는 교육’을 하기로 했고, 전 고등학교에 학생 부담 없는 교육은 2조원이면 된다는 게 18대 국회에서 나온 말이다.

4. “대학 등록금 보전은 미래 세대에 짐 떠넘기려는 카드 돌려막기”
 
정부의 대학 등록금 보전은 미래 세대에 짐 떠넘기는 행위가 아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유럽은 기성세대가 교육비를 부담해주니 젊은 세대가 사회에 나갈 때 부채 없이 저축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미래 세대에 짐을 떠맡기는 것인가?

국가가 책임져 젊은이들을 등록금 빚더미에서 벗어나게 해 ‘저축사회’로 가는 것이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거라면 대화의 필요성조차 없다.

5. “무상복지는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과다서비스 이용, 도덕적 해이, 재원 낭비 악순환을 초래” 
 
무상복지가 아니다. 세금을 투입해 하는 ‘공적복지’ 혹은 ‘책임복지’다. 세금을 투입하는 만큼 공짜일 수 없으며, 과다서비스 이용, 도덕적 해이, 재원 낭비 문제도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 등록금이 없기로 소문난 유럽이 대학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겪는다는 이야기는 없다.

미국도 대학원의 경우 대학원생이 오히려 돈을 받고 다니며 일본도 장학제도가 잘되어 있는 나라임에도 과다서비스 이용, 도덕적 해이, 재원 낭비 악순환은 없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일 때도 등록금을 받지 않았다. 대학은 미래의 인재인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과다서비스 이용과 도덕적 해이, 재원 낭비를 운운할 게 아니란 말이다.

6. “다 공짜로 하면 나라가 문 닫는 수 있다” 
 
등록금이 없는 나라 중 망한 나라는 없다. 등록금이 없어서 경제위기가 왔다는 나라 역시 한 곳도 없다.

부실대학 퇴출은 옳지 않다? 
 
부실대학 퇴출 문제에 ‘지방대학’ 문제를 삼아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잘못된 주장이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부실대학 77곳은 모두 정원미달의 학교들이다. 정원미달은 타 대학의 정원확충으로 메울 수 있는 부분이다.

인구 대비 대학 숫자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교 측정을 해야 지방대학 피해, 지방의 피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방대학 피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하나도 제시한 적이 없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데다 8년만 지나도 고교졸업자가 현 67만 명에서 47만 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부실대학 퇴출은 전국의 문제이며 방식은 인위적인 퇴출을 할 것인지, 자연스러운 시장퇴출을 만들 것인지의 차이다. 유명 사립대 학생들도 자연스레 줄 게 되어있어 유명 사립대 집중현상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등록금, 그래도 희망인 것은
 
위와 같이 반값등록금의 문제와 등록금 부담 경감·완화에 대한 반대논리를 비판했다. 다행히 등록금 문제에 희망이 있는 것은 이달 내 '등록금 원가계산'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교육혁명당에 따르면 "6월 중순쯤 등록금 원가계산을 공개한다"며 현재 등록금 원가를 계산 중임을 밝혔다. 뜬 구름 잡는 포퓰리즘적 공격을 넘어 등록금에 대한 합당한 가격 책정 혹은 등록금 전폐를 위한 길에 한 발짝 더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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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05 [17: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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