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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변하는 김해 재보선, 정치세력간 셈법은?
[재보선 격전지-김해을②] 단일화는 곧 지지자 단순 덧셈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안일규   기사입력  2011/04/20 [15:31]
 재보선 격전지, ‘경남 김해을’을 가다

① 현장르포 - 당선 여부 가를 내외동의 바닥 민심은
② 김해을 재보선의 정치세력간 셈법은
③ 2000~2010 김해을 선거결과 분석 및 전망 

 
시민들, 여전히 선거 자체에 냉담

▲ 17일, 이봉수 후보 첫 유세     © 안일규

지난 17일, 김해 시내를 찾았다. 이 날은 김해가락문화축제 마지막 날이자 야권단일후보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의 첫 공식 유세가 열린 날이다. 수로왕릉 앞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참석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

유세장소는 국참당 당원들의 환호 뿐. 익명의 민주당 당원은 “국참당 좋은 일만 했다”며 푸념 섞인 말을 기자에게 던졌다. 이 날 유세는 지역 축제 마지막 날이었던 데다 시내 5일장까지 겹쳐 유동인구가 많았음에도 시민들은 그냥 지나치거나 불편을 토로했다. 시장 상인들은 유세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언론 보도와 사진처럼 관심 가지는 시민들과 상인들은 ‘하나의 사실’일 뿐이다.

시민 A는 “가뜩이나 막히는 도로에 유세 때문에 더 막힌다”고 불편을 토로했고 시민 B는 “장보러 왔는데 시끄럽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는 ‘나홀로 유세’를 하고 있었다. 김 후보가 “시끄럽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있다”며 “조용히 한 분 한 분 만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반응들을 감안한 선거 전략이다.
 
▲ 김해을 재보선, 양 후보의 선거 플래카드.     © 대자보
상황이 달라진 여야, 국참당 ‘한계 봉착’ 한나라 ‘해볼 만하다’ 
 
김해을도 재보선의 특성상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질 전망이다.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만큼 당락을 좌우하는 건 결국 ‘조직력’이다. 한나라당으로선 그동안 득표율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였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 조직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됐지만 실패할 경우 또다시 패배를 당할 수 있다.

야권의 경우 분위기가 지난 두 차례 선거와는 다르다. 지난 두 번의 선거는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으로 치룬 선거였지만 이번은 ‘국민참여당’이다. 지역 조직이 민주, 민노당에 열세인데다 후보 인지도까지 낮아 오히려 단일화 이후 선거가 더 어려워졌다. 야권 내 단일후보 여론조사에서는 유시민의 힘으로 이겼을지 몰라도 본선은 유시민의 힘만으로 이길 수 없는 게 국참당의 현실이다.

관건이 '투표율'이라고 하는데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다. 김해을 재보선은 투표율이 높다고 무조건 야당이 유리한 게 아니다. 오히려 여당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김태호 후보의 '나홀로 선거전'과 김정권 의원(김해 갑)을 주축으로 한 지역기반으로 '두 축 분산 선거'를 하는 것은 각각 산토끼와 집토끼 잡기 위한 것이다.

김 의원과 지역조직은 '30%대 기본 표 조직 단속'에 나서고 김 후보가 '더 현장으로, 더 바닥으로' 전략으로 무당파 서민들의 표를 겨냥하고 있다. 타 영남지역이라면 42%를 기본으로 먹고 가지만 김해을은 30% 초반대로 시작해야 하는 '극단적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한나라당으로선 어려운 선거다.

김 후보가 지금까지 선거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선전하는 것이다. 왜 김태호가 '경남 선거 12전 전승'인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솔직히 난 김태호를 보면서 소름 돋을 정도다). '바닥으로' 전략은 김 후보가 40대되자마자 당선된 경남도지사 시절의 참신함과 젊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총리 낙마+박연차 영향으로 날린 참신함, 젊음을 다시 찾아오려는 시도이자 일정부분 먹히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야권이 단일화된 이후 선거가 '해볼만 하다'는 입장이 됐다. 김태호 캠프도 "단일화됐을 때 게임이 끝난 줄 알았다"였지만 "선거가 본격적으로 갈수록 해볼만 한 선거다"로 바뀌었다. 자신과 대립각을 세웠던 유시민의 '국참당'으로 단일화 된 이후 민주당과 민노당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민주당 중앙당 파견 인력들이 최소한의 인력만 남고 서울로 돌아간 것도 그런 것이다. 민노당은 유시민이 "여당도 없는데 순천 왜 '야권단일후보' 내냐"고 발언한 것 때문에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민주당 김해 당원들도 분위기는 좋지 않다. 국참당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맹곤 민주당 후보와 이봉수 국참당 후보가 경선을 통해 김 후보로 단일화했지만 이 후보가 돕지 않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유시민 국참당 대표의 무리수는 기름에다 불을 붙인 격이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김해 당원들이 선거할 이유를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듯 민주당 당원, 민노당 당원들은 이봉수 후보에 내키지 않는 상황이다. 이봉수 캠프가 '잔머리의 달인' 유시민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유시민 빠돌이로 구성된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지역 유력인사로 문재인이 거론되지만 그는 '부산' 사람이자 친노의 좌장일 뿐, '김해' 사람이 아니다. 그의 위치는 친노에 한정될 뿐이다.

단일화는 곧 지지자 단순 덧셈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김해을 총선 후보 지지율
 
17대 총선[2004년]
최철국(열린우리당) 57% / 정용상(한나라당) 34% / 김근태(민노당) 6%
열린우리당 + 민노당 63% > 한나라당 34% (29% 차)
 
18대 총선[2008년]
최철국(통합민주당) 47.76% / 송은복(한나라당) 45.56% / 이천기(민노당) 5.22%
통합민주당 + 민노당 약 53% > 송은복 약 46% (7% 차)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시민+심상정 결합 후 오히려 심상정 지지자들이 집단 이탈해 유시민이 단일화 이후 표를 오히려 손해봤듯 김해도 같은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봉수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된 이후 여론조사 지지율은 평소 민주+민노+국참(+신당) 지지율보다 떨어지거나 겨우 민주+민노 수준이다. 국참당이 따로 존재함에도 민주+민노 수준이라는 것은 민주당의 지지표가 국참당 지지율+@ 정도가 빠져나갔음을 의미한다.

김해을 특성상 최소 55%는 이 후보의 지지율로 나와야 하나 이 후보는 40%~50% 초반대에서 머물고 있다. 창원MBC 여론조사에서 '당선가능성'과 중앙일보의 '투표 확실층'이 김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섰다는 것은 판세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해을, 정말 위기인 곳은 '야권'이다. 김태호 캠프가 취하고 있는 '두 마리 토끼 동시에 잡기'가 통하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산토끼를 잡느냐다. 박근혜가 김해을을 방문한다면 김 후보에게 날개를 달아주겠지만 박 전 대표의 방문이 쉽지 않을 듯 하다. 한나라당 당내에서 방문을 차단한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야권 지지율 떨어뜨리는 ‘노무현 관장사’

노무현 적자싸움, 노무현 정신 등 김해을에서 야권이 흔히 취하는 전략도 안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노무현 관장사는 노무현에 대한 감정적 정서를 동원하여 얻을 수 있는 표가 확실하겠지만 동시에 비토층도 확실해진다. 산토끼를 잡을 수 없는 전략이다. 분명 김해을이 집토끼만 잘 잡아도 야권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에서는 노무현의 비극때문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

노무현 정서 강조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온다. 이들의 '적극적 투표성향'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것밖에 안된다. 심지어 정서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던 일부 지역민들마저 “노 전 대통령 비극적인 죽음 때문에 그를 내세우는 국참당 지지는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국참당은 민주당/민노당 이탈표를 감안한다면 '집토끼'만으로 이길 수 없다. 여기서 국참당은 난제에 봉착한다. '산토끼를 잡을 지역기반이 없다'는 것. 이것이 국참당의 한계다. 왜 국참당이 내년 총선 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지, 유시민이 왜 민주당과 지분 협상을 하려고 발악을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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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4/20 [15: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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