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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가득한 김해…“노무현 선거? 천만에!”
[재보선 격전지-김해을①] “김해을, 야권 강세지만 친노 강세는 아니다”
 
안일규   기사입력  2011/04/12 [23:50]
재보선 격전지, ‘경남 김해을’을 가다

① 현장르포 - 당선 여부 가를 내외동의 바닥 민심은
② 김해을 재보선의 정치세력간 셈법은
③ 2000~2010 김해을 선거결과 분석 및 전망 

김해을 당선 향방 가릴 지역은 ‘내외동’

지난 주말과 야권후보 단일화가 결정된 12일 경남 김해을 선거구의 ‘내외동’을 찾았다.

내외동은 김해지역의 최고 부유층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김해을 지역 중 장유면을 뒤이어 가장 많은 지분(유권자 중 30%)을 가지고 있다. 장유면(52%)이 가장 많은 유권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내외동을 찾은 것은 장유면의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장유면은 김해시민에 의해 구성된 지역이라기보다 창원시민과 부산시민으로 구성돼 있다. 창원의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높은 집값을 피해 10년 전 창원으로 넘어왔고 이들은 여전히 창원에 생활기반을 가지고 있다. 낮 시간대는 거리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량한 베드타운이다.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선은 더더욱 투표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투표를 위해 출근시간대를 포기할 수 없다. 창원터널은 상습정체지역이어서 투표하는 사이에 출근길은 지각길로 변한다. 부산으로 나가는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김해 장유-부산 사상 시외버스에 조금이라도 빨리 승차해야 과밀혼잡을 피할 수 있어 투표할 겨를이 없다.

반면 내외동의 경우 사실상 김해 시내와 김해지역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장유가 10년 이내에 만들어진 신생 신도시인 것과는 대비된다. 김해 현장에서도 ‘내외동’을 주목하고 있다. 장유는 몸은 김해여도 머리는 창원이나 부산에 있지만 내외동은 몸과 머리 모두 김해라는 게 대부분 지역 바닥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외동에서 만난 대다수 사람들은 선거에 무관심했다.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느 재보선처럼 30%대 초반 혹은 중반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현장 취재는 기본적인 후보에 대한 것 외에는 지역 현안 등에 초점을 둬 접근했다. 응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 김해 외동터미널과 김해을 지역구 모습     © 대자보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
인지도, 실력 검증 절대적 우위이나 총리 낙마 걸림돌
‘읍소전략’이 통하고 있다


가장 많이 현장을 돌고 있는 김 후보. 김 후보에 대한 반응은 양극단으로 엇갈렸다. 그러나 김 후보에 대한 장단점 분석만큼은 일치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절대적인 인지도와 검증된 실력(경남도지사 경력)이 김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고 답했다.

▲ 외동 전통시장 모습     ©대자보
주민 A는 “그가 거창사람이지만 도정을 이끌어봤기 때문에 김해를 가장 잘 안다”고 답했다. 주민 B는 “(경남도지사 경험 덕분에)김 후보가 지역 현안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 후보가 “이번 선거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선거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선거이며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로 민심을 잘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 통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은 역시 ‘도덕성’이었다. 도지사 당시 젊고 참신했던 이미지를 갉아먹은 ‘총리 낙마’가 거론됐다. 주민 C는 “도덕성 없이 어떻게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나”고 말했다. 주민 D는 “총리 낙마 이후 김해에 구걸하러 왔나”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에 대한 옹호도 있었다. 주민 E는 “부산경남 정치인들이 거의 박연차와 연관돼 있다”며 “김 후보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가혹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 F는 “유죄로 낙선한 최철국 전 의원도 박연차로 떨어졌는데 ‘박연차 선거’에 ‘박연차 후보(=김 후보)’까지 나왔으니 투표할 맛이 날 리 없다”고 말했다.

주민 G는 김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김 후보 의지가 있더라”며 “일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 몇 명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있더라”고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김 후보의 읍소전략이 서서히 통하고 있는 셈이다. 읍소전략이 얼마나 통하느냐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 되고 있는 이유이다.

야권 후보들
‘노무현 사람’ 강조는 오히려 독
“김해가 망하는데도 노무현 관장사하나”

친노 강세보다 야당 지지 강세, 국참당보다 민주당이나 민노당 지지

▲ 내외동 중심 상가단지     © 대자보
곽진업 민주당 후보와 이봉수 국참당 후보는 자신이 노무현의 적자임을 강조해왔다. 이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주민 H는 “경전철 때문에 김해시장이 모라토리엄 선언까지 검토했을 정도인데 노무현 관장사하는 게 야당이 할 일이냐”고 지적했다.

김해는 김해-부산 경전철 MRG(최소운영수입보장률)로 인해 재정난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600억원대 예산을 민자업자에 보조해줘야 한다. 연 1천억 적자가 예상되는 김해부산경전철의 적자분 60%를 김해시가 떠맡기 때문이다. 경전철은 7월 1일 개통예정으로 20년간 적자분을 민자업자에 보전해줘야 한다.

김해시는 매년 700억원대 보전해야 할 상황으로 김맹곤 시장(민주당)은 정부에 ‘50% 보조’를 요청했고 김정권 의원(김해 갑, 한나라당)도 “50% 정부보조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 김해시 올 예산은 8100억원 정도. 현재 부채가 2500억 정도로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이 30%에 육박한 상황에서 경전철 적자 보전금을 몇 년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지역 분위기다.

주민 J도 “김해가 경전철 적자분 보전하다 망하게 생겼는데 노무현 정신 운운할 때냐”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갈 길을 말해야 된다는 김 후보보다 훨씬 못하다”며 “야권 후보들이 민주당 시장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K는 “김해을이 야당 강세지역인 것은 맞지만 국참당 지지가 강한 것은 아니다”며 “친노라기보다 야당 지지성향이 강해 민주당과 민노당 지지가 많다”고 말했다. 내외동 도의원도 민노당이다. 이봉수 국참당 후보로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된 뒤 민주당, 민노당 지지자들 일부가 공개적으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한 주민 L은 “이봉수 국참당 후보는 김 후보 당선 보증수표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민노당을 지지자라는 한 주민은 “민주당도 문제지만 친노와 국참당은 더 문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들이 일제히 “국참당 후보로 단일화 시 민주/민노당 지지자 흡수가 절반 정도에 그친다”고 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주민 P는 “내외동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는데 야당 후보들 대책이 하나도 없다”며 “김해가 노풍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고 말했다.

김 후보에 대해서는 도덕성 외에 별다른 비판이 없지만 야권후보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은 야권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후보들이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또 다른 주민은 “중앙언론이 김해를 계속 ‘노무현의 도시’로 딱지 붙이는데 잘못된 말이다”라며 “김해에서 진영은 ‘마산’이라고 생각하지 김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해시내, 내외동과 진영은 거리적으로도 멀고 생활권도 다르다. 김해시내와 내외동에서 진영까지 40분 이상 걸린다. 진영 주민들의 생활권은 김해 시내가 아니라 구 마산지역이다. 최근 조성된 진영신도시도 구 마산지역 이주자들이 많다. 내외동 세입자들이 전세난에도 불구하고 진영신도시는 거들떠도 보지 않은 것도 지리적, 생활적 거리감 때문이다.

주민 M은 “곽진업 민주당 후보 명함을 받았는데 초등학교 졸업을 김해에서 한 것 외엔 김해와 연관되는 게 없더라”고 말했다. 주민 N은 “이봉수 국참당 후보가 누구냐”고 기자에게 되물을 정도였다. 이 후보가 다섯 번이나 김해에서 선거를 나왔지만 한 번도 완주한 적이 없어 ‘예비후보’ 수준의 인지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무관심
“1년짜리 선거 왜 하나”
“여론조사 전화에 시달려”

이와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관심이었다. 재보선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으면 10명 중 1명 정도나 답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관심의 이유는 “후보들이 시민들 생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보는 ‘노풍’과 ‘신공항 백지화 심판’ 여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 정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단체들도 선거에 큰 관심이 없다”며 “선거는 다가오는데 차분하다”고 말했다. 주민 I는 “물가, 집값 폭등, 전세난에 서민 살림살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매일 여론조사 전화가 와 미치겠다”고 말했다. 주민 P는 “들어갔다 바로 나와야 하는 선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1년짜리 국회의원 선거에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20, 30대 젊은 층들은 회피하는 가운데 자신을 60대라고 밝힌 한 주민은 “주민들의 고충을 귀담아 들어주는 후보면 당선될 거라 본다”며 “특정인물을 내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닥에선 정치공학이 통하지 않으며 서울에서 보는 김해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 재보선 격전지 김해을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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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4/12 [23: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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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라 2011/04/14 [22:16] 수정 | 삭제
  • 지금까지 대부분의 언론은 김해하면 바로 노무현의 도시
    이런 식으로 보도하였는데 현지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특히 자칭 진보 찌라시라는 한걸레나 개마이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살아있는 뉴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