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의 보험맹 탈출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돈 많은 생명보험사, 보험가입자 돈 뺏어 사회 공헌(?)
[주장] 생명보험사 기부금 둔갑, 나라에서 쓸 돈이라면 "세금"으로 써라
 
김미숙   기사입력  2010/05/10 [15:57]
생명보험사는 돈이 많다. 보험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가 많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은 보험료의 사용처에 대해서 별 관심 없다. 생명보험사 맘대로 얼마든지 쓰고 보험료를 올려대도 별 저항 없이 그냥 낸다.
 
그래서인지 생명보험사 주변에는 그 돈을 뜯어 먹어보려는 불순한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최근 그런 사람들이 눈에 부쩍 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라는 곳이 있다. 생명보험협회에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를 구성, 삼성생명 등 각 생명보험사들로부터 기부금을 걷어 저소득층 지원 사업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생명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가입자 몰래 뜯어다가 사회에 공헌(?)한단다.

심장마비 환자를 위해(?)

서울역에서 눈에 띈 "자동제세동기"(약자로 AED라고 되어 있음. 이름이 어렵다). 응급의료(심장마비 환자)를 위한 의료용 기재 보관함이다.  
 
▲서울역에서 보았던 자동제세동기는 대전역에도 설치가 되어 있었다     © 김미숙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가입자도 돈으로 지출한 기재 값은 이 기재를 만들고 판매하여 이익을 남긴 사람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 김미숙
 
대한심폐소방협회, 한국철도공사와 나란히 “생명보험협회(생명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위해 생명보험사들이 사업비를 대서 만든 단체로 생명보험사가 해마다 사업비를 나눠 내는데 이 사업비 또한 가입자가 낸 보험료이다)”의 로고도 눈에 들어온다. 

“이 AED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서 기증하였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 되어 있는 데, 대한심폐소방협회와 한국철도공사는 ‘AED 기재 값’은 내지 않은 모양이다.
 
이 문구 아래 더 친절(?)하게도 생명보험사 상호가 나열되어 있는데, 필자 눈에는 마치 생명보험사와 생명보험협회를 알리는 ‘광고판’처럼 보인다. 생명보험 가입자 돈인데 마치 생명보험사 돈으로 ‘사회공헌(?)’을 하는 것처럼 포장을 했는데, 진짜 목적인 ‘홍보비’ 아껴 생명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더 키우겠다는 생명보험사의 속셈이 다 보인다.

한국철도공사는 ‘공공장소’를 제공한 대가로 자신의 이름을 내 건 것으로 추측된다. “설치비와 사후 관리비”는 누가 낼까도 궁금하다.

이 AED 기재를 활용하여 ‘생명’을 건질 사람이 1년에 몇 명이나 될지(한 번이라도 사례가 나오면 또 홍보용 기사가 쏟아질 것 같다)는 모르겠지만,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가입자도 돈으로 지출한 기재 값은 이 기재를 만들고 판매하여 이익을 남긴 사람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또한 기재 구입 대가로 적잖은 리베이트도 주고받고 했을 것 같다.

나라에서 써야 할 돈이라면 “세금”으로 써라

정말로 나라가 이 기재를 공공장소 곳곳에 설치하여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자 한다면 “세금”으로 쓰면 될 일이지 특정 회사 소비자도 모르게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게 할 일은 아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서 쓰는 ‘재원’은 생명보험사로부터 걷은 ‘기부금’인데, ‘기부금’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생명보험사가 주는 돈도 아닌데, 마치 생명보험사가 주는 돈처럼 포장을 하고 이를 생명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더하는데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내고 있는 ‘노인 장기 요양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목적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치매노인 지원 사업으로 총 5억 8000만 원을 지원(관련기사: http://bit.ly/bgvU4r)했다고 한다. 치매노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케어교육이나 네트워크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는데, 치매노인들에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치매노인 지원 사업’에 ‘치매노인과 그 가족’은 명분용이고 실제 이익은 치매노인을 발굴하고 교육 사업과 네트워크사업을 하는 “관리자 또는 사업자”가 되었을 듯싶다.

금융보험관련 전공자 등 보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장학금을 준다는 안내가 인터넷에 떠 있다. 보험사에 필요한 인력을 키워 다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데, 결국 사회공헌활동을 한다고 하면서 생명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키우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명분 이용하기’의 하나일 것 같다.

이 밖에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한국청소년연맹,  한국산재의료원 재활공학연구소 등이나 (관련자료: http://bit.ly/arAv64) 한국YWCA연합회와 한국YMCA연맹도 지역아동센터 지원 사업 등(관련자료: http://bit.ly/a4DBKw)을 한다는데 최종수혜자 역시 청소년이나 산재환자, 지역아동이 아닌 ‘관리자와 사업자’가 될 것 같다.

생명보험사가 보험가입자의 돈으로 주는 사회공헌기금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생명보험협회사회공헌기금’,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지정법인’ 이렇게 3군데로 나누어 지급하는데, 삼성생명은 "업계 협약에 따라 돈을 내기만 했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고, 사회공헌기금 집행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생보사회공헌재단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위원들이 가입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한다.(관련기사: http://bit.ly/bp012q) 정당한 일이라면 굳이 숨길 이유가 없고 오히려 대대적으로 홍보할 일인데 뭔가 구린 것이 많나보다.

부정하게 걷은 돈 부정하게 쓰다가 교도소 갈 수도
가입자 환불 요구에 대비해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가입자의 돈을 준 생명보험사와 이 회사의 이익단체 생명보험협회는 탐관오리와 토호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준 홍길동과 반대로 하기 좀 그만했으면 한다. 어려워도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해 없는 돈 쪼개가며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나라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금 제대로 걷고 바로 쓰게 하면 될 일’인데 어이없게도 보험가입자의 재산을 갈취하여 나라 대신 ‘사회 공헌(?)’한다며 각종 매체에 기사를 가장한 홍보성 기사를 팍팍 때려대는데, 가입자를 위해 사용하는 기금이 아니라 생명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위해 가입자의 돈으로 쓰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이 기금 뜯어먹기 위해 달라붙는 각종 불손한 단체들에게도 경고한다. 허투루 쓰다가 딱 걸려서 교도소 갈 일 하지 말고 바른대로 잘 쓰고 이중장부 쓰지 말라. 언젠가는 생명보험 가입자가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생명보험사와 생명보험협회는 더 이상 보험가입자를 기망하지 말고, 부당하게 받고 있는 보험료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가입자에게 사죄하여야 하며, 부당하게 받은 보험료는 가입자가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반환해야 할 일이다.

보험가입자의 돈으로 생명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하는 활동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악을 생산해 내는 것으로 계속하여 보험가입자가 속아 줄 것이라고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보험소비자 권리 찾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 글쓴이는 보험소비자협회 대표
http://cafe.daum.net/bosohub 운영자이며,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웅진윙스)의 저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0/05/10 [15:5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