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 비우고, 머리를 비우는 정치인 많아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9일 '트위터 번개'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영국

"무엇보다도 제가 DJ를 높이 평가하는 건 '공부하는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9일 트위터 네티즌과 가진 오프라인 번개모임에서 한 말이다.

트위터(twitter)는 최근 네티즌과 정치인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신개념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며 소통하는 '단문 블로그' 형태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다. 노 대표도 심상정 전 의원과 더불어 트위터 열풍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트위터 번개는 참석자들이 노 대표에게 궁금한 점들을 자유롭게 질문하고, 노 대표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묵념으로 시작한 참석자들은 DJ에 대한 진보진영의 평가, 미디어법 강행 처리, 한국 사회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점, 진보정당의 후보 단일화, 선거제도 개편, 10월 재보선, 민주당 평가, 중소·벤처기업 노동자 정책, 사회적 기업 지원 방안 등 다양한 이슈와 대안을 놓고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다.

노회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한번도 표를 던진 적이 없고,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과 노동자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도 많이 했었다."며 진보 정치인으로 노선이 달라서 불편했던 과거를 회고했다.

그러나 노 대표는 "DJ는 해방 이후 한국의 정치인들을 놓고 보자면 가장 앞선 반열에 충분히 설 만큼의 큰 정치인이었고, 수십년에 한 번씩 나타날까 말까 한 정치인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DJ에 대한 세간의 평가 중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열정과 탁월한 언어구사력을 높이 평가했다.

노 대표는 "대개 보면 평소에도 공부를 안 하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더욱더 안 한다."며 "그래서 마음을 안 비우고 머리를 비운다거나, 어떤 분들은 공부한 사람들을 데려다 쓰면 되지 하는 일이 많다."고 기존 정치인의 세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DJ는 늘 공부를 많이 했고, 내가 직접 겪어본 분들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말을 제일 잘하는 정치인을 대라고 하면 스스럼없이 김 전 대통령을 댈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DJ, '필요한 장소에서 가장 완벽한' 언어구사

노 대표는 'DJ가 말을 잘한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휘황찬란하게 얘기한다기보다는 필요한 얘기를 필요한 장소에서 정확하게 전달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언어구사 능력을 지녔다."고 설명하고, "남이 써준 내용을 뜻도 모르고 읽는다든지 그런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노 대표뿐만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정치인들도 고인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있음을 강조한 발언이다.

▲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함께하는 '트위터 번개'   ⓒ 김영국

    
노 대표는 "진정한 정권 교체는 사실상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되었고, 또 87년 이후에 민주주의가 진전이 되었다고는 하나 사실상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 급속한 민주주의 진전이 있었다."고 김 정권을 평가했다.

특히 "남북관계를 개선시킨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다른 사람 어떤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못했을 일을 해낸 것"이라며 "DJ의 오랜 경륜이 잘 반영된 곳이 바로 남북관계였다."고 말해 이 분야에서 DJ의 독보적 업적을 인정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한 걸음 나아가는 게 과제

그러나 노 대표는 "해방 이후에 들어선 정부 중에서 가장 나은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였는데, 그 가장 나았던 정부 아래에서도 사회 양극화는 막지 못했고 더 심화되어 왔던 한계도 있었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보다 더 나은 정부가 들어섰어야 되는데, 이상하게 훨씬 십수년 전으로 후퇴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우리가 이 고생이다."며 이명박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노 대표는 "이전 정부보다 조금 더 나은 정부가 들어서서 민주주의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고, 남북관계도 6.15 정신을 계승해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그리고 가장 나았던 정부 하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서민의 민생문제까지도 일정한 진전을 이루는 정부를 우리는 반드시 세워야 된다."고 호소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이룬 업적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역설했다.

"지금 국회, '임종인 같은 정치인' 아쉬운 상황"

한편 노회찬 대표는 오는 10월 국회의원 재보선과 관련해, 경기도 안산 상록을에 무소속 출마한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했다.

노 대표는 이날 진보신당의 재보선 전략을 묻는 질문에 "안산에서 임종인 전 의원이 출마를 하는데, 저는 이미 개인적으로 지지 선언을 했다."고 답변했다. 
  

▲ 트위터 번개에 참석한 사람들이 구입한 자신의 저서에 사인해주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 김영국

그러면서 "임종인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가더라도 진보세력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서 그 힘을 갖고서 당선까지 갔으면 좋겠다."며 "임 전 의원 같은 사람이 충분히 국회에 들어가야 하고, 지금 국회가 그런 사람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최근 미디어법 강행 등 한나라당 일방 독주 국회에서 임종인 전 의원처럼 뚜렷한 개혁성과 실천력이 검증된 의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표는 이어 "당내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8월말 정도면 임 전 의원에 대한 공식적인 추대나 지지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또 "임 전 의원이 저한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서 선거에 뛰어달라고 하는데, 그런 문제까지 포함해서 빠른 시일 내에 논의를 마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지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표는 "민주당의 가장 큰 적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 자신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이다."면서 "그걸 버릴 줄 아는, 그래야 민주당이 더 잘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민주당을 향해 뼈 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안산 상록을, 3자 구도서 '야권 단일화' 변수  

한편 노 대표의 지지 선언에 이어 민주노동당도 현재 임종인 전 의원 지지 여부를 놓고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9월 초쯤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해 지지하는 후보로 임 전 의원이 추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10월 재보선 안산 상록을에 무소속으로 출마, 진보정당 연합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우). 지난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병문안차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방문 당시 이희호 여사(좌)와 접견 장면.   ⓒ 김영국

이에 따라 안산 상록을 재선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과 진보정당·시민단체 연합 후보가 대결하는 '3자 구도'로 급변하면서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임 전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낙선 이후 지역구에 많은 공을 들여 지지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4월 울산 북구 재선거처럼 민주당과 임종인 후보 간 '야권 단일화'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