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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우편배달부, '프랑스판 오바마' 되나?
[국제동향] 反자본주의 '브장스노' 열풍, 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
 
김영국   기사입력  2009/03/26 [19:08]
"최고로 완벽한 좌파"

올리비에 브장스노(34세). 현직 우편배달부. 소속 정당은 반(反)자본주의신당.

이런 그가 프랑스 국민의 희망이자 정치 영웅으로 떠올랐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불었던 오바마 열풍에 버금가는 '브장스노 신드롬'이다. 현재 프랑스 국민들은 여야 거물 정치인보다 그를 더 신뢰하고, 경제위기 등 현안 문제도 그가 대통령보다 더 잘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브장스노는 최근 여론조사기관과 주요 언론으로부터 현직 대통령에 대적할 만한 최고의 적수, 야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선진국 한복판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을 외치는 '신세대 극좌파' 인사가 최상급의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우리나 미국 입장에선 '경악'에 가까운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거침없는 反자본주의 행보에 전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좌)과 강력한 호적수로 떠오른 올리비에 브장스노(우) ⓒ르 피가로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 <르 피가로>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은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맞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좌파 후보로 브장스노를 꼽았다. 그는 17%의 지지를 얻었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13%)과 지난 대선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9%)을 가볍게 제쳤다.

브장스노의 인기는 경기침체가 극심한 올해 들어 더욱 치솟고 있다. 여야의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은 물론, 사르코지 대통령마저 훌쩍 뛰어넘고 있다.  

<르 피가로>와 여론조사기관 BVA가 지난 3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가장 신뢰하고 영향력(변화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사르코지 대통령(38%)과 브장스노(35~36%)를 나란히 꼽았다.

특히 경제위기 등 '프랑스인의 현안 문제들을 가장 잘 해결할 정치인'으로 프랑스 국민은 무려 43%가 브장스노를 지지했다. 이 부문에선 단연 선두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브장스노에 15%나 뒤진 28%의 지지를 얻어 조사대상자 중 6위에 그쳤다.

제1야당 사회당의 대표인 오브리가 33%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고, 사회당 소속의 들라노에 파리시장이 31%, 2007년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루아얄이 30%, 중도우파 프랑스민주동맹 총재이자 2007년 대선에서 18.5%(3위)를 기록한 바이루가 29%, 사르코지 대통령이 28%, 피용 총리가 25%,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21%로 8위를 기록했다.
(☞ BVA 여론조사 자료표 원문)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거물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브장스노는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가장 촉망받는 지도자이자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뛰어넘는 야당의 대표주자로 우뚝 선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BVA는 총평에서 브장스노를 "좌파에서 최고의 그리고 가장 완벽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주의 미래 만들어갈 세계적 지도자

특히 '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라는 타이틀은 그가 '자본주의 폐기'를 일관되게 외쳐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국민의 상당수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단순히 경기부양책이나 규제 강화 등의 땜질식 처방보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연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이번에는 '붉은 우편배달부'를 통해 자본주의 역사에 일대 전환을 이루는 신기원을 열어갈 수 있을까.

지난 3월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 발표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만들어갈 세계 지도자 50인' 명단에도 브장스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정 국가의 일개 야당 정치인이 선정됐다는 자체가 놀라울뿐더러 그가 유일했다. 선정된 정치인 대부분이 선진 강대국의 현직 대통령·총리이거나 핵심 경제장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브장스노는 평범한 극좌파 정치인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전례 없는 금융·경제위기도 똑같고,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려는 보수·우파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쏠려 있는 등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두 나라의 정치적 토양이 다르다곤 하지만, 우리나라 좌파 입장에선 프랑스는 마치 꿈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상국가처럼 느껴진다.

'좌파 영웅'으로 떠오른 '붉은 우체부'

현재 프랑스에서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그것과 비견될 만큼 선풍적이다.

지난 2월 반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에 참석했던, 우리나라의 한 활동가는 그의 인기가 '상상 밖'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냥 좌파 정치인치고는 인기가 있다 정도가 아니라, 마치 연예인 취급당하듯 했다."며 "그가 담배를 피고 있을 때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때도 카메라 기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브장스노는 정치·경제적 노선과 지향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자본주의를 적당히 고쳐 쓰자.'는 입장이라면, 브장스노는 '자본주의를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정치적 배경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미국 양당제의 한 축인 민주당이라는 강력한 대중정당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이라면, 브장스노는 여전히 소수 좌파정당의 대변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바마와 브장스노는 기존 질서와 다른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으며 '정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오바마 신드롬이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면, 브장스노 신드롬은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라는 대안을 가지고 또 다른 신화에 도전 중이다. 그의 행보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우파와 주류 언론들은 브장스노를 '대책 없는 인간'으로 몰아붙이고, NPA를 무책임한 정치세력으로 매도한다. 브장스노가 부유한 아내와 함께 은밀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가짜 프롤레타리아'라는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2008년 10월에는 브장스노가 전기총 사용을 반대하자, 한 전기총 제조회사 사장이 사설 탐정과 전·현직 경찰관들을 고용해 브장스노 가족의 사생활을 감시하다 발각된 사건이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브장스노에 대한 위기감은 집권여당뿐만이 아니다. 브장스노가 우경화를 이유로 단절을 선언한 제1야당 사회당은 작년 6월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직접 챙기는 '브장스노 특별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국민적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그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고민만 주류 언론, 정치권에 수북이 쌓여간다.

反자본주의 시간이 왔다-다시 '혁명'을 말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만들었을까. 그가 프랑스 대중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분명했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는데, 자본가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민중들에게 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분노할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이 가장 착취당하는 민중의 수가 많은 시기다. 反자본주의 시간이 온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량되거나 도덕적으로 변모되지 않는다."

브장스노가 지난 2월 8일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레디앙>의 박지연 파리 통신원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이 그가 내세우는 핵심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책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며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자 파업 등의 현장을 누비며 서민대중의 정당한 요구들을 함께 외친다.

그는 구체적 현안과 관련해 해고 금지, 월급 인상, 최저임금 인상, 빈집 점거, 부자들에게 세금 부과 및 부의 재분배, 공공주택 확대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브장스노는 본래부터 공산주의 혁명 사상인 '트로츠키주의'자였다.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관료주의와 일국 사회주의에 맞서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영구혁명론, 국제적 사회주의' 등 마르크스의 원칙을 강조한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다.

브장스노는 "소수 개인을 위해 다수가 존재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수가 그 스스로를 위해 결정하고 존재하는 사회"를 자신이 추구하는 '제3의 길'이라고 명명하고,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부자들의 것들을 국유화하고, 사회적인 모든 부를 직접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것을 다시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스스로를 혁명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로츠키주의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로자 룩셈부르크'(독일 공산당을 건설한 여성 사회주의 혁명가)나 '체 게바라'(남미의 전투적 사회주의 혁명가)이기를 자처한다. 그러면서 "反자본주의자들은 폭력적인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폭력이 더 이상 없게 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말한다.

"너희들의 위기,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순 없다"

브장스노가 소속된 당은 당명에서부터 정체성이 확 드러나는 '反자본주의신당(NPA)'이다. 당의 핵심 노선으로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당의 전신도 우리의 보수 우파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만한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LCR)'이다. 프랑스 68혁명의 투사들이 이듬해인 1969년에 출범시킨 LCR는 지난 40년 동안 트로츠키 노선를 견지해온 정당이다. 브장스노는 그런 LCR의 2002년과 2007년 대선후보였다.

브장스노는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LCR의 대선후보로 나서 4.25%(121만562표)를 득표해 16명 중 8위를 기록했다. 1~3위를 제외한 4위 이하의 득표율이 모두 6%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과였다. 이로 인해 브장스노는 '좌파 스타'로 떠올랐다. 이 때 그의 나이는 불과 28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선후보였다. 그는 "우리의 삶은 그들의 이윤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대선 슬로건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또 2007년 대선에서는 4.08%(149만8581표)를 얻어 2002년에 비해 28만8019표의 증가를 나타내며 5위에 올랐다. 특히 2007년 대선에서 브장스노는 사회당 왼쪽의 좌파 후보 6명 중 단연 선두였고, 유일하게 선전한 케이스였다. 그 결과 브장스노는 2007년 대선 이후 '반신자유주의 좌파'의 대표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게다가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제1야당 사회당이 구심점을 상실하면서, 브장스노는 2008년도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에 필적할 호적수로 떠오르며 야당 전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브장스노와 LCR는 대중노선을 더욱 강화하면서 올해 2월 5일 40년 전통의 LCR를 해산하고 기존 LCR(트로츠키주의) 세력에 환경·생태주의, 여성운동, 외국투기자본 세금 부과 운동(ATTAC), 반세계화주의, 급진화된 대학생 등을 합류시켜 지난 2월 7일 재창당했는데, 그게 현재의 반자본주의신당(NPA)이다. 전신인 LCR의 당원이 3천여명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현재 NPA의 당원은 1만명을 넘어서며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NPA 창당대회는 밀려드는 인파와 취재기자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은 "자본가, 너희들의 위기를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수 없다."는 멋진 슬로건으로 극심한 경제위기에 고통당하고 있는 프랑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가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신자유주의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는 와중에도 과감하게 이미 실패한 시장경제를 없애고, 시중은행들을 국유화해 단일한 국영은행을 수립할 것, 노동자들의 민주적 통제 체제 수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일관성 빛나는 '국민 사위'

브장스노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프롤레타리아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직업 정치인도 아니다. 그는 지금도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사흘씩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한다. 선거 출마 때는 휴가를 내고, 끝나면 다시 집배원으로 돌아왔다. 풀뿌리 정치를 하려면 서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브장스노는 1999년 LCR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된 알랭 크리빈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이들처럼 직장에서 봉급을 받고, 파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우편배달부로서 그는 대중들에게 직업 정치인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대신 '동료 노동자', '우리들 중의 하나'였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유기농 정치인'라고 부른다.

그의 월급은 1100유로(약 200만원), 사는 곳은 파리 달동네인 18구의 55㎡짜리 아파트다. 이것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샀고 빚은 18년 동안 갚는다. 그가 우체부로 일하는 뇌이쉬르센은 역설적이게도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우파들이 모여사는 지역이고, 전 시장은 사르코지 현 대통령이었다.

브장스노는 극좌파임에도 '좌파 운동가'의 전형적 이미지인 가죽 점퍼를 입고 수염을 기른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TV에 비치는 모습도 언제나 깔끔하게 손질한 머리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당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젊기 때문에 젊은 층은 더 쉽게 그가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었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모든 사안에 명쾌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도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중과 방송이 모두 좋아할 만한 날렵한 말솜씨도 그의 장점이다. 엘리트 정치관료 출신이 아님에도 이 젊은 우체부는 수많은 TV 토론회에서 그에게 반대 의견을 보이는 직업 정치인과 정부 요인들을 참패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정치적으로 매우 '일관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14살에 혁명적공산주의청년회(JCR) 조직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는 한번도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실현의 흐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주요 사회적 의제와 관련된 좌파적 실천 투쟁을 통해 대중들과 꾸준히 호흡해왔다. 그가 활동했던 LCR은 2005년 유럽헌법 반대투쟁, 2006년 최초고용법안(CPE) 반대투쟁 등으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래서 브장스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성실한 청년으로도 유명하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신뢰하고 사랑한다. 슈피겔이 "모든 프랑스 어머니들이 사위 삼고 싶어하는 대선후보"라고 할 정도다. 작가 알랭 뒤아멜은 "브장스노는 시민들이 21세기 혁명가에게 기대하는 최상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그의 정적인 부르조아 정치인들도 브장스노가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를 차에 태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누구?

우리나라 대중 정치인 중에 노선과 지향점이 브장스노와 닮은꼴인 정치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비슷한 인물조차 찾기 어렵다.

조중동과 보수 인사들은 입만 열면 친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을 향해 좌파라고 딱지붙여 놓고 '다 좌빨 때문이다.'고 공격하지만, 이들은 브장스노와 비교하면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신자유주의 우파들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사민주의 성향이 강한 진보신당조차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에 비하면 '온순한 좌파'에 불과하다. 진보·좌파라고 평가받는 인사들조차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 폐기'를 이야기하면 무슨 큰일 날 것처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작 큰일 난 건 자본주의인데도.

그럼 우리나라에는 브장스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정치세력이 아예 없을까? 없긴 왜 없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이 가장 브장스노와 흡사한 주장과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준비모임은 지난 2월 브장스노의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진보신당과 함께 사절단을 파견하여 참가하기도 했다.

또 작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법원으로부터 위험한 세력이 아니라며 퇴짜 맞은 굴욕(?)을 당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소속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과 애매모호한 정치 행보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다함께'도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소수이고 인지도도 턱없이 낮지만, 국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국가 건설'를 핵심 목표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정치단체들이다. 제법 브장스노 및 NPA와 흡사한 주장들을 하고, 실제로도 준비모임과 사노련은 현재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친북단체는 아니다. 이들은 북한를 제대로 된 사회주의가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국가사회주의 또는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고, 북한 민중에 의해 타도되어야 할 반동체제로 본다. 이들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25일) 사회주의 정당 준비모임의 장혜경 정책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브장스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의 노선과 활동방향이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며 "브장스노가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하면서 일반 대중과 밀접히 호흡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신선하고 우리도 착목해야 될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브장스노 열풍을 우리나라로 치면 한마디로 '장혜경이 박근혜'된 격이다. 엄청난 간극이다. 물론 브장스노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현재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뜻밖의 암초를 만나 좌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지지를 받는 야당 정치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언제쯤 나올까.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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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3/26 [19: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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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일규 2009/03/26 [23:20] 수정 | 삭제
  • 한겨레나 경향, '전문가중심주의' 프레시안 등 진보적 성향의 언론들을 보라.

    지금 떠오르고 있는 진보진영의 차세대 리더 브장스노 언급하는 매체가 있기나 한가?

    오늘 한 토론회에 갔더니 모 유명대학의 사회학 교수와 모 유명 진보적 정책연구소의 교수란 사람이 "제도" 운운하고 '연합' 운운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유감이었는지 모른다. 브장스노가 한국에 주는 교훈은 바로 '사람' 아닌가. 제도가 아니라 '리더'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기사쓰는 언론들 하나도 없더라고는 하나.... 뭐 '리더'만 문제인가 '진보'의 가치를 지켜내는 잘 지켜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의 진보라는 것은?

    이젠 웃음만 나온다. ㅎㅎ 이러다 비행기 표 값 벌면서 불어 배워 프랑스로 이민 갈 생각이라도 해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 내가 짓는 웃음? 망연자실한 웃음이다.

    브장스노, 앞으로도 잘 해달라.